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기획③] 약세장에 산 작품이 수백억 벅스바움 전략 공개

벅스바움 컬렉션의 힘 안목, 타이밍, 스토리가 가격을 만든다 재평가 시대에 살아남는 컬렉션의 조건

2025-11-24     박준식 기자
Matthew and Carolyn Bucksbaum. 사진=Sotheby's.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글로벌 미술시장에서 작품 가격은 단일한 미학적 기준이나 거래 규모로 설명되지 않는다. 작품이 시장에 등장하기까지 담긴 소장 이력, 시대적 맥락, 컬렉터의 선택 과정 자체가 경제적 가치를 형성한다. 최근 뉴욕 소더비에서 이루어진 벅스바움 컬렉션의 2500만 달러 이상 낙찰 결과는 이 같은 구조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미국 부동산 산업을 기반으로 자산을 축적한 매튜 벅스바움과 캐롤린 벅스바움 부부는 1950년대부터 약 60여 년 동안 꾸준히 모던 아트 작품을 수집했다. 시카고와 아스펜을 중심으로 문화 후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시카고미술관 사진센터 설립 기부, 아스펜 음악제 후원, 시카고대 의대 지원 등 공공예술 강화 정책에 핵심 역할을 했다. 이러한 활동은 단순한 기부를 넘어 미술시장과 문화 인프라를 연결하는 기반이 되었다.

이번 소더비 경매에서 벅스바움 컬렉션이 높은 경쟁률을 이끌어낸 가장 주요한 요인은 출처 안정성이다. 미술품 시장에서 출처(provenance)는 가격 유지와 실현의 핵심 요소다. 소장 이력은 작품 진위와 보존 상태를 증명하는 가장 강력한 신뢰 장치로 기능한다. 벅스바움 컬렉션은 수십 년 간 체계적으로 관리되었기 때문에 정보 비대칭이 큰 미술시장 구조에서 매수자 리스크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이번 세일은 수집 전략의 일관성과 신뢰가 경제적 성공으로 연결된 대표 사례다.

벅스바움 부부의 작품 구매 시점도 중요한 분석 포인트다. 마그리트의 Le Jockey perdu는 1990년대 초반에 확보했다. 해당 시기는 초현실주의 시장이 과열되지 않았고 모던 아트 시장 전반이 재평가 단계에 있었다. 거장급 작가임에도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던 상황에서 이뤄진 매입은 결과적으로 자본차익 실현에 유리한 조건을 형성했다. 미술품 투자는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구조가 아니며, 장기 보유를 전제로 가격 상승이 이루어진다. 벅스바움 부부는 장기적 안목을 기반으로 한 매수 전략을 실천했고, 조정기와 상승기를 모두 거치며 성과를 실현했다.

컬렉션 구성 방식도 투자적인 의미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 벅스바움 컬렉션은 모던 아트 중심이지만, 초현실주의 회화에 집중하면서도 동시대 조각, 디자인, 부족 예술까지 확장했다. 스타일과 주제는 다르지만 공통된 미적 기준과 문화적 해석 방식이 유지되었다. 가격 편차가 큰 작품을 분산 편입한 구조는 위험 관리 측면에서도 효율적이었다. 미술시장에서 분산투자는 장르, 시대, 작가군을 적절하게 배분하는 데서 출발한다. 벅스바움 부부의 선택은 포트폴리오 구성으로 평가해도 완성도가 높았다.

시장 영향력도 분석 대상이다. 벅스바움 컬렉션은 미술관 전시를 통해 사회적 검증을 지속해 왔다. 마그리트, 달리, 미로 등 소장 작품들은 주요 미술관에 대여되어 연구 성과와 대중 노출을 확보했다. 전시 이력은 작품의 가치 상승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 미술사적 재평가가 이루어지는 순간 대중의 관심과 학술적 공인이 결합되며, 경매에서 경쟁률이 높아지는 구조다. 공공기관 협력은 단순한 홍보가 아닌 자산가치 제고 전략으로 작동했다.

특히 이번 경매에서 주목할 부분은 작품군별 수익률 분포다. 대표작 중심으로 가격 상승폭이 컸고, 덜 알려진 작품군도 안정적으로 수요를 확보했다. 이는 컬렉션 전체의 큐레이션 설계가 우수했음을 의미한다. 대표작만 모아놓은 수집은 가격 변동폭이 크고 시장 사이클에 따라 성과가 반전될 수 있다. 반면 벅스바움 컬렉션은 대표작을 중심으로 구성하되, 위험 분산이 가능한 장르를 조합했다. 이 방식은 수익률 안정에 기여하는 구조적 장점이 있다.

거시경제 환경도 벅스바움 컬렉션 평가에 영향을 준다. 2025년 글로벌 경제는 금리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긴장으로 안정적 자산 선호가 강화되는 국면이다. 이 환경은 미술품 수요 기반을 확대시키고 있다. 초현실주의 작품군은 장기적으로 확립된 가치가 있어 투자 위축 시기에도 가격을 방어한다. 벅스바움 컬렉션의 이번 낙찰 결과는 시장심리 회복의 주요 지표로 해석할 수 있다.

투자전략 관점에서 벅스바움 컬렉션이 남긴 메시지는 다음으로 요약된다. 첫째, 출처가 명확할수록 리스크는 감소한다. 둘째, 약세장 매수는 장기 수익을 만든다. 셋째, 미술사적 핵심 작가 위주의 분산투자 전략은 변동성 완화에 효과적이다. 넷째, 전시 이력과 공공 협력은 자산가치 상승에 기여한다. 다섯째, 컬렉션 구축은 금융지식과 문화적 이해를 결합하는 과정이다.

컬렉터의 중요성이 어떤 사조보다 크게 나타나는 초현실주의 시장에서는 이러한 전략이 결정적이다. 작가 이미지와 상징성이 강한 영역일수록 가격 형성에서 신뢰 요인이 강하게 작동한다. 벅스바움 부부의 전략은 데이터 기반의 수집과 미술사적 의미를 결합한 경영형 컬렉션 구축 방식이었다. 미술품을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자산으로 접근한 결과, 시장 변동에 흔들리지 않는 성과로 이어졌다.

이번 소더비 경매 이후 전문가들은 벅스바움 컬렉션을 기준으로 초현실주의 작품군 가격을 재산정하고 있다. 투자지표로서 벅스바움 사례를 참조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유사한 컬렉션 소장자들이 출품을 검토하는 상황도 예상된다. 공급이 제한된 시장에서 우량 출처 작품의 등장은 가격 상승 압력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결론적으로 벅스바움 컬렉션은 미술품이 단순한 예술적 취향을 넘어 장기적 자산성과 문화적 자본성을 갖출 수 있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수십 년간 지속된 안목과 계획적 매입 전략, 공공 예술 지원이 결합되면서 투자성과를 실현한 구조다. 시장이 불안정할 때 더욱 빛나는 자산, 그것이 블루칩 아트다.

벅스바움 컬렉션 수익 구조

작가명 작품 매입 시기 매입 환경 2025년 시장 환경 가치 상승 요인 예상 수익 실현 규모
르네 마그리트 1990년대 초 시장 약세 국면 대표작 수요 급증 기념비적 위치, 대표 시기, 희소성 5배 이상
장 뒤뷔페 1980년대 평가 저평가 구간 재평가 본격화 아르 브뤼트 핵심 작가, 국제 수요 확산 4배 수준
조안 미로 1980-90년대 구매 경쟁 약함 미술사적 위상 재부각 기관 매수 증가 3배 이상
살바도르 달리 1990년대 시장 변동성 존재 작품 선별 효과 중요 대표모티프 선호 유지 2~3배
파울 클레 1980년대 후반 작가시장 안정기 장기수요 지속 교육·전시 이력 신뢰도 2~3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