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경제③] 공연이 된 뷰티, 산업이 된 감각
1930’s 뷰티쇼가 제시한 체험경제의 가능성 2025 크리에이티브 뷰티아트페어 성료
[KtN 박채빈기자]2025 크리에이티브 뷰티아트페어 현장에서 가장 도드라진 신호는 뷰티가 제품을 벗어나 ‘공연’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전연홍 총괄부대회장이 연출한 1930년대 스타일 재해석 무대는 관객이 정보를 얻는 자리가 아니라 경험을 소비하는 자리였다. 모델이 걸어 나오는 순간부터 메이크업과 헤어는 설명이 아니라 감각을 전달했다. 이미지가 관객의 감정에 직접 닿는 방식이었다. 이 무대는 한국 뷰티 산업이 어떤 확장을 시도할 수 있는지 한 장면으로 보여줬다.
지금 세계 뷰티 시장에서 가장 강한 흐름은 제품 중심에서 경험 중심으로의 이동이다. 소비자는 발색, 커버력 같은 기능을 넘어 “어떤 사람으로 보이는가”, “어떤 기분을 주는가”를 먼저 묻는다. 정체성 소비가 감정 소비와 연결되고, 그 결과 뷰티는 감각 산업이 되었다. 무대 위에서 구현된 1930년대 뷰티는 단순 레트로 스타일이 아니었다. 특정한 시대의 분위기, 즉 우아함·도시적 세련미·영화적 상상력을 현재의 뷰티 언어로 번역해낸 감정 콘텐츠였다.
이 감정 콘텐츠는 공연산업의 언어와 닮아 있다. 관객은 하나의 쇼를 보고, 그 경험 자체가 기억이 된다. 기술자와 소비자의 관계가 아니라, 창작자와 관객의 관계가 만들어진다. 그 관계는 제품보다 오래 남는다. 페어의 무대는 이러한 관계 기반 경제의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산업은 제품으로 한 번 팔고 끝나는 구조에서, 공연·콘텐츠·경험이라는 반복 소비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는 수익 구조 전환의 중요한 단서다.
1930년대 뷰티쇼는 또 다른 산업과 연결될 여지를 보여준다. 공연형 콘텐츠는 관광과 결합할 수 있다. 해외 방문객은 단순 쇼핑보다, 오직 현장에서만 가능한 체험에 관심을 보인다. 뷰티가 공연과 만나면 경험형 관광상품이 된다. 워크숍, 퍼포먼스, 스타일 체험이 결합하면 뷰티는 ‘여행의 이유’가 된다. 한류 공연과 K팝 팬 투어가 만든 효과를 뷰티가 이어갈 수 있다. 한국의 도시 공간은 뷰티 경험을 중심으로 재해석될 가능성을 갖고 있다.
콘텐츠 확장도 자연스럽다. 공연에서 만들어진 이미지, 테크닉, 콘셉트는 모두 기록될 수 있는 자산이다. 영상, 사진, 교육 프로그램, 온라인 클래스, 브랜드 협업으로 확장되면 지식재산(IP)이 된다. IP는 반복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해외 유통도 가능하다. 기존 뷰티 산업에서는 제품이 팔려야 매출이 발생했지만, 공연형 뷰티는 스토리 자체가 상품이 된다. 메이크업 테크닉 한 가지가 독립적인 경제 가치를 가지게 되는 구조다.
이 확장은 한국적 미감을 경제적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한다. 이번 무대가 1930년대라는 외래 시대를 가져왔지만, 그 재해석 방식에는 한국 창작자의 감수성이 녹아 있었다. 감정의 구성, 톤 조절, 움직임의 정교함은 한국적 디테일이다. 한국적 세련미는 세계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강점이다. K뷰티의 위상이 높아진 이유도, 한국적 미적 기준이 글로벌 소비자의 감각과 맞닿았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감각을 공연·콘텐츠 산업과 결합하면 국가 브랜드 가치와 연결되는 확장성을 가진다.
다만 공연형 뷰티 산업화는 간단하지 않다. 공연 기획, 무대 기술, 전문 모델, 촬영 및 편집, 티켓 판매 등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 뷰티 산업 전체가 이러한 구조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인프라는 아직 불완전하다. 하지만 페어에서 확인된 시도는 산업이 준비할 방향을 제시한다. 뷰티가 기계실에서 제품을 만드는 산업이었다면, 이제는 무대 위에서 감각을 만드는 산업이 되어야 한다.
기술의 필요성도 함께 커진다. AR·AI 기반 가상 메이크업 경험은 공연형 콘텐츠의 확장을 돕는다. 오프라인 공연을 온라인으로 재구성해 더 넓은 관객을 확보할 수 있다. 공연은 1회성이지만, 디지털 콘텐츠는 반복 소비가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창작자의 퍼스널 브랜드는 성장하고, 브랜드 협업은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시장의 출발점이 브랜드가 아니라 창작자 경험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 뷰티 산업이 처한 경제적 현실을 고려하면 공연형·체험형 콘텐츠는 중요한 대안이다. 제품 판매 중심 구조에서는 원가·수수료·재고 부담이 크지만, 공연형 자산은 반복 수익 모델을 만들 수 있다. 감각을 중심으로 수익을 다각화할 수 있다는 점은 산업의 생존에 중요하다. 불확실한 외부 시장보다 내부 경험 경제를 키우는 전략이 될 수 있다.
2025 크리에이티브 뷰티아트페어에서 1930년대 뷰티쇼는 단순히 화려한 콘셉트 쇼가 아니었다. 한국 뷰티 산업이 어떤 모습으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예시였다. 제품을 팔기 위한 메이크업이 아니라, ‘이미지를 생산’하는 새로운 뷰티였다. 뷰티가 문화산업으로 재정의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한 무대가 증명했다.
한국 뷰티 산업은 지금 새로운 선택 앞에 서 있다. 제조와 유통에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감각과 경험을 중심에 둔 경제로 이동할 수 있는가. 창작자의 예술적 감각이 산업 경쟁력이 될 수 있는가. 2025 크리에이티브 뷰티아트페어는 이 질문에 대한 응답의 첫 신호를 남겼다. 소비는 기능을 넘어 감정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산업은 그 감정을 설계할 주체를 찾아야 한다. 한국 뷰티 산업은 이제 ‘보이는 아름다움’을 넘어 ‘느껴지는 아름다움’을 상품으로 만드는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