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 Insight②] 석류 속 시간 되감는 분자 Urolithin A 정체

고대 열매에 숨겨진 항노화 열쇠 세포 회춘을 향한 실험실의 탐구

2025-11-23     정석헌 기자
석류.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정석헌기자]석류는 오랜 세월 동안 다산과 장수를 상징하는 과일로 전해졌다. 이 과일이 고대인의 상상 속에서 특별한 의미를 얻은 이유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최근 분자생물학 연구와 인체 임상 데이터를 통해 석류가 지닌 잠재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핵심은 석류에 함유된 엘라기탄닌 계열 폴리페놀을 장내 미생물이 분해하여 생성하는 Urolithin A다. 이 분자는 노화한 세포 내부에서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를 제거하고 새로운 미토콘드리아 생성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노화된 세포를 청소하고 재활성화하는 원리가 과학적 실험을 통해 반복적으로 확인되면서 노화 연구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 생산을 담당한다. 인체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면역세포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나이가 들면 미토콘드리아의 품질 관리 기능이 저하되고 손상된 미토콘드리아가 쌓이기 시작한다.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은 이를 노화세포의 에너지 고갈 문제로 해석한다. 면역세포는 이러한 변화로 인해 감시 기능과 공격력을 잃어간다. Urolithin A는 미토파지 과정을 활성화하여 노화된 미토콘드리아를 제거하고 새로운 미토콘드리아 생성을 촉진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노화로 인해 둔해진 면역세포가 다시 에너지를 공급받아 반응성을 회복하는 과정이 관찰된다.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교 생명과학자들은 동물 모델 실험에서 Urolithin A를 투여한 노령 생쥐가 근육 기능 회복과 수명 연장 효과를 보였다고 보고했다. 세포 단위 활성화가 실제 개체 수준에서도 기능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근거다. 같은 연구기관은 인체 임상에서도 근육지구력 개선 효과를 검증한 바 있다. 노년층의 6분 걷기 평가에서 Urolithin A 섭취군이 위약군보다 유의하게 향상된 기록을 보여주었다. 실험에 참여한 연구진은 근력과 지구력뿐 아니라 피로도 감소와 삶의 질 개선 요소도 함께 관찰했다고 밝혔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게오르크 슈파이어 연구소와 프랑크푸르트 대학병원 공동팀이 발표한 Urolithin A 임상 연구는 특히 면역세포에 초점을 둔 시험이었다. 연구진은 45세에서 70세 사이 성인 50명을 모집하여 4주간 Urolithin A 보충제를 투여했다.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에 게재되었다. 효능 측정 결과 나이브 T세포가 증가하며 면역세포 구성 비율이 젊은 연령층에 가까워지는 패턴을 보였다. 실험실 내 세균 제거 시험에서도 기능 저하가 회복되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연구 책임자인 도미닉 뎅크 프랑크푸르트 대학병원 의사과학자는 모든 참여자를 대상으로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건강한 성인에서 장내 부작용이나 염증성 반응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은 향후 대규모 임상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높인다.

Urolithin A가 어떻게 면역세포 반응성을 회복시키는지 생화학적 설명도 제시된다. T세포는 기능에 따라 다른 에너지 원을 사용한다. 활성화된 T세포는 포도당 중심 대사 방식에 의존하고 반면 장기 생존 메모리 T세포는 지방산 산화를 기반으로 에너지를 얻는다.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면역대사 연구팀은 고품질 미토콘드리아가 유지될수록 T세포가 효율적인 지방산 산화 경로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에너지 효율 개선은 곧 면역 반응의 질을 좌우하는 요소가 된다.

장내 미생물은 Urolithin A 생성 여부를 결정하는 관문이다. 분자생물학 연구에 따르면 인체는 엘라기탄닌을 직접 Urolithin A로 전환하지 못한다. 장내 미생물 군집 속 특정 종이 이를 대사하여 생산한다. 고려대학교 의생명과학 연구원은 장내 미생물 구성에 따라 Urolithin A 생성량 차이가 크다는 점을 보고했다. 생산 능력을 가진 미생물을 많이 보유한 사람은 석류 섭취만으로도 Urolithin A 효과를 어느 정도 얻을 수 있지만 생산 미생물이 부족한 사람은 섭취 효과가 미미하다. 따라서 개별 장내 미생물 검사 기반의 맞춤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등장한다.

식품의약 규제 관점에서 Urolithin A의 현재 위치는 건강기능소재 단계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Urolithin A를 GRAS로 분류하여 일반적인 식품 첨가물로 인정하지만 의약품 접근은 여전히 평가 단계에 있다. 유럽연합은 Urolithin A를 신규식품 범주에 포함하여 97퍼센트 이상의 순도를 요구한다. 인증과 허가 절차에는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각국의 기능성 식품 및 의약 규제 전문가들은 생산 원가 관리와 품질 인증이 시장 진입의 관건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생산 기술 역시 상업화의 핵심 요소다. 제조사는 합성과 발효 두 가지 방식으로 Urolithin A를 생산한다. 장내 미생물 발효 기반 접근은 생체 친화적이라는 장점이 있으나 공정 안정성과 생산 효율이 부족할 수 있다. 반면 화학 합성 방식은 높은 순도의 대량 생산이 가능하지만 생산 비용과 친환경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세계 기능성원료 시장조사 기업들은 기술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많은 바이오 기업이 관련 균주 확보 생산공정 자동화 품질 관리 시스템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도 Urolithin A는 주목할 가치가 있다. 노년층의 면역 기능 저하는 감염위험 증가와 암 치료 비용 상승을 유발한다. 면역 회춘을 통해 감염병 사망률이 낮아지고 암 치료 효율이 개선된다면 의료 재정 부담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경제학자들은 면역 기능 유지가 고령 인구의 경제 활동 지속 가능성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한다. 생산 가능한 고령층이 증가하면 연금 부담 감소 소비시장 확대 노동력 유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Urolithin A 연구는 이제 초기 단계에서 핵심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학계와 산업계 모두 면역노화 대응 전략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특히 면역항암치료와 병용했을 때 어떤 성과가 나타날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게오르크 슈파이어 연구소 연구팀은 항암치료 환자 대상 후속 임상 결과가 프랑크푸르트 임상연구의 의미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 주요 암 연구기관과 대학 의료센터가 관심을 보이며 임상 네트워크 확대도 진행 중이다.

면역 회춘 개념이 제시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그러나 생명과학은 이미 인체 세포 속에 존재하는 자연적 복원 능력을 실험실에서 확인했고 Urolithin A는 그 핵심 단서로 부상했다. 노화의 각 단계에서 세포가 보여주는 기능 저하를 늦추거나 되돌리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현재 Urolithin A는 면역 기능을 포함한 다양한 건강 지표 개선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장기간 효과 안전성 질환별 효능 차이 등 해결해야 할 임상 과제가 남아 있다. 과학계는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추가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