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트렌드①] 21주 1위 골든 글로벌 사운드 혁명의 중심에 선 HUNTR/X

세계 차트를 새로 쓰는 K사운드 네트워크의 실체

2025-11-21     홍은희 기자
케데헌 헌트릭스, 영화 뚫고 지미 팰런쇼 출격…'골든' 첫 라이브 사진=2025 10.08  NBC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홍은희기자]글로벌 음악 시장이 변하고 있다. 빌보드 글로벌 200 차트는 매주 세계 대중음악의 최신 지형도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2025년 11월 22일자 차트에서 HUNTR/X가 이름을 새겨 넣은 기록은 단순한 성과가 아니라 음악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뚜렷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EJAE와 Audrey Nuna와 REI AMI가 함께 만든 골든이 21주 연속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장기집권이 아니다. 장르나 국적, 아이돌이라는 형식에 기대지 않고 창작자 네트워크가 세계 시장을 장악한 보기 드문 사례다. 골든의 성공은 한 곡의 히트가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된 사운드 생태계 모델이 만들어낸 결과이며 앞으로의 K-POP 확장을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시그널로 읽힌다.

빌보드 차트 최상단을 유지하는 곡의 면면을 살펴보면 확신이 강해진다. HUNTR/X에 속하거나 협력 관계를 맺은 작품들이 상위권에 밀집해 있다. 소다 팝이 6위에 자리하며 21주 동안 꾸준히 차트 안에 이름을 올려왔다. 유어 아이돌은 16위에서 버티고 있다. 왓 잇 사운즈 라이크는 33위에, 하우 잇츠 던은 24위에 진입하며 모두 굳건한 존재감을 보인다. 테이크다운과 프리 역시 수십 주 동안 차트에서 롱런 중이다. 이처럼 서로 연계된 프로젝트들이 동시에 세계 시장에서 소비되고 확장되는 방식은 전통적인 아이돌 산업의 성공 구조와 결이 다르다. 한 팀의 새로운 타이틀곡 발표에 맞춰 팬덤이 집중적으로 소비하는 모델이 아니라 창작자 네트워크 전체가 지속적으로 결과물을 내고 서로에게 상승효과를 주는 구조다. HUNTR/X를 중심으로 Andrew Choi나 Neckwav, Danny Chung, Kevin Woo, samUIL Lee 등이 함께 움직이는 Saja Boys 역시 동일선상에서 세계 청취자에게 인지되고 있다.

EJAE나 Audrey Nuna나 REI AMI 그리고 Andrew Choi는 팀이 아니라 창작자의 이름으로 작동한다. 이들은 곡을 쓰고, 편곡하고, 보컬을 부르고, 사운드를 디자인한다. 퍼포먼스 중심의 아이돌 모델과 분명하게 구분되는 지점이다. 지금 세계인의 귀를 사로잡는 것은 무대 위 동선이나 환호를 부르는 춤 동작보다 장시간 재생해도 쉽게 피로감을 주지 않는 사운드 구조다. 골든을 비롯한 HUNTR/X 계열 음원은 중독성을 앞세우기보다 감정 곡선을 부드럽게 유지하고 몰입을 방해하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반복 재생을 유도한다. 업무 중에도, 이동 중에도 끊지 않고 틀어둘 수 있는 감각적 설계가 글로벌 스트리밍 알고리즘과 정확히 맞물리는 셈이다. 이 방식은 바이럴 중심의 단기 유행곡들이 빠르게 사라지는 환경에서 의미 있는 지속성을 가능하게 한다.

21주 연속 1위라는 기록은 세계 리스너의 소비 습관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보여주는 증거다. 골든은 이제 세계 메인 플레이리스트의 기본곡처럼 자리 잡았다. 매주 새로운 유행을 확인하는 차트에서 수개월 동안 같은 곡이 정상에 머문다는 것은 메인스트림 소비가 매우 안정적인 경로 위에 놓였다는 의미다. 음악이 독립적 작품으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 환경에서 기능적으로 선택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곡 구조는 짧은 영상 플랫폼의 하이라이트를 노린 압축형 후킹이 아니라 잔잔하게 흐르는 패턴과 정교한 리듬 변화로 구성된다. 즉각적인 환호보다 장기 청취를 통한 안정적 지지를 목표로 삼는다.

이러한 흐름은 K-POP이 쌓아 올린 글로벌 인프라와 무관하지 않다. K-POP 산업은 지난 10여 년간 다국적 팬덤, 하이라이트 영상 중심의 유통 방식, 집중된 투어 수요와 SNS 기반 응원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HUNTR/X가 전통적 K-POP 아티스트와 구분되는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K-POP이 개척한 구조적 기반 덕분에 세계 무대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아이돌 그룹이 내세우던 비주얼과 구성이 아닌 사운드 중심의 기획이지만 기반은 한국 음악 산업이 마련한 글로벌 시장의 인프라다. 이 지점은 K-POP을 단순한 음악 장르가 아니라 세계 시장을 겨냥한 생산 시스템이자 콘텐츠 산업 구조로 봐야 한다는 주장에 설득력을 더한다.

빌보드 1위 ‘골든’의 주인공 '케데헌' OST 작곡  이재, 음악으로 광복 80년을 노래하다  사진=2025 08.14  이재 SNS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조합의 탄력성도 주목할 만하다. 프로젝트마다 참여 멤버가 달라지고 중심이 이동하지만 HUNTR/X라는 이름은 긴 호흡을 유지하며 차트에 자리한다. 세계 리스너는 특정 멤버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사운드의 결을 따라가고 있다. 이는 창작자 중심 네트워크가 브랜드가 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하우 잇츠 던을 듣다가 소다 팝으로 넘어가는 동선은 자연스럽고 알고리즘은 이를 강화한다. 사운드의 공통분모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퍼포먼스 유닛이 리더를 중심으로 팬덤을 구축하던 시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이다. 글로벌 대중은 팀의 정체성보다 음악 자체의 감각과 정서를 따라 움직이고 있다.

이 변화는 세계 음악 장르 시장에도 장기적 파급력을 가진다. EDM이나 힙합이 언어보다 리듬과 사운드로 국경을 넘어 섰듯 HUNTR/X 프로젝트들이 만드는 K사운드는 장르 구분을 의미없게 만든다. 팝이나 R&B나 하이브리드 일렉트로닉 요소가 자연스럽게 뒤섞이고 국가나 배경을 규정하는 상징 요소가 최소화된다. 따라서 더 많은 청취자가 진입 장벽 없이 음악을 받아들인다. 누구의 음악인지 묻기보다 어떤 분위기인지가 우선되는 흐름이다. HUNTR/X의 세계관이라기보다 플랫폼 안 한 공간에서 이어지는 사운드라는 인식에 가깝다.

새로운 K-사운드 흐름은 이제 초기 실험 단계를 넘어 확장 단계에 들어섰다. 세계 청취자는 특정 국가의 음악을 듣고 있다는 인식을 크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 음악 산업이 세계 플랫폼에서 청취자 취향을 정확하게 읽어내고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창작자들은 장르를 넓히고 스타 탄생 메커니즘도 다변화한다. HUNTR/X가 선두에 서 있지만 이는 더 큰 물결의 시작에 불과하다. 소리 중심의 협업 모델, 다양하게 재편되는 네트워크 구조, 알고리즘을 이해하는 창작 방식이 앞으로의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할 가능성이 높다.

빌보드 글로벌 200에서 확인된 현실은 간단하다. 세계 음악 산업은 팀이나 국가보다 사운드와 감정선을 따르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EJAE와 Audrey Nuna와 REI AMI 그리고 함께 음악을 만드는 창작자들은 변화를 가장 앞에서 끌어가는 인물들이다. 음악이 플랫폼 위에서 경험되고 소비되는 시대에 골든의 장기집권은 변화의 중심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이 성공은 우연이 아니라 새로운 구조의 필연적 결과에 가깝다. 한국 음악 산업은 전통적 K-POP의 성공 방식을 넘어 사운드 자체로 세계를 뛰어넘고 있다. 음악 산업은 지금 HUNTR/X를 통해 미래의 표준을 미리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