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트렌드③] 로사리아 세계를 다시 물들이다 라틴 팝의 권력 지도를 뒤흔든 다섯 개의 신호

새 음원 모두 글로벌 차트 진입 세계적 확장세의 결정적 증거

2025-11-21     홍은희 기자
La PerlaROSALIA & Yahritza y Su Esencia. 사진=빌보드 갈무리

[KtN 홍은희기자]2025년 11월 22일자 빌보드 글로벌 200 차트에서 로사리아는 단숨에 판도를 흔드는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새롭게 발표된 음원이 무려 다섯 곡이나 차트에 이름을 올렸고 그중 라 페를라는 첫 주 12위라는 강한 존재감으로 진입했다. 베르크하인은 15위까지 상승하며 주요 시장에서의 호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섹소 비올렌시아 이 얀타스는 43위에 자리하며 차트의 상위 절반 안에서 바로 안정적인 포지션을 확보했다. 레리키아는 29위에 진입했고 디비나이즈는 57위에서 출발해 다음 주 도약을 예고한다. 또한 포르셀라나는 76위 미오 크리스토 피앙게 디아만티는 109위 라 룸바 델 페르돈은 177위 무도 누에보는 149위 데 마드루가는 129위로 차트를 채웠다. 한 주 만에 이렇게 많은 신곡이 글로벌 대중에게 선택됐다는 사실은 단순한 화제성이나 프로모션의 힘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로사리아는 이미 세계인의 귀에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자신만의 예술적 언어를 새롭게 정립하고 있다.

로사리아의 선명한 정체성은 라틴 음악의 전형적인 틀을 완전히 벗어난다. 플라멩코 기반의 강렬한 보컬 테크닉은 변함없이 존재하지만 비트와 사운드 선택은 과감하다. 전자음 기반의 실험적 질감과 업템포 댄스 흐름이 공존하고 장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로사리아 음악이 가진 전통성과 혁신성은 충돌이 아니라 의도적인 긴장 관계를 형성하며 대중을 끌어당긴다. 전통적 라틴 음악이 지역성을 강조하던 시절과 달리 로사리아는 지역성을 확장해 보편성을 만들어낸다. 스페인이라는 뚜렷한 문화적 배경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지역을 넘어선 감각으로 세계 주류 시장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빌보드 글로벌 차트에 동시에 진입한 곡들을 분석하면 로사리아 음악의 확장 전략이 명확히 보인다. 라 페를라는 감각적 훅이 짧고 선명하게 반복되며 즉각적인 몰입을 유도한다. 라틴 기반의 정열적 리듬에 트렌디한 이펙트를 덧입혀 전 세계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즉시 플레이리스트에 추가될 유형이다. 베르크하인은 강렬한 베이스와 실험적 구성으로 기존 라틴 팝과 선을 명확하게 긋는다. 섹소 비올렌시아 이 얀타스와 레리키아는 라틴 음악의 극적인 표현 방식을 현대적 오디오 공간 안에서 다시 배치한 사례다. 특히 디비나이즈는 로사리아의 보컬이 가진 깊은 감정선을 전면에 두고 서사적 구조를 강화한다. 이 다섯 곡이 같은 시기에 발표되어도 각각의 결이 선명하게 다르고 하나의 내러티브 안에서 서로를 확장한다. 바로 이 지점이 로사리아를 독보적인 창작자로 세운다.

로사리아의 이 같은 행보는 세계 라틴 음악 판도 변화와 직결되어 있다. 전통적으로 라틴 음악의 중심은 북미의 히스패닉 커뮤니티 또는 남미 현지 시장이었다. 그러나 로사리아는 유럽 권역에서 출발했다. 스페인의 문화적 뿌리를 기반으로 하되 글로벌 소비 시장을 정면으로 겨냥하는 전략으로 새로운 중심점을 세웠다. 이러한 흐름은 해외 동료 아티스트들의 행보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스페인 내부만을 향하던 시선이 아닌 세계 플랫폼을 한 목표로 삼는 방식이 확산되는 중이다. 라틴 음악의 권력 지도가 점차 북미와 남미 중심에서 다극화되는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로사리아는 그 최전선에서 변화를 이끄는 상징적 존재다.

이번 주 차트를 보면 로사리아가 보여준 경쟁력은 단순한 스트리밍 수치 이상이다. 공동 작업 역시 전략적이다. 베르크하인에서는 비욕과 이브스 튜머가 참여해 실험성과 예술성을 더했다. 라 페를라에서는 야리차 이 수 에센시아와 손을 잡으며 라틴 음악의 감정적 농도를 심화했다. 다양한 파트너십은 로사리아의 세계를 외연적으로 확장시키는 동시에 대중에게 새로운 감각을 제공한다. 이 방식은 새로운 청취층을 끌어들이고 기존 팬층은 더 깊게 묶는다. 창작자로서의 로사리아가 가진 확장 가능성은 여기서 더욱 입체적으로 드러난다.

로사리아 음악은 과감한 실험으로 가득하지만 동시에 대중적 흐름과 완전히 동떨어지지 않는다. 전자음 기반의 사운드와 리드미컬한 퍼커션은 현대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즉각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요소다. 글로벌 소비 패턴은 점점 더 에너지 있는 사운드와 명확한 감정 표현을 요구하고 있다. 로사리아는 이 요구를 자신의 예술적 언어 안에서 자연스럽게 흡수한다. 이를 통해 예술성과 대중성 두 축 모두에서 성장 중이다.

특히 로사리아는 세계 청취자에게 라틴 음악의 이해 방식을 바꾸는 데 기여하고 있다. 과거 라틴 팝이 지닌 열정적이고 직관적인 감정 표현은 여전히 핵심이지만 여기에 현대적 감각이 더해져 하나의 새로운 장르 동력이 되고 있다. 로사리아가 음악에서 추구하는 정서적 밀도는 대중이 음악을 감정의 도구로 사용한다는 현대적 감상 경향과 일치한다. 라 페를라가 사랑받는 이유에는 단순한 유행 이상의 어떤 감정적 통로가 작용하고 있다. 세계 리스너는 로사리아가 열어 놓은 문을 통해 기존보다 더 두꺼운 감정 경험을 하게 된다.

이번 주 글로벌 200 차트 성적은 로사리아의 세계 시장 진입이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 위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속된 신곡 발표를 통해 음악적 세계를 단계적으로 확장하고 그 과정에서 모든 곡마다 독립된 소비를 가능하게 한다. 한 곡이 잘 되면 나머지 곡도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구조가 마련되어 있다. 이는 플랫폼 중심 소비 환경에서 매우 효율적이며 대중적이다. 로사리아는 콘텐츠를 음악적 이벤트가 아닌 세계관 확장의 일부로 보여주려 한다. 이것이 바로 로사리아가 지금 세계 음악 산업에서 특별한 존재인 이유다.

로사리아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라틴 크리에이터 중 하나다. 향후 음악 활동이 어떤 방향으로 확장될지에 따라 라틴 음악의 미래 좌표가 바뀔 수 있다. 과거 라틴 음악의 중심이었던 지역 기반 정서는 로사리아 시대에 들어 글로벌 공용 감정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 흐름은 세계 음악 시장에서 라틴 장르의 영향력이 계속 확대될 것임을 예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