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 Insight④] 같은 석류 다른 효과 장내 미생물이 성패를 가른다
Urolithin A 반응성 개인차 석류 회춘 효과의 숨겨진 변수
[KtN 정석헌기자]석류 속 폴리페놀에서 생성되는 Urolithin A는 노화한 면역세포를 회복시키는 핵심 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임상 연구에서 확인된 면역 회춘 현상은 항노화 의학 분야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모든 성인이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석류를 아무리 많이 먹어도 일부 성인은 인체 내부에서 Urolithin A가 전혀 생성되지 않는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성장하고 임상 연구가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Urolithin A 반응성의 개인차는 필연적으로 해결해야 할 논점으로 떠올랐다.
장내 미생물은 Urolithin A 생성의 출발점이다. 인체는 엘라기탄닌을 직접 Urolithin A로 전환할 수 없다. 장내에서 특정 미생물이 엘라기탄닌을 분해하여 Urolithin A를 만들어낸다. 고려대학교 의생명과학 연구원은 Urolithin A 생성 능력을 가진 인구가 약 40퍼센트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나머지 인구는 석류를 섭취해도 Urolithin A가 거의 생성되지 않는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서로 다른 생리학적 결과를 얻는 이유는 인체 내부 환경의 차이에 있다.
장내 미생물 구성은 개인별로 크게 달라진다. 식습관 거주 환경 약물 복용 이력 유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특히 항생제 사용이 잦았던 경우 특정 미생물이 감소하거나 소멸될 수 있다. 인체는 자신만의 미생물 생태계, 즉 마이크로바이옴을 가지고 있으며 이 생태계는 유년기부터 형성되어 성인이 되면 일정한 구성을 유지한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장내 미생물 검사가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장내 미생물 군집 중 Urolithin A 생성과 관련된 대표적 균주는 Gordonibacter 및 Ellagibacter 속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연구진은 이 균주들이 엘라기탄닌을 Urolithin A로 변환하는 핵심 효소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반대로 이 균주가 부족한 사람은 석류를 섭취해도 세포 회춘에 필요한 물질을 충분히 생성하지 못한다.
생명과학 업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첫 번째 접근은 장내 미생물을 직접 개선하는 방법이다. 유익균을 보충하는 프로바이오틱스 전략이 대표적이다. 국내외 미생물 소재 기업들은 Urolithin A 생성 균주의 배양과 보급을 연구하고 있다. 초기 단계지만 특정 균주를 투여할 경우 Urolithin A 생산 능력이 개선되었다는 동물 연구 결과도 보고되었다.
두 번째 접근은 Urolithin A를 직접 섭취하는 방식이다. 장내 미생물에 의존하지 않는 방법으로 보충제를 통해 즉각적인 혈중 농도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스위스 로잔 소재 바이오 기업들이 주도한 임상에서는 Urolithin A 보충제를 투여한 후 일정 농도의 Urolithin A가 혈중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결과가 제시되었다. 프랑크푸르트 연구팀 역시 보충제 투여 방식으로 T세포 회춘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발효 기반 또는 합성 기반 제조로 고순도 Urolithin A를 공급하는 방향이 산업계에서 우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세 번째 접근은 개인맞춤형 영양 전략이다. 국내 병원 중 일부는 장내 미생물 검사를 도입해 Urolithin A 생성 가능성을 판별하고 있다. 검사 후 생성 능력이 낮은 경우 보충제 섭취를 권장하거나 미생물 보충 전략을 병행한다. 환자 맞춤형 솔루션이 확대되면 석류 기반 항노화 소재의 적용 대상이 넓어진다.
장내 미생물 구성은 면역 기능 전반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장 환경이 균형을 잃으면 염증 반응이 증가하고 면역세포 활성이 저하되는 경우가 보고되었다. 서울아산병원 면역내과 임상의들은 장내 미생물 구성의 노화가 면역노화를 가속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미생물 불균형이 지속되면 면역체계는 스트레스 상태에 놓이며 감염과 암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 장내 환경 관리가 곧 면역 건강 관리라는 의견이다.
Urolithin A 반응성 격차를 해결하지 못하면 시장 확대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보면 이 분야는 개인맞춤형 의료 시장을 촉진할 기회이기도 하다. 생명공학 업계는 이미 장내 미생물 정보와 보충제 전략을 결합한 통합적 항노화 서비스를 연구하고 있다. 시장 규모는 노년층 증가와 함께 확대될 전망이다.
생산 측면에서도 도전과 기회가 공존한다. 기능성 소재 시장 분석기관은 Urolithin A 원료 생산 비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발효 기반 생산의 경우 균주 유지 비용과 공정 변동성이 문제다. 화학 합성 전략은 대량 생산에 유리하지만 친환경성과 제조 공정 효율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산업계는 고순도 생산 기술을 완성하기 위해 공정 자동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규제 당국의 관점에서도 보완해야 할 과제가 존재한다. Urolithin A는 미국에서 식품 첨가물로 인정받았지만 의약품으로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질환 대상 임상시험이 필요하다. 유럽연합의 경우 특정 식품군에만 사용을 허가하고 있어 응용 범위 확대가 필요하다. 한국에서는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하기 위한 과학적 근거 확보가 진행 중이다. 규제 평가 기준이 명확해질수록 시장 진입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장내 미생물 격차는 인류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동일한 식품을 섭취해도 인체는 서로 다르게 반응한다. 건강을 결정짓는 요인 중 상당 부분은 보이지 않는 미생물 생태계 내부에 숨어 있다. 장내 환경 변화가 성공적인 면역 회춘의 조건이라는 과학적 근거가 쌓이면서 개인 중심 의료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면역 회춘은 개인의 생존 전략이자 사회 전체의 보건 전략이다. 고령층 면역력 회복은 감염 사망률 감소와 의료비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 고령의학 연구팀은 면역 건강이 유지되는 고령층 증가가 경제적 활력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한다. 생산 가능한 고령 인구는 고령사회에서 성장의 기반이 된다.
Urolithin A는 장내 미생물이라는 변수를 거치면서 세포의 회춘 가능성을 현실화한다. 과학자들은 마이크로바이옴을 조절해 몸 안에서 자연적으로 Urolithin A를 생성시키는 전략을 장기적 목표로 삼고 있다. 한편 단기적으로는 보충제를 통한 직접적 접근이 효과를 확실하게 전달하는 방법으로 받아들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