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INSIGHT①] 로컬 컬러로 읽는 김포, 226개 시군 중 김포는 무엇이 다른가
퍼스널 컬러에서 로컬 컬러까지 지명과 고을이 말해주는 도시의 성격
[KtN 임우경기자]도시마다 고유한 분위기와 성격이 존재한다. 한국의 지방자치단체는 모두 이름을 가지고 있고, 경제활동이 이뤄지고, 행정 기능이 작동한다. 표면만 보면 비슷하다. 그러나 깊이 들여다보면 서로 다른 결이 분명히 존재한다. 누군가는 자연환경을 앞세우고, 누군가는 산업 구조로 주목받는다. 또 누군가는 문화유산을 도시 전략의 중심에 놓는다. 이러한 차이를 하나의 언어로 정리할 수 있는 개념이 바로 ‘로컬 컬러’다.
퍼스널 컬러가 사람의 성격과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설명하듯, 로컬 컬러는 도시의 성격과 정체성을 발견하는 방식이다. 도시의 색은 우연으로 생기지 않는다. 오랜 시간 동안 쌓인 역사, 사람들의 삶, 지리적 조건, 경제 흐름이 축적되어 고유한 색을 만든다. 도시의 이름을 부를 때 떠오르는 첫 이미지는 결국 로컬 컬러의 결과다.
한국 행정구역은 현재 226개의 기초자치단체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조선과 고려 시대에는 330개에서 500개 이상의 고을이 존재했다. 도시 수가 줄어들었다는 사실은 단순히 행정 효율화를 위한 조치가 아니었다. 개별 고을 중심이던 생활권이 중앙 집권적 통치 구조 안에서 통합되면서 지역의 독립성은 축소되었다. 행정 단위의 규모가 커질수록 지역의 개성은 희미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런 변화 속에서도 살아남은 도시 정체성의 핵심 근거가 있다. 고을, 지명, 주산(주산을 배경으로 형성된 읍치), 행정제도 구조다. 이 네 가지 요소를 살펴보면 지역의 역사적 구조가 드러난다. 김포는 이 요소들이 모두 뚜렷하게 남아 있는 도시다. 단일 행정구역 안에 과거 네 개 고을이 공존했고, 각 고을의 흔적이 현재 도시 공간에서 여전히 확인된다.
김포현을 중심으로 한 지역, 문수산을 기반으로 성장한 통진, 수완산과 지역 공동체가 형성된 수안, 태산을 중심으로 한 동성까지. 이 네 고을은 서로 다른 역할을 담당했다. 도시는 이 역할 분담을 기반으로 성장했고, 주민의 이동과 생활은 각 고을 단위로 이뤄졌다. 이런 공간 구조는 행정구역이 통합된 이후에도 생활권 형태로 남아 있다. 오늘 김포 주민들은 은연중 옛 고을 경계를 따라 움직이고 있다.
지명은 도시의 기억을 가장 오래 보존하는 장치다. 김포라는 이름만 남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통진과 수안, 동성은 시민 감각 속에서 여전히 살아 있다. 지도에서 사라져도, 학교명과 상권 이름, 생활권 개념 속에 남아 있다. 지명은 권력에 의해 변경될 수 있지만 주민의 삶 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문화유산도 같은 역할을 한다. 김포 장릉은 인조 부모의 능이라는 역사적 위상을 지닌다. 문수산성과 덕포진은 군사·전략적 역할을 수행했다. 관아와 향교는 행정과 교육의 기능 중심이었다. 이러한 공간은 단순한 과거의 결과물이 아니라 현재 도시 계획과 생활환경을 좌우하는 요인이다. 풍수와 지형이 만든 공간 구조가 아직도 도시를 움직인다.
조민재 김포역사문화연구소장은 “김포라는 도시를 이해하면 전국의 고을 구조를 읽을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과거 고을 단위로 공간을 이해하는 방식은 김포만의 분석 도구가 아니라 전국 어디에나 적용 가능한 보편적 프레임이다. 김포는 이 프레임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도시다.
도시의 로컬 컬러는 고유한 기능과 역할의 조합으로 드러난다. 김포는 수도권이라는 거대한 도시권 속에 포함되어 있지만 동일한 성격을 가진 지역은 아니다. 한강과 강화 해역이 만나는 전략적 공간, 농업과 교역이 결합한 경제 기반, 왕릉과 산성이 만든 위계 구조는 김포만의 특징이다. 이 요소가 결합하여 다른 도시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다핵적 도시 성격이 형성되었다.
성장의 속도 또한 김포의 성격을 설명하는 중요한 단서다. 김포는 최근 10여 년간 인구 증가와 도시 확장을 경험했다. 빠른 변화 속에서도 도시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면 뿌리를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로컬 컬러는 도시를 정의하는 기준이자 미래 전략의 방향을 제시하는 기준이다.
많은 도시가 정체성을 새로 만들려 한다. 외부 이미지를 빌려오거나 개발 사업에 기댄 전략이 흔하다. 그러나 정체성은 새로 만드는 개념이 아니다. 원래 존재하던 것을 발견하고 재정립하는 과정이다. 도시의 뿌리는 과거에 있고, 미래는 그 뿌리를 기반으로 자란다. 김포의 뿌리는 네 고을 구조와 그 안에 남아 있는 문화유산과 지명이다.
김포의 로컬 컬러를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해서는 과거를 정확히 읽어야 한다. 장릉과 문수산성이 남긴 공간 위계를 분석하고, 고을별 기능이 현재 생활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를 김포 만의 경쟁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도시의 정체성은 선명할수록 경쟁력도 높아진다. 김포는 이미 독자적 정체성을 갖춘 도시다. 다만 그 정체성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않았을 뿐이다. 로컬 컬러 분석은 김포를 김포답게 만드는 과정이다. 김포는 누구에게도 빌리지 않은 고유한 색을 가지고 있다. 그 색을 전략으로 전환하는 일만 남았다.
김포의 색은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정체성의 증거다. 행정구역의 변화와 도시 확장이 반복되어도 도시의 핵심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 김포는 이미 색을 갖춘 도시다. 앞으로 김포는 이 색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낼 시기를 맞고 있다. 로컬 컬러는 김포의 미래를 설명할 중요한 언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