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트렌드⑧] MB&F M.A.D. Editions M.A.D.2 Green
수상보다 더 중요한 질문… ‘민주화된 창의성’은 오래 갈 수 있을까
[KtN 임우경기자]Petite Aiguille Prize는 3,000~10,000 스위스 프랑 가격대의 시계 가운데 높은 완성도를 인정받은 모델에게 돌아간다. 기술적 난이도보다 시장 접근성에 더 주목하는 상이다. 2025년 수상자는 MB&F의 서브 브랜드 M.A.D. Editions이 선보인 M.A.D.2 Green. 고가 독립 시계 제작의 상징으로 평가되어 온 Max Büsser가 소비자가 실제로 손이 닿을 수 있는 제품군에서 성과를 냈다는 사실은 업계 안팎 모두에 의미가 크다. 하지만 이 시계는 박수와 동시에 질문도 끌어낸다. 실험적 창의성을 누구나 누릴 수 있게 설계한 전략은 장기적으로 브랜드의 핵심 정체성과 충돌하지 않을까.
MB&F는 창작자 중심의 독립 시계 제조를 대표하는 이름이다. 기존 시계 문법에서 벗어난 HM(오로지 조형적 실험)과 LM(전통적 기술 강조)의 양축 라인업은 수십만 달러 가격대로 형성되며 시장의 ‘극소수’에게만 선택권을 제공했다. Büsser는 이 접근이 브랜드 철학을 지키는 최선이라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팬덤은 커지는데 실물 경험 기회가 제한되는 모순이 점차 커졌다. 그러한 긴장 속에서 탄생한 것이 M.A.D. Editions이다. 이 시도는 “창의성 공유”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그 이면에는 브랜드 영향력 확대라는 경제적 과제가 존재한다.
M.A.D.2 Green은 기존과 동일하게 로터를 앞면에 드러내는 특유의 기계적 구성. 장식 강화보다 작동의 생동감을 전면으로 내세운 구조다. 이 방식은 성능 과시보다 경험 전달을 우선한다. 실용 가격대에서 기계의 움직임을 직접적으로 체감하게 만든 점이 호평을 얻었다. 그럼에도 기술적 요소는 기존 MB&F 라인업에 비해 간결하다. 이 차이는 구분선을 명확히 만들지만 동시에 리스크를 내포한다. 소비자가 “적은 비용으로도 비슷한 감정적 경험을 한다면, 왜 상위 모델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브랜드 내부에서 발생하는 잠식 효과는 고급 산업에서 매우 민감한 문제다. 명품 시장의 가치는 희소성과 정체성으로 측정된다. 접근성이 넓어질수록 브랜드의 정수는 약해질 수 있다. MB&F는 M.A.D. Editions를 별도 브랜드로 구축해 위험을 제어하려 한다. 그러나 고객 인식은 단일 기원으로 수렴되는 경향이 있다. “MB&F를 경험했다”라는 소비자 경험이 형성되면 상위 라인의 가격 기준은 재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수상은 기회와 부담을 동시에 확대한다. GPHG Petite Aiguille 수상은 M.A.D. Editions의 존재를 전 세계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됐다. 생산 수량과 공급 방식은 앞으로 더욱 강한 시선에 노출된다. 공급 제어가 실패하면 단숨에 투기 시장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이는 브랜드 가치에 상처를 남긴다. 반대로 공급을 지나치게 조이면 팬덤은 피로를 느낀다. 창의성의 민주화라는 전략은 결국 균형의 예술이다.
시장적 관점에서 MB&F의 변화는 독립 시계 산업 전반에 파급된다. 독립 제조사의 가장 큰 한계는 볼륨이다. 창의성과 기술을 검증받는 과정에서 비용 부담이 누적되고, 투자 회수가 제한적이다. M.A.D. Editions 방식은 이를 완화할 수 있는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독립 제조사의 정체성은 종종 규모 확대와 양립하지 않는다. 브랜드가 확장되면 제작자가 중심이 아닌 시장이 중심이 된다. 상업화의 유혹이 창의적 모험을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
MB&F M.A.D.2 Green 전략 영향 분석 표
| 항목 | 긍정적 효과 | 시장 속 위험 요소 |
|---|---|---|
| 접근성 확대 | 신규 컬렉터 유입, 팬덤 확대 | 고가 라인 잠식 가능성 |
| 브랜드 인지도 | MB&F 이미지 대중화 | 정통성 희석 가능성 |
| 창의성 체감 경험 | 기계적 감성 확대 | 기술 차별 낮아질 가능성 |
| 생산·판매 구조 | 안정적 수익 확보 가능성 | 투기적 거래 발생 위험 |
| 독립 제조사 회로 | 성장 확장 모델 제시 | 상업화 전환 압력 증가 |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은 분명 산업적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M.A.D.2 Green의 가치는 실험의 연장선에 있다. 핵심은 수상 여부가 아니라 ‘민주화된 창의성’이라는 접근이 심미적 신뢰와 시장 신뢰 모두를 지속적으로 획득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시계 산업은 양극화가 심하다. 극소수 초고가 모델은 예술과 기술을 결합한 상징적 존재로 기능하고, 대중적 가격대 모델은 실용성을 최우선으로 한다. M.A.D. Editions는 이 영역 사이에서 새로운 균열을 만들고 있다. “진입 장벽 낮추기”라는 선언은 응원을 받을 만하지만, 독립 제조사가 구축해온 가치 체계의 근본을 다시 묻게 만든다.
M.A.D.2 Green이 평가받아야 할 지점은 분명하다. 전통적 시계 제작 담론이 배제해 왔던 사용자 참여를 적극적으로 끌어냈다는 점이다. 기계적 움직임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들로 확장하는 시도는 산업의 저변을 넓힌다. 그러나 확장 그 자체가 곧 긍정이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기록은 수상식의 순간에 머무르지 않는다. 시장은 앞으로를 판단한다. 창의적 독립 제조가 대중적 기반을 확보한 첫 사례가 더 큰 도약을 만들지, 아니면 정체성 후퇴의 출발점이 될지 지금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확실한 것은 MB&F가 선택한 이 길이 독립 시계 산업에 새로운 단어를 남겼다는 사실이다. 경험의 공유. 이 단어가 미래의 기회가 될지 위기가 될지는 앞으로의 시간들이 증명한다.
| 브랜드 전략 모델 | 가격대 포지션 | 시장 반응 | 브랜드 정체성에 미친 영향 | 지속 가능성 평가 |
|---|---|---|---|---|
| MB&F M.A.D.2 Green | 중가(3,000~10,000 CHF) | 팬덤 확장 긍정적 | 핵심 라인업과 간극 커짐, 이미지 재정의 중 | 공급·수요 균형이 관건 |
| Greubel Forsey Convexe 라인 확장 | 초고가 내 볼륨 확대 | 기존 고객층 중심 안정적 | 실험적 독립성 유지 | 대중 접근성은 여전히 낮음 |
| F.P. Journe Élégante | 비교적 접근 가능한 하위 포지션 | 여성·신규 소비자 유입 | 정통 기술 이미지와 약한 접속 | 라인업 간 위상 정립 필요 |
| H. Moser Streamliner | 기존 대비 가격 진입 장벽 완화 | 시장 호응 높음 | 핵심 철학과 호환, 정체성 유지 | 장기 확장 잠재력 높음 |
| Ressence Type 8 | 비용 절감 기반 라인 구축 | 브랜드 노출 확대 | 기술적 개성 유지 | 접근성과 차별성 균형 양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