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트렌드①] 생 로랑이 VIP만 상대하겠다는 이유 수익은 따라올까

[KtN 임우경기자]생 로랑이 파리 아베뉴 몽테뉴에서 새롭게 선보인 플래그십은 운영 방식과 공간 구성 면에서 기존 플래그십 모델과 차별화된 전략을 보여준다. 대형 유동 인구가 몰리는 샹젤리제 매장과 달리, 아베뉴 몽테뉴 매장은 사전 예약 기반 응대와 제한된 출입을 기본 구조로 설정하고 있다. 샤르비트 대표가 제시한 목표는 매출 효율성 향상과 고객당 평균 거래액 상승이다. 이 목표는 초고액 소비자 중심의 수익 모델을 강화하는 것이며, 접근성 축소는 의도된 전략적 조치라는 점에서 기존 확장 중심의 명품 리테일과 대비된다.

이러한 전략은 VIP 소비가 여전히 안정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명품 시장 흐름과 맞물려 있다. 글로벌 명품 소비가 일부 시장에서 둔화되고 있지만 초고가 소비는 비교적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 특히 파리 골든 트라이앵글은 전통적으로 초고액 자산가의 구매 활동이 집중된 지역으로 분류된다. 이 지점은 생 로랑에게 높은 구매력과 연결된 고객을 가까이에서 응대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한다.

다만 접근성 축소와 고객 선별 구조는 고객 기반의 폭을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생 로랑은 지난 몇 년간 젊은 소비자층 확대를 통해 시장 규모를 키워 왔다. 고객층 다변화로 이어지는 성과를 유지하려면 신규 진입 고객이 유입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VIP 중심 전략은 고가 수요를 정밀하게 관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미래 수요 기반이 협소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 관찰이 필요하다.

공간 구성 측면에서는 예술과 디자인 자산이 강화되어 있다. 샤를로트 페리앙과 프랑수아 자비에 라랭의 가구, 피노 컬렉션의 마크 브래드포드 작품 등이 주요 요소로 배치되어 있다. 이러한 큐레이션은 브랜드 정체성과 예술적 담론을 확장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예술 중심 전략이 실제 구매 전환 흐름과 어떤 상관관계를 가질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데이터 관찰이 요구된다. 매장에서의 체류 시간이 제품 구매로 이어지는 강도가 약할 경우 고정비 부담 대비 성과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고민이 발생할 수 있다.

케어링 그룹의 포트폴리오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전략은 브랜드 차원을 넘어 그룹 차원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케어링은 구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생 로랑의 성장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VIP 중심 전략이 성과를 보여준다면 포트폴리오 안정성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VIP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수익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일부 핵심 고객의 구매 활동이 중단될 경우 실적은 즉각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경쟁 환경에서의 비교 역시 관건이다. 아베뉴 몽테뉴는 에르메스, 샤넬 등 초고가 비즈니스 운영 노하우를 축적한 브랜드가 이미 활동하고 있는 시장이다. 이들과의 경쟁은 단순히 매장 디자인의 경쟁이 아니며, VIP 고객과의 장기 관계 유지 경험에서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생 로랑이 이를 자산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단기적 성과뿐 아니라 장기적 관계 구축 구조가 확립돼야 한다.

조용한 럭셔리라는 흐름은 생 로랑이 강조하는 미학적 방향과 맞닿아 있다. 과한 로고와 장식 요소를 배제하고 소재의 질감과 선을 강조하는 방식은 일부 고가 소비자층에게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전체 시장에서 동일한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며, 특히 소셜 미디어 영향을 크게 받는 고객군에서는 제품을 통해 정체성을 표현하는 욕구가 유지되고 있다. 브랜드 전략이 하나의 소비층에 과도하게 집중될 경우 균형 유지가 과제로 남을 수 있다.

이번 아베뉴 몽테뉴 플래그십은 생 로랑이 추구하는 브랜드 방향성과 수익성 전략이 교차하는 지점에 놓여 있다. 고급 예술과 프라이빗 서비스가 결합된 환경은 프리미엄 이미지 강화에 유리하다. 그러나 매출 구조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와 VIP 비즈니스 특유의 변동성이 존재한다. 성과는 매출 데이터, 고객 재방문율, 고객당 구매 금액 등의 지표를 통해 평가될 것이며, 향후 1년이 전략 타당성을 판단하는 주요 기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생 로랑이 선택한 집중 전략이 시장 확장 단계에서의 안정적 수익 기반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전략이 글로벌 명품 시장에서 새로운 기준이 될지, 아니면 조정이 필요한 실험으로 남을지는 곧 구체적인 실적 지표를 통해 확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