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트렌드③] K-드라마를 넘어? 세계로 뻗는 C-드라마의 진짜 무기

동남아에서 중동까지, 기술과 플랫폼, 국가 전략이 결합한 중국 콘텐츠의 전방위 공세

2025-11-25     전성진 기자
웹드라마. 사진=wetv,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전성진기자]한국 드라마는 지난 10여 년 동안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중심에서 스토리텔링 혁신을 주도해왔다. 인간 심리를 촘촘하게 파고드는 서사, 세계 보편 정서를 녹인 정극 장르, 완성도 높은 연출이 결합해 넷플릭스와 글로벌 지상파를 가리지 않고 성공을 거두었다. 이러한 영향력은 한류라는 이름으로 문화적 위상까지 확장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또 하나의 강력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중국 웹드라마가 조용하지만, 집요하고, 전략적으로 세계를 향해 세력을 넓히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 플랫폼 기업, 제작사가 총력으로 밀어붙이는 외연 확장 흐름은 단기간에 가볍게 넘길 현상이 아니다. 콘텐츠 패권 경쟁 구도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중국의 해외 전략은 명확하다. K-드라마가 구축한 시장 인프라를 발판 삼아 보다 빠르게, 싸게, 대량으로 공급해 점유율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플랫폼 중심의 제작 구조와 자동화 기반의 제작 기술은 글로벌 판권 전략과 결합되어 공격적 진출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드라마를 단순한 문화상품이 아니라 국가 전략산업으로 정의하며 밀어붙이는 공세는 한국과 다른 차별 요소이다. 한국 콘텐트는 창작성과 시장성 중심으로 발전한 반면, 중국은 정책화된 콘텐츠 자본력이 글로벌 확장에 동원된다.

중국 웹드라마는 동남아시아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베트남·태국을 중심으로 모바일 기반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짧은 호흡과 빠른 전개를 가진 중국형 숏폼 웹드라마가 자연스럽게 침투했다. 한국 드라마가 TV·OTT 기반 장편 위주로 시장을 넓혔다면, 중국은 숏폼을 중심으로 저비용·고회전 모델을 앞세워 틈새가 아닌 주류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특히 태국에서는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에서 C-드라마 점유율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아시아권에서의 안정적 기반 확보 이후 중국 제작사는 전선을 서진으로 넓히고 있다. 중동과 중앙아시아는 자국 드라마의 해외 수출 경험과 더빙 인력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시장이다. 중국 제작사는 현지 배급사와 전략 제휴를 통해 아랍어·페르시아어 더빙을 빠르게 구축하고 있다. 소비자의 문화적 거부감을 최소화하기 위한 설정 조정과 스토리 편집까지 자동화한 현지화 기술은 글로벌 콘텐츠 경쟁에서 중국이 가진 독보적 무기이다. 한국 드라마가 섬세한 감성과 정극 연출로 글로벌 팬층을 형성했다면, 중국 콘텐츠는 기술 기반 현지화 역량으로 빠른 침투 속도를 확보한다.

중국 제작사는 AI 번역·자막 생성 시스템을 활용해 언어 장벽을 무너뜨리고 있다. 현지 언어의 말투와 표현 규범까지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하는 자동 더빙 시스템은 콘텐츠 전달력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한국 제작사가 감성의 깊이를 강조한다면, 중국 제작사는 기술 효율과 대량공급에 기반한 시장 확대 속도를 강조한다. K-드라마가 정교한 서사로 시간을 들여 관계를 형성하는 방식이라면, C-드라마는 빠른 비즈니스 모델 구현과 전략적 확장에 초점을 맞춘다.

중국 전통 미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비주얼 전략도 해외 확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선협과 무협 장르는 언어적 제약을 덜 받는 판타지 장르에 속하며, 중국 특유의 영상미는 글로벌 시청자에게 낯설면서도 매력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여기에 가상 촬영 기술이 결합되면서 영상 완성도는 빠르게 상향되고 있다. 한국 드라마가 현실 세계의 감정선을 깊이 파고드는 데 강점이 있다면, 중국 웹드라마는 압도적 장면 설계로 시각적 묘미를 극대화하고 있다. 플랫폼 알고리즘은 이러한 특성의 콘텐츠를 적극 추천하며 시청자 확장을 가속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해외 수출을 정치적 영향력 확장의 수단으로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드라마는 국가 이미지 형성, 사회 체제 선전, 경제 확장과 연결되는 문화 외교 자원이다. 한국 콘텐츠가 산업주도형으로 성장한 반면, 중국 콘텐츠는 정부·자본·플랫폼이 일체화된 구조로 해외 시장을 공략한다. 정책 차원에서 해외 판권 지원과 수익 인센티브 제공이 이루어지는 환경에서 제작사는 공격적 투자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중국 콘텐츠는 단순한 상업적 흥행 이상을 목표로 한다. 국가 전략의 문화적 팽창 방식이다.

다만 중국 콘텐츠의 글로벌 확장은 명확한 위험 변수도 내포한다. 검열 중심의 제작 환경은 스토리 다양성을 제한하며 정치적 색채를 콘텐츠 전반에 남길 수 있다. 해외 소비자가 이를 인식할 경우, 언론 자유와 표현 권리에 민감한 국가에서 거부감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서사 속 가치관과 사회상 묘사가 중국 정부의 선전 프레임에 맞춰 조정되는 구조는 해외에서 문화적 신뢰를 확보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 한국 드라마의 강점은 정치적 독립성과 창작 자유에서 비롯된 정서적 설득력인데, 중국 콘텐츠가 같은 강점을 확보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럼에도 중국 콘텐츠는 후퇴하지 않는다. 오히려 비판을 비용으로 감수하고 세계를 향해 전진한다. 제작 환경이 안정적이고 수익 회수 구조가 명확하며, 인력·기술·자본이 결집된 산업 경쟁력은 글로벌 시장에서 강력한 헤게모니 도전 요소가 된다. 한국이 한류를 기반으로 아시아 문화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보해왔다면, 중국은 체계적이고 거대한 구조를 바탕으로 문화 시장의 양적 지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웹드라마는 향후 3년에서 5년 사이 글로벌 OTT 내부에서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 저비용·대량공급·기술 기반 현지화·정부 지원이라는 네 가지 요소는 콘텐츠 산업에서 수익성과 점유율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강력한 조합이다. 반면 한국 드라마의 미래 경쟁력은 창작 다양성과 서사 혁신을 유지하며 글로벌 정서를 연결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 감정 서사의 깊이와 사회적 질문을 위축시키지 않고 지속적으로 갱신해야만 독보적 존재로 남을 수 있다.

중국 웹드라마의 진짜 무기는 자본이나 스케일만이 아니다. 효율과 속도, 전략적 기획, 정치적 후원, 기술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체계적 확장력이 핵심 경쟁력이다. 한국과 중국의 경쟁은 단순히 콘텐츠 제작사의 경쟁이 아니라, 문화체계의 대결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시청자는 단순히 영상 취향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문화적 질서를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게 된다.

K-드라마가 품은 예술성과 감성, C-드라마가 무장한 전략적 효율과 기술은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앞으로의 글로벌 시장에서 두 나라 콘텐츠가 어떻게 균형을 이룰지, 혹은 어느 한쪽이 판 전체를 흔들지 주목할 시점이다. 중국 웹드라마는 이미 문을 두드리는 단계를 넘어, 세계 시장으로 성큼 들어왔다. 한국 콘텐츠가 쌓아 올린 벽을 넘기 위한 움직임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문화 패권의 향방은 이제 막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