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기획①] 침체에도 오르는 자산 마그리트가 알려준 투자 타이밍

마그리트 1230만 달러 낙찰 침체기 속 초현실주의 블루칩 아트가 되살린 시장 신뢰 2025 아트마켓 리셋 신호, 단일 빅딜의 경제적 파급 분석

2025-11-22     박준식 기자
René Magritte, Le Jockey perdu (1942). 사진=Sotheby's.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2025년 글로벌 미술시장은 조정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경매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6퍼센트에서 9퍼센트 사이 감소한 것으로 주요 지표에서 나타났다. 초고가 미술품 거래 건수도 뚜렷하게 줄었다. 경제 불확실성과 투자심리 위축이 결합하며 단기 유동성이 약화되는 전형적 약세 상황이다. 그러나 2025년 11월 미국 뉴욕 소더비 모던 이브닝 세일에서 르네 마그리트의 1942년 작품 Le Jockey perdu가 1230만 달러로 낙찰되며 재평가가 시작됐다. 단일 거래가 시장 전체 신뢰 회복의 신호로 작용하며 구조적 재편을 촉발하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

Le Jockey perdu는 마그리트가 스스로 경력의 전환점으로 규정한 시기의 작품이다. 프랑스 작가이자 주요 초현실주의 후원자였던 윌리엄 코플리 컬렉션 출신이라는 출처까지 갖추고 있다. 이번 낙찰가는 예상 최고가를 넘어섰다. 동일 세일에서 거래된 살바도르 달리 장 뒤뷔페 호안 미로 폴 클레 작품 5점과 묶여 벅스바움 컬렉션 주요 작품 6점은 총 2500만 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최고가 실현이 아니라 시장심리 전환의 확정적 지표로 기능한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이번 거래는 대표적 블루칩 작품의 가격 신호가 강화된 사례다. 가격 신호는 미래 가치 기대에 직접 연결된다. 마그리트는 이미 2022년 뉴욕 크리스티에서 L Empire des lumieres가 1억2120만 달러로 거래되며 초현실주의 최고가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새 기록의 존재는 기준가격을 고정시키는 앵커링 효과를 발생시킨다. 이번 Le Jockey perdu의 1230만 달러는 전작들의 가격 지표를 재확인시키며 동일 군집 내 작품의 가격 추정치를 상향하는 데 기여한다. 가격 상향은 추정가 재설정 직결 요소이고, 향후 시장 출현 작품에 대한 구매 심리에 영향을 준다.

시장 신뢰 회복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조정기 미술시장은 가격 방어력이 약한 영역을 중심으로 취약성이 나타난다. 반면 브랜드 인지도 높은 작가, 역사적 의미가 확립된 작품, 단일 공급체제를 갖춘 희소 자산은 약세장일수록 상대적 수익률이 높아진다. 금융시장에서 금이나 프라임 부동산이 경기하강 국면에 방어적 자산으로 인식되는 현상과 유사한 구조다. 블루칩 아트는 변동성이 낮고 장기 가치 보존 속성이 강하며 고액자산가의 자산 분산 전략에서 비중이 유지된다. 이번 거래는 초고액 자산가들의 자산 배분 목적 매입이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준다.

특히 벅스바움 컬렉션이라는 출처가 이번 이브닝 세일 성과에 핵심 역할을 했다. 벅스바움 부부는 미국 시카고 부동산 산업을 기반으로 자산을 축적했으며 1950년대부터 약 60여 년간 초현실주의 중심의 모던 아트 작품을 체계적으로 수집했다. 시카고미술관 사진센터 지원, 아스펜 음악제 후원 등 공공미술 생태계 기여도 높다. 출처 안정성은 경매시장에서 진위 리스크를 낮추고 매수자 확신을 높이는 효과를 발생시킨다. 시장이 조정기에 들어가면 프로비넌스가 없는 작품군은 수요가 감소하지만, 검증된 컬렉션 출처를 가진 작품은 시장 심리 방어 기능이 강화된다.

거래 시점의 구조도 흥미롭다. 벅스바움 부부는 마그리트 작품을 1990년대 초 작품 수요가 둔화되었던 시기에 매입했다. 약세기에 진입할 때 이뤄진 장기 보유 전략은 결과적으로 자본차익 실현을 위한 최적 타이밍이 되었다. 투자 금융에서 활용되는 역발상 투자 개념과 동일한 방식이다. 가격이 저점에 형성될 때 우량 자산 비중을 늘리고, 수요 회복 이후 고점에서 유동화하는 전략이 교과서처럼 작동했다. 이번 낙찰은 감정적 선택이 아닌 경제적 판단을 기반으로 한 컬렉션 전략이 성과로 이어진 사례다.

미술시장의 최근 흐름을 보면 상위 티어 작품의 거래는 줄었지만 중저가대에서는 신규 컬렉터 유입이 증가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와 대체 자산군 매력 상승이 결합되면서 소형 작품과 신진 작가군 수요가 확대되는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이는 전체 시장 유동성을 강화하는 구조다. 그러나 시장 체질 개선이 완전히 이뤄진 상황은 아니다. 초고가 거래 건수 감소는 심리적 위축을 반영한다. 이때 기준가격을 유지하고 시장신뢰를 회복시키는 역할은 블루칩 아트가 담당한다. 이번 마그리트 거래는 딱 그 지점에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했다.

블루칩 작품은 시장지배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초현실주의 사조는 20세기 미술사에서 완전히 정립된 역사적 위상을 갖는다. 주요 미술관 소장 비율이 높고 글로벌 인지도도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중이다. 대중문화 활용 빈도가 증가하며 이미지 자산으로서 가치도 상승하고 있다. 특히 마그리트의 상징적 이미지 체계가 광범위하게 재생산되는 점은 브랜드 가치 유지와 직결된다. 공급 불가능성이 명확한 작품군에서 브랜드 인지도는 가격 유지의 핵심 요인이다.

리스크 요인도 명확하다. 미술품은 유동성이 낮다. 즉시 현금화가 어렵다. 경매사 수수료 보험 비용 보관 비용도 상당하다. 가치 하락 위험은 낮지만 거래 비용이 높은 구조다. 따라서 높은 초기 매입가 대비 수익률이 제한될 수 있다. 그러나 초고액 자산가 관점에서는 유동성보다 가치 안정성이 우선 순위다. 자산 포트폴리오 내 비중이 크게 높지 않다는 점에서 미술품은 경기에 대한 헤지 기능을 수행하며 재무적 균형을 유지하는 자산으로 편입된다. 시장이 불안할수록 이러한 속성은 더 유효해진다.

2025년 소더비 거래는 전반적 시장 침체 속에서 나온 예외적 상승이 아니다. 오히려 침체기에서 블루칩 아트가 시장 방향을 재조정하는 전형적 사례이다. 미술시장은 2024년부터 공급과잉 우려가 일부 제기되며 가격 균형 재조정이 진행됐다. 이 시점에 등장한 역사적 의미가 뚜렷한 작품의 성공적 거래는 시장이 과열이 아닌 재정비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가격 조정 이후에는 선별적 수요가 강화되고 우량 자산 중심으로 자본이 집중된다. 경제사적 관점에서 평가하면 블루칩 미술품은 약세장에서 오히려 수익률과 신뢰도를 증가시키는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거래는 향후 글로벌 경매에서 기준 분석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조정기가 길어질수록 작가 브랜드력, 출처 안정성, 사조 대표성이 결합된 작품의 매수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초현실주의는 이 조건을 모두 갖춘 영역이다. 2025년 현재 아트마켓에서 마그리트와 호안 미로 폴 클레 장 뒤뷔페가 안정적 투자군으로 구분되고 있는 이유가 명확해진다.

Le Jockey perdu의 이번 낙찰은 단순한 한 점의 성공이 아니다. 글로벌 미술시장에 적용될 새로운 기준 설정이다. 블루칩 작품은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될수록 자산 방어기능과 수익성 가능성을 동시에 보유한다는 사실이 다시 증명됐다. 2025년 이후 초현실주의 작품군의 시장적 위상은 더 공고해질 전망이다. 관건은 누가 조정기 동안 우량 작품을 선점하느냐다. 이번 벅스바움 컬렉션 사례가 답을 명확히 보여줬다. 장기적 안목과 검증된 안목이 결합될 때 미술품은 가장 견고한 자산으로 기능한다.

초현실주의 블루칩 아트의 투자 경쟁력

구분 초현실주의 블루칩 (예 르네 마그리트) 일반 현대미술 시장 전체
가격 흐름 장기 우상향 / 하방 방어력 강함 경기 민감도 높음 / 변동성 확대
거래 수요층 글로벌 자산가, 주요 기관 소장 선호 특정 컬렉터층 중심 / 계층 편중
공급량 작가 사후로 공급 고정 / 희소성 확대 새로운 작가 지속 진입 / 공급 증가 가능
브랜드 자산 이미지 인지도가 높고 대중적 확산력 작품별 인지도 편차가 큼
인플레이션 환경 실물자산 대체 선택지로 선호도 급상승 안전자산 대체 효과 상대적으로 낮음
가격 회복력 경제 저점기에도 회복 속도 빠름 경기민감형 섹터는 회복 지연
미술사적 평가 거장 중심의 확정된 역사적 위상 향후 평가 변화 가능성 상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