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트렌드①] 중국 웹드라마의 질주, 기술이 시장을 지배하는 순간
AI가 뒤바꾼 제작 생태계, 플랫폼이 재편한 권력 구조… 글로벌 패권 경쟁의 실제
[KtN 전성진기자]중국 웹드라마 산업은 지난 몇 년 동안 눈에 띄는 속도로 성장했다. 스마트폰 사용 증가와 고속 데이터망 보급으로 온라인 영상 시청이 일상화되면서, TV 방송 중심이었던 중국의 콘텐츠 소비 구조는 빠르게 온라인 중심으로 이동했다. 특히 웹드라마는 한때 저예산·실험 콘텐츠 정도로만 인식되었지만, 기술 발전과 플랫폼 경쟁 가속을 계기로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구축했다. 제작 기술의 비약적인 고도화, 플랫폼 중심의 유통 구조 정착, 소비자 수요 변화가 복합적으로 결합하여 산업 체급을 키워냈다.
중국 웹드라마 시장 규모는 2018년 약 110억 위안 수준에서 2024년에 150억 위안대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향후 수년 내 180억 위안 이상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복수의 시장 보고서를 통해 제기되고 있다. 단순한 성장세가 아니라 산업 주도권이 방송사에서 온라인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가 핵심이다. 텐센트비디오, 아이치이, 유쿠를 중심으로 한 주요 플랫폼 기업이 제작 단계까지 관여하며, 자본 조달과 기획, 유통 및 수익 회수 과정 전반을 통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통적인 방송사 중심 제작 구조는 무너지고 있다.
제작 효율화는 산업 확장의 가장 큰 원동력으로 평가된다. 중국 제작사는 자연어 처리 기반 AI를 활용해 흥행 콘셉트를 분석하고 스토리 구조를 자동 설계하는 시스템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수천 편의 드라마를 데이터로 삼아 관객 반응을 비교 분석하는 방식이다. 흥행 가능성이 높은 서사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어 기획 단계의 리스크를 최소화한다. 시나리오 작가 역시 이러한 분석 결과를 토대로 빠르게 대본 개발을 진행할 수 있다. 중국 제작 현장에서 AI는 더 이상 보조 도구가 아니라 ‘상업적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기능한다.
촬영 환경 역시 혁신적으로 개선되었다. LED 가상 촬영 기술은 대규모 세트를 사용하지 않고도 현실감 있는 화면을 구현한다. 사극, 판타지, 무협 장르에서 이 기술의 활용이 두드러진다. 세트 제작과 이동, 후반 특수효과 제작 기간이 대폭 단축되면서 제작비 절감 효과가 극대화되었다. 최근 선보인 선협 장르 작품 일부는 촬영 장면의 절반 이상을 가상 환경에서 구현해 제작 기간을 기존의 70% 수준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 가상 제작 기술이 단순한 비용 절감 수단을 넘어, 현장에서의 배우 몰입도 개선과 미학적 완성도 제고까지 동시에 이루고 있다.
중국 제작사들은 AI로 생성한 가상 인물을 배우로 활용하는 실험도 계속하고 있다. 단역이나 조연의 경우 AI 배우를 투입함으로써 일정 관리 부담을 줄이고 촬영 효율을 높인다. 일부 기업은 AI 배우가 감정 표현과 대사 연기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으며, 향후 주요 역할까지 확장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AI 기반 제작 구조 확대는 중국이 영상 산업에서 세계 최초로 새로운 협업 패러다임을 정착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콘텐츠 서사의 변화도 눈에 띈다. 중국 웹드라마는 오랫동안 웹소설 기반 IP 개작 콘텐츠에 의존해왔다. 거대한 팬덤을 바탕으로 흥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최근 제작사와 플랫폼은 오리지널 대본 개발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오리지널 대본 비중 증가 현상은 단순한 트렌드 변화가 아니라 장기적 산업 전략 차원에서의 판단으로 볼 수 있다. 중국 시청층의 취향 변화와 글로벌 수출 확대 전략이 결합한 결과이다. 특히 범죄, 수사, 첩보, 현대 사회 이슈를 다룬 드라마들이 높은 평가를 받으며 주목받고 있다.
웹드라마의 작품성도 크게 향상되었다. 실제 범죄 사건을 모티브로 한 서스펜스 드라마는 온라인 평점 플랫폼에서 호평을 기록하고 있으며, 캠퍼스·직업 세계 소재 드라마는 도시 청년층 사이에서 강한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 드라마 속 캐릭터가 현실 사회 문제를 직접적으로 반영하면서 기존 드라마보다 높은 몰입도를 제공한다는 평가가 많다. 이는 제작사들이 현실주의 경향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중국 소비자들은 모바일 기반 숏폼 드라마 시청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짧은 러닝타임 안에 핵심 서사가 압축되어 전개되는 형식으로, 이동 시간이나 휴식 시간에 부담 없이 즐기기 적합하다. 숏폼 콘텐츠는 플랫폼의 수익 구조에도 긍정적이다. 낮은 제작비, 빠른 회수, 높은 회전율이 강점이며, 알고리즘 기반 추천 시스템과 결합해 새로운 인기 작품을 빠르게 확산시키는 효과까지 마련된다. 중국 플랫폼과 제작사는 숏폼 콘텐츠를 실험적 제작의 전진 기지로 삼거나 장편 드라마와의 연계 전략을 구사하는 추세이다.
중국 정부는 웹드라마 산업을 콘텐츠 수출과 문화 소프트파워 강화의 자원으로 바라보며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정책은 드라마 형식을 기존 장편 중심에서 중편, 숏폼, 영화형 드라마 등으로 세분화하며 다양한 제작 시도를 제도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시대성 반영과 현실 소재 강화를 요구하는 정책 방향은 사회적 화두를 중심으로 한 드라마 제작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중국 웹드라마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에서 나아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매체로 자리매김하도록 유도한다.
중국 제작사는 자국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을 강화하고 있다. AI 자막, 자동 더빙, 국가별 문화 요소 적응 시스템을 도입해 해외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는 방식이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중국 웹드라마의 시장 점유율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으며, 중남미와 중동 지역에서도 시청자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파트너십 체결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 역시 중국 드라마 확보에 나서고 있어 향후 확장 가능성은 매우 높다.
웹드라마 산업 성장에는 세 가지 결과가 도출된다. 첫째, 중국 영상 콘텐츠 시장의 무게 중심이 온라인으로 확고하게 이동했다. 둘째, 제작 기술 혁신이 콘텐츠의 미학과 효율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셋째, 플랫폼과 정책의 전략적 결합이 해외 시장 확장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중국 웹드라마는 이미 아시아 콘텐츠 시장 내 주요 경쟁자가 되었다. 제작 속도, 자본력, 기술, 정책 기반까지 결합한 산업 구조는 글로벌 콘텐츠 경쟁 질서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 웹드라마 산업의 진화는 멈추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작 자동화는 더욱 확대되고, 플랫폼 경쟁은 더욱 첨예해질 전망이다. 해외 시장에서의 수익 구조 확립, 오리지널 IP 확보, 장르 확장 등 숙제는 남아 있지만, 시장의 잠재력과 성장 속도를 고려할 때 미래 가능성은 충분하다. 콘텐츠 패권 경쟁 속에서 중국 웹드라마는 더 이상 변방이 아니라 주도권을 겨루는 핵심 전장으로 부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