[시계 트렌드③] Bvlgari Octo Finissimo Ultra Tourbillon

세계 기록 경쟁이 남긴 기술 가치의 실제 좌표

2025-11-20     임우경 기자
Here are the Winners of the 2025 GPHG Watch Awards. 사진=Bvlgari,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2025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 GPHG에서 Bvlgari Octo Finissimo Ultra Tourbillon이 투르비용 워치 부문 상을 받았다. 초박형 시계 제작 경쟁에서 불가리가 오랜 기간 이어온 기록 경신 전략이 다시 한 번 검증된 결과다. 그러나 이번 수상은 단순한 두께 경쟁의 승리로 해석되기보다, 기술적 실험이 시장에서 어떤 실질적 가치를 확보하고 있는지 판단하는 계기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불가리는 초박형 기술을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재정립해왔다. 과거 불가리는 주얼리 이미지를 앞세운 브랜드로 인식됐으며 기계식 기술 경쟁에서 중심적인 위치에 있지 않았다. Octo Finissimo 라인의 지속적인 세계 기록 경신은 이러한 위치 변화를 이끈 핵심 요인이다. 극단적 설계는 신뢰성 확보와 내구성 보장이 매우 어렵다. 두께를 줄이는 과정에서 무브먼트와 케이스 구조는 대부분 새롭게 설계되어야 하고, 공정 안정성 확보까지 장시간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 Octo Finissimo Ultra Tourbillon의 두께 1.85mm는 이러한 복잡한 과정을 거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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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관점에서 초박형 개발은 단순 수치 경쟁을 넘어 새로운 공학적 해법을 요구한다. 사례로 Ultra 모델은 케이스 백과 브릿지를 일체화하는 구조를 적용했다. 이는 부품 수를 줄이는 동시에 강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식이다. 그러나 공정 편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품질 관리 비용이 상승한다. 기술적 성취를 위해 감수해야 하는 리스크는 비용 구조에 영향을 준다. 고가 가격 체계가 형성되는 배경과 직접 연결된다.

Octo Finissimo Ultra Tourbillon의 수상은 기술 압축이 하이엔드 시장에서 여전히 중요한 경쟁 가치로 인정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시장 전체 흐름을 고려하면 기술 중심 전략이 언제까지 유효할 수 있을지 냉정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첫째, 기술 경쟁은 빠르게 피로도가 누적된다. 새로운 기록이 등장하면 이전 기록은 즉시 구형 기술이 된다.

둘째, 실사용 환경에서 극단적 초박형은 내충격성과 방수 성능이 취약할 수 있다.

셋째, 유지보수 난도 증가가 소비자 경험에 부담을 주는 요소로 작동할 수 있다.

따라서 기술 기록은 브랜딩 요소로 강력하지만 소비자 현실에서 기능적 장점이 충분히 체감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불가리는 기록 경신을 통한 기술 정체성 확보라는 목적을 견고하게 달성해왔지만, 브랜드의 대중적 이해도와 균형을 얼마나 고려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특히 초박형 기술 중심 모델은 실사용을 위한 선택이라기보다 특정 수요층에서 평가되는 기술 소유 경험에 가깝다.

수집가 시장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으나, 시장 확장 전략은 별도로 설계해야 한다.
수익 기여도가 실제로 확장될지, 혹은 기술 마케팅에 머무르는지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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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내부에서도 과제는 남는다. 정체성을 기술로 구축한 만큼, 향후 더 극단적인 기록 경신 요구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수년간 기록 경신이 이어졌으나, 그 속도는 점차 둔화할 수 있다. 두께 감소 폭이 작아질수록 단위 기술 우위에 대한 체감도는 줄어든다. 시장 관점에서 기술 감흥도는 하락할 수 있다.

경쟁 구도 또한 변화하고 있다. 극단적 초박형 경쟁에 참여하는 브랜드 수는 제한적이지만, 고급 워치메이킹의 기술 중심 영역에서는 독립 제조사의 실험이 늘고 있다. Oechslin, De Bethune 등은 컴플리케이션 혁신을 통해 기술 담론을 확장하고 있다. 불가리가 이 경쟁에서 장기적 우위를 유지하려면 수치 경쟁을 넘어 구조적 발명을 묶어 기술 자산을 축적해야 한다.

초박형 기술이 브랜드 이미지에 제공하는 이점은 명확하다. 주얼리 이미지를 벗어나 독립 기술력을 가진 제조사로서 인식을 구축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제작 난도와 비용 증가를 동반하며, 시장 저변 확대에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는다. 기술 투자 회수 구조가 불안정할 경우 장기적 성장 기반이 취약해질 수 있다.

2025년 GPHG 수상작을 통해 확인되는 불가리의 방향은 명확하다.

기술 경쟁 중심 전략을 포기하지 않는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기술에서 찾는다.
시장 인지도 제고보다 R and D 성과를 기반으로 평가 기준을 형성한다.

이 모든 선택은 현재까지 성공했다. 다만, 기술 경쟁 속도가 줄어들 경우 대안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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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 Finissimo Ultra Tourbillon 전략 분석

평가 항목 분석 내용 결과적 의미
기술 경쟁력 1.85mm 초박형 구현, 구조 통합 설계 기술 정체성 강화
실사용성 충격·방수 취약 가능성 기능 체감도 제한
유지보수 고난도 수리, 고비용 사용 장벽 증가
시장 확장성 수집가 중심 수요 대중적 확장력 낮음
브랜드 이미지 주얼리 하우스 이미지 탈피 독립 기술 기업으로 전환

 

Octo Finissimo Ultra Tourbillon은 고급 시계 시장이 기술 경쟁을 통해 브랜드의 존재 이유를 정의하는 방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두께라는 수치 지표가 기술적 혁신의 명확한 기준으로 작동하고, 이를 매개로 브랜드 이미지를 재편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기술은 곧바로 시장 확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지속 가능한 성과를 위해서는 기술성과와 사용성을 균형 있게 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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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의 다음 과제는 기록 경신 이후 단계 설정이다. 기록 반복은 감흥이 줄어들 수 있고, 최종 목표가 수치인지 기능 개선인지 모호해질 수 있다. 불가리는 초박형 기술을 기반으로 복잡 기능 구현, 동력 효율 향상, 내구성 개선 등 추가적 방향을 제시해야 브랜드 기술 정체성이 견고해진다.

기술로 시작한 전략은 결국 기술로 평가받는다. 경쟁자가 적다는 이점은 지속적인 혁신을 요구하는 압력으로 되돌아온다. 불가리가 기술 중심 전략을 유지하되, 실사용 가치로 확장하는 방식이 향후 평가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초박형 기술의 기술 성취와 사용자 가치 간 간극

요소 기술 개발 측면 사용자 경험 측면 충돌 지점
두께 최소화 공학적 혁신의 핵심 목표 착용감 향상에 기여 두께 감소가 내구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음
구조 통합 부품 수 감소, 기록 경신에 유리 수리 난도 증가, 서비스 접근성 저하 유지비 상승 가능성
극한 경량화 기술 이미지 강화 체감 기능 향상 제한 “경량화 = 고급” 인식과 실제 가치 사이 괴리
수집가 가치 희소성과 기념성 강조 실사용과 분리된 만족감 시장 저변 확대와 무관
가격 책정 R and D·생산비 반영한 고가 구매층 제한 기술 투자 회수 구조 불안 가능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