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경제④] 기술은 말하고 현장은 검증한다
AI와 디지털 경쟁력의 현실이 드러난 2025 크리에이티브 뷰티아트페어
[KtN 박채빈기자]2025 크리에이티브 뷰티아트페어는 창작자와 감각 소비 중심의 전환을 보여준 동시에, 한국 뷰티 산업의 기술 경쟁력이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도 적나라하게 드러낸 자리였다. AI와 데이터 기반의 뷰티 기술은 산업계에서 자주 언급되는 단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 구현되는 수준은 아직 제한적이다. 기술의 필요성이 커질수록 그 격차 또한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번 페어는 전환 의지는 확실하지만 기술의 뒷받침이 충분치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 무대이기도 했다.
최근 뷰티 산업은 과학기술 기반 산업과의 결합이 필수적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개인화 서비스, 피부 데이터 분석, AR 메이크업, 스마트 제품 등 다양한 기술이 뷰티 시장을 확장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 소비자는 자신에게 딱 맞는 제품을 원하고, 기술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된다. 그러나 한국 뷰티 산업의 기술 경쟁력은 기업 규모와 자본력에 따라 극명하게 갈려 있다. 글로벌 대형 브랜드는 데이터 기반 서비스에 적극 투자하지만, 다수의 중소 브랜드들은 기술적 접근 자체가 쉽지 않다.
이번 페어는 이러한 기술 불균형이 산업의 전환 속도를 제한하고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보여주었다. 전시 부스에서 디지털 서비스나 AI 기반 프로그램을 전면에 내세운 브랜드는 많지 않았다. 이는 기술보다는 창작과 감각을 중심에 둔 페어의 성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술 도입이 실제 비즈니스에 연결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기술이 미래를 지시하고 있지만, 산업의 실행력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반면 해외 시장에서는 기술이 이미 구매 프로세스를 바꾸고 있다. 중국과 미국의 디지털 뷰티 서비스는 피부 진단, AI 색 조합 추천, 가상 메이크업 등 실질적 서비스 형태로 소비자 경험에 적용되어 있다. 온라인 기반 구매 비중이 높아지는 속도는 한국보다 빠르다. 결국 소비자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자본과 기술을 가진 기업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한국 뷰티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술 기반 서비스의 상용화가 더 빨리 진행되어야 한다.
2025 크리에이티브 뷰티아트페어에서 확인된 디지털 요소는 창작자의 콘텐츠 중심 구조였다. 즉, 기술이 콘텐츠를 이끌기보다는 콘텐츠가 기술 활용을 견인하는 모습이다. 이는 강점이 될 수 있다. 창작자의 감각이 디지털을 만나면 즉각적으로 콘텐츠가 확산될 수 있고, 기술 도입은 경험을 확장하는 도구가 된다. 그러나 그 과정이 정교한 데이터 분석과 연결되지 않으면 수익성 확보는 어렵다. 알고리즘 기반 확산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이를 구매 전환으로 이어가기 위한 구조는 여전히 확립되어 있지 않다.
기술 도입이 과도하게 서두를 요소만은 아니다. 문제는 산업이 어떤 방식으로 기술을 필요로 하는지를 명확히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기술은 산업 목표를 실현하는 수단이어야 하고, 수익 구조로 연결되어야 한다. 현재는 기술의 존재 자체를 홍보 요소로 사용하거나, 미래 경쟁력이라는 추상적 개념으로만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기술이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
교육 역시 중요한 관건이다. 창작자 중심 경제에서는 디지털 연출, 영상 촬영, 데이터 기반 트렌드 분석, 커뮤니티 운영 역량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국내 미용 교육은 여전히 기술자 양성 중심에 머물러 있다. 기능은 중요하다. 하지만 기능만으로는 창작자의 시대에 시장을 주도할 수 없다. 산업이 원하는 인재와 교육 체계가 맞물리지 않는다면, 기술 기반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감각과 경험이 중심인 시대에도 제조 기반 기술력은 여전히 핵심이다. 제품력 없이는 공연형 뷰티가 아무리 화려해도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 기술은 감각과 결합될 때 가장 큰 가치를 창출한다. 소비자에게 선사되는 경험 속에 기술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한다. 피부 분석 기반 추천이 공연형 콘텐츠와 만나거나, 사용자 피드백이 바로 제품 개발에 반영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2025 크리에이티브 뷰티아트페어는 한국 뷰티 산업의 전환점에서 기술 도입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질문했다. 기술을 도입하라고 외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지금 중요한 것은 어떤 기술이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이를 누가 실행할 수 있는가다. 창작자, 교육 기관, 브랜드, 기술 기업 사이의 협력 구조가 구축되어야 한다. 각 주체가 따로 움직이는 방식으로는 시장 변화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
한국 뷰티 산업이 진정한 변화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술과 감각을 동시에 가진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창작와 기술이 연결될 때 경쟁력은 극대화된다. 감각을 설계하는 창작자, 기술을 구현하는 기업, 체험을 제공하는 무대가 결합된다면 한국 뷰티 산업은 제조업이 아니라 고부가가치 문화기술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2025년 크리에이티브 뷰티아트페어는 새로운 시대의 요구를 보여줬다. 이제 산업은 기술의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기술은 말하고 있다. 문제는 현장이 얼마나 빠르게 그 말을 실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 뷰티 산업의 다음 행보가 그 답을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