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경제⑤] 스마트 프레임 전쟁 시야를 차지하는 자가 시장을 장악한다
웨어러블 경쟁의 중심 스마트글래스 패션기업은 최전선에 서게 된다
[KtN 임우경기자]웨어러블 시장의 주도권이 손에서 얼굴로 이동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넘어 스마트워치가 자연스럽게 생활 속으로 스며들었듯, 다음 경쟁 무대는 시야를 둘러싼 영역이다. 이어폰이 귀를 점령했고 시계가 손목을 차지했다면, 이제 눈 앞을 누가 장악하느냐가 향후 10년 산업 지도를 바꾸는 결정적 기점이 된다. 패션기업에게도 이 변화는 선택이 아니다. 착용하는 모든 제품을 다루는 산업의 본질상 시야 기반 기기 확산은 패션사업과 직접 연결된다.
글로벌 테크 기업과 럭셔리 브랜드까지 뛰어들며 스마트글래스 개발 경쟁이 가속되고 있다. 시장 전망치에 따르면 2030년 스마트글래스 매출이 최소 300억 달러 이상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한 기기 판매를 넘어 생태계 구축 경쟁이 이미 진행 중이다. 현실을 기반으로 한 정보 제공과 콘텍스트 인식 기능이 발전하면서 스마트폰 역할 일부를 대체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사용자는 더 적은 동작으로 더 많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이 변화의 출발점은 사용성 확장이다. 스마트폰은 시선을 아래로 향하게 한다. 반면 스마트글래스는 시선을 세상에 두면서 기술을 활용하게 만든다. 걷거나 이동하면서 정보를 확인하고 촬영하며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할 수 있다. 손이 자유롭고 몸의 흐름을 끊지 않는다. 사용자 행동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 미래 디지털 환경의 조건이라는 점에서 스마트글래스의 장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기술적 진보만으로는 시장 확산을 기대하기 어렵다. 패션적 설득력이 필수다. 얼굴에 착용되는 제품 특성상 어색함이나 거부감이 남아 있으면 대중성은 확보되지 않는다. 패션기업과 기술기업이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디자인이 기술을 가리고 기술이 디자인을 뒷받침해야 한다. 패션 관점이 배제되면 시장 확대 속도가 느려질 것이다. 소비자가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착용할 수 있다는 신뢰를 주는 것이 핵심이다.
스마트글래스는 다음 세 가지 기능 집합을 기준으로 고도화되고 있다. 첫째 카메라 기반 경험 확장이다. 순간 기록과 소통이 모두 한 장면 안에서 가능하도록 발전하고 있다. 둘째 음성과 제스처 인터페이스 확보다. 조작 부담을 줄여 기기 인식을 높인다. 셋째 인공지능 정보를 자연스럽게 시야에 배치하는 방식이다. 사용자 눈높이에서 바로 확인 가능한 정보 제공은 스마트폰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효율을 만든다. 이러한 요소가 결합될수록 스마트글래스가 스마트폰의 일부 역할을 가져올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 패션기업에게 스마트글래스 확산은 새로운 기회다. 이미 안경 시장에 강한 제조 기반을 가지고 있는 국내 중소기업과 ODM 기업은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할 준비가 되어 있다. 디자인과 소재 기술을 접목하면 단순 기기 외형을 넘어 패션 제품으로 확장할 수 있다. IT 기술기업과 공동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마련할 가능성도 높다. 스마트글래스 시장 성장 단계에서 제조 역량을 갖춘 국가가 선점할 기회가 존재한다.
시장 확산 속도는 사용 장소 확대 여부에 달려 있다. 초기에는 일부 테크 애호가들이 사용하는 기기에 머물 수 있으나 업무 환경과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확장되면 소비 대중화가 가능하다. 물류창고에서 작업자가 장갑을 벗지 않고도 지시사항을 확인하거나 관광객이 별도 안내 기기 없이 위치 정보를 확인하는 방식이 현실화되고 있다. 패션기업은 장소와 상황을 중심에 둔 디자인 전략을 통해 이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다. 날씨와 조도에 따라 렌즈 색을 조절하거나 액세서리의 개성을 유지하는 방식도 연구된다.
안경은 얼굴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외형 변화를 주는 제품의 심미적 요소가 무너지면 어떤 기술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 따라서 패션기업은 디자인 중심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제품 착용이 사용자 정체성과 이미지를 해치지 않는지가 대중 확산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우는 브랜드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스마트글래스 시장은 아직 명확한 승자가 없다. 테크기업은 기능에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패션 설득력에서 한계가 있다. 패션기업은 디자인에 강점이 있으나 전자제품 품질 관리와 기술 인증 체계에서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 결국 서로의 강점을 통합하는 파트너십 구조가 핵심이다. 패션기업에게 협업은 선택지가 아니라 필수 전략이다.
한국 패션기업이 적극적으로 스마트글래스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은 다양하다. 우선 글로벌 제조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디자인 차별화를 강화할 수 있다. 또한 소프트웨어 기술 투자나 외부 솔루션 도입으로 사용자 경험을 개선할 수 있다. 제품 출시 이후에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한 지속적 서비스 제공이 중요하다. 패션기업은 단순 제품 제공자에서 서비스 제공자로 역할이 확대된다.
스마트글래스는 패션산업의 경쟁 기준까지 변화시킨다. 품질과 디자인에 더해 사용자 경험 관리가 핵심 요소로 떠오른다. 고객 상담과 피드백이 소프트웨어로 연결되는 환경에서 패션기업은 고객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제품을 개선해야 한다. 데이터 기반 운영 능력이 성장 의 척도로 작용한다. 기술서비스 역량은 수익성과 직접 연결된다.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 휴대폰과 명확히 구분되지 않았던 것처럼, 스마트글래스도 현재는 일반 안경과의 경계가 불확실하다. 그러나 경계가 흐릿해지는 것이 곧 시장 확대의 출발점이다. 새로운 카테고리는 언제나 기존 제품을 흡수하며 성장했다. 초기 불확실성은 장기 기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패션기업에게 다음 단계는 복잡하지 않다. 소비자를 위한 안심 디자인을 제공하고 기술이 어렵지 않게 느껴지게 만드는 방식이다. 혁신 기술이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때 시장이 열린다. 편안함과 미적 완성도가 확보되면 알고리즘과의 연결은 자동적으로 확장된다. 스마트글래스는 단순한 디바이스가 아니라 착용과 경험을 통합한 플랫폼이다.
향후 10년의 패션 산업은 시야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경험과 불가분의 관계가 될 것이다. 소비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브랜드가 소비자를 만나는 방식이 다시 정의된다. 패션기업이 이 변화를 기회로 삼는다면 글로벌 무대에서 새로운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웨어러블의 다음 주도권은 손목이 아니라 눈앞에서 결정된다. 시야를 선점하는 기업이 시장의 주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