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분쟁 끝…론스타 추가 소송 예고에 불안 여전
4,000억 배상 전면 취소…론스타 소송 승소했지만 정치권 ‘공로 전쟁’ 론스타 국제중재 ‘완전 승소’…그러나 정치권엔 공로 공방의 불씨 “우리가 했다” vs “숟가락 얹지 마라”…승소 후폭풍
[KtN 김상기기자]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싸고 한국 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13년 동안 이어온 국제투자분쟁(ISDS)이 결국 우리 정부의 완전 승소로 귀결됐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가 2022년 한국에 4,000억 원 규모의 배상 책임을 부과했던 기존 판정을 전면 취소하면서다. 이로써 배상금 부담은 완전히 사라졌고, 해당 절차에 투입된 73억 원의 소송 비용도 한 달 내 회수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결정 직후 정부는 강한 성과로 의미를 부여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대외 분야에서 이룬 쾌거”라며, 법무부와 관계 부처의 적극 대응이 가져온 결과라고 높이 평가했다. 대통령실과 여당 역시 “정부의 전략적 판단이 국익을 지켰다”며 환영 논평을 냈다. 더불어민주당도 관계 공무원들의 노력에 감사를 전하며 성과를 인정했다.
그러나 여기에서 정치적 공방이 시작됐다. 당시 중재 판정 취소 소송을 직접 지휘했던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은 그동안 ‘승소 가능성 없다’며 발목을 잡았는데 뒤늦게 공을 가로채려 한다”고 맞받아치며 논쟁이 커졌다.
국민의힘도 “민주당의 태도는 뻔뻔하다못해 낯뜨겁다”고 비판했고, 반면 민주당은 “정쟁이 아니라 국익 중심 평가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분명한 승전 소식임에도, 이를 둘러싼 정치적 해석은 여야의 이해관계에 따라 갈라지며 혼탁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승소 소식에 불만을 드러낸 주체는 따로 있다. 론스타 측은 로이터 통신을 통해 “결정에 실망한다”고 밝히며 추가 법적 대응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절차적 이유로 판정이 취소됐을 뿐, 한국 정부가 매각 승인 과정을 부당하게 지연시킨 본질적 문제는 남아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나아가 “새로운 재판부는 손해 전액 배상 판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즉, 장기 분쟁의 큰 줄기는 어느 정도 정리됐지만, 완전한 종료라 말하기에는 아직 남은 단계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번 판결의 역사적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간의 긴 공방을 되짚을 필요가 있다. 론스타는 2012년 ISDS를 제기하며 약 5조 원대 배상을 요구했고, 2022년 ICSID는 그중 4,000억 원 상당을 한국 책임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를 재차 다투는 취소 절차에 돌입했고, 결국 판정 원천 무효라는 결과를 끌어내며 국익 방어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취소 결정은 국제중재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드라마틱한 결과”라고 평가한다.
국가 소송이 정권 교체를 포함해 장기간 이어져온 만큼, 누구의 공인가를 따지는 정치적 프레임 경쟁은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국민 입장에서 핵심 성과는 명확하다.
불필요한 세금 지출이 사라졌고, 국제적 신뢰도까지 방어했다는 점.
다만 론스타가 재도전을 예고한 만큼, 정부는 향후 법적 대응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는다. 국제 분쟁에서는 한 번의 승리가 최종 승리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형 글로벌 투자 분쟁에 대비한 상시 대응 시스템, 투자 규제 과정의 투명한 절차 구축 등도 지속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정치권의 공방이 치열해질수록 사건의 본질, 즉 국익을 지키기 위한 초당적 협력이라는 목표는 흐려질 수 있다. 13년의 분쟁 끝에 얻어낸 값진 성과가 정치적 소모전으로 희석되지 않도록, 질서 있는 후속 대응과 성숙한 논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