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트렌드 JAPAN①] TV 없는 세대, 일본 OTT 시장이 달리고 있다

글로벌 OTT 공습과 방송국의 위기, 스마트폰 시청 세대가 새로운 질서를 만들다

2025-11-23     전성진 기자
OTT 플랫폼이 미디어 산업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콘텐츠 제작과 유통 구조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전성진기자]일본에서 TV는 더 이상 거실의 중심이 아니다. 10~30대 시청자 다수가 방송 대신 스마트폰으로 OTT 서비스를 이용하며 영상 소비 패턴을 바꾸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OTT 가입자가 급증했고, 그 흐름은 정체되지 않았다. 시장조사 기관은 2024년 일본 유료 OTT 시장 규모가 약 5천7백억 엔에 이르고, 향후에도 안정적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 분석한다. 방송국 중심 구조가 유지되어온 일본 영상 산업은 지금 거대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일본 시장에서 주목할 점은 OTT 경쟁이 단순히 글로벌 플랫폼만의 전쟁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일본 콘텐츠 시장은 역사적으로 지상파 영향력이 매우 강했다. 시청률 데이터가 광고 시장을 완전히 지배해왔고, 방송사는 거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스마트폰 중심의 콘텐츠 소비 확산은 기존 구조에 균열을 만들고 있다. 20~30대 소비자는 TV 시청 시간을 급속히 줄이며 방송을 필수 매체로 인식하지 않기 시작했다. OTT는 소비자의 콘텐츠 선택권을 넓히고, 시간·장소 제약 없이 시청을 가능하게 하며, 완전히 다른 시청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변화 속에서 글로벌 OTT 서비스는 일본 시장 공략을 가속했다. 넷플릭스는 2015년, 디즈니플러스는 2020년 일본에 진출하며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늘렸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일본 특유의 ‘가성비' 니즈에 기반해 빠르게 사용자를 확보했다. 일본은 콘텐츠 완성도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은 반면, 구독료 지출에는 비교적 보수적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아마존 프라임은 쇼핑 혜택과 함께 OTT를 제공하는 모델을 내세워 시장을 넓혔다. 글로벌 OTT는 경쟁 장치가 부족했던 일본 시장에 신선한 대안을 제시했고, 이는 방송사 지배 체계를 약화시키는 직접적인 요인이 되었다.

OTT 소비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일본 서점에서 종이잡지는 여전히 강세지만, 영상 콘텐츠만큼은 모바일 중심 소비로 완전히 돌아섰다. 지하철, 카페, 이동 중 시청이 일반화되며 방송의 독점적 시간 점유는 소멸하고 있다. OTT 플랫폼은 알고리즘 기반 추천 시스템을 활용하여 소비자에게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시청자는 방송 편성표를 따르지 않고 개인 취향에 맞춰 콘텐츠를 소비한다. 결과적으로 방송국이 쥐고 있던 ‘콘텐츠 선택권’은 플랫폼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콘텐츠 유형 변화도 확연하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애니메이션 산업을 보유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은 글로벌 OTT에 공급되는 일본 콘텐츠 가운데 가장 성공한 장르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수요가 폭발하며 수출 시장 확대를 견인했다. 실사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역시 글로벌 OTT를 통해 재조명되고 있다. 한국 드라마가 감정 서사 중심으로 세계 공감을 형성했다면, 일본 콘텐츠는 캐릭터 중심 세계관과 장르적 실험에서 강점을 드러낸다. 글로벌 OTT는 일본 작품의 특수성과 매력을 새로운 방식으로 유통하고 있다.

광고 기반 OTT 모델 또한 일본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 소비자 상당수는 유료 구독에 부담을 느끼며 광고 기반 무료 시청을 선호한다. 방송국은 지상파 광고 시장이 축소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OTT 광고 상품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광고주는 TV와 온라인 양쪽에 동시에 노출되는 하이브리드 광고 형식을 선호하는 추세다. 일본 OTT 산업의 광고 비즈니스는 방송·온라인 결합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이 변화는 방송국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지상파는 기존 편성 중심의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위한 영상 전략을 마련할 필요성이 커졌다. OTT의 장점인 데이터 분석 기반 콘텐츠 기획, 이용자 개인화 기술을 확보하는 일이 시청자 되찾기의 핵심 요소다. 이미 주요 방송사는 디지털 제작 역량 강화, 데이터 기반 편성, 자체 OTT와 제휴 OTT 운영에 적극적이다. 과거처럼 시청률만으로 콘텐츠 경쟁력을 평가할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OTT 사업자는 콘텐츠만 잘 만들면 되는 시대가 아니다. 일본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서비스 품질·가격 정책·현지화 전략까지 모두 고려한 밸런스가 필요하다. 넷플릭스는 일본 오리지널 제작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고, 디즈니플러스는 IP 패밀리 전략으로 충성도를 높이는 방식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은 팬덤 기반 콘텐츠 소비가 강력한 시장이다. 이를 겨냥한 OTT의 컬렉션 전략과 이벤트 프로그램이 경쟁 핵심으로 떠오른다. 일본 OTT 사업자와 글로벌 사업자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용자 기반 확대를 노리고 있다.

일본 시장의 특성을 고려할 때 OTT 서비스 성장에는 명확한 과제가 존재한다. 첫째, 방송권 문제이다. 일본 방송사는 영상 콘텐츠의 저작권과 판권에 매우 민감하며, OTT에 콘텐츠를 개방하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이는 OTT의 콘텐츠 공급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인이었다. 두 번째는 유료 구독 시장 규모 성장 한계다. 일본 소비자는 스트리밍 서비스에 지출할 의사가 아직 크지 않다. OTT 서비스가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광고 기반 수익모델 강화와 상품 결합 전략이 계속 필요하다.

그럼에도 일본 OTT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높다. 콘텐츠 소비 방식이 완전히 변화했고, 글로벌 경쟁이 활발해졌다. 방송국과 플랫폼 간 제휴 확대, 광고 기반 수익모델 확립, 오리지널 제작 강화가 동시에 발생하며 시장 생태계는 활발히 재구성되고 있다. 기존에 일본 영상 산업을 지배하던 구조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새로운 영상 중심축이 재편되는 지금, OTT는 시장 경쟁의 핵심 무대로 자리 잡았다.

TV 없는 세대가 일본 영상 산업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누구도 뒤로 물러날 수 없다. 방송국은 OTT에 맞서 새 전략을 모색하고, 글로벌 OTT는 일본을 Asia-Pacific 주요 거점으로 활용하며 존재감을 강화하고 있다. 지형 변화가 완전히 정리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미 승부는 시작되었다. 일본 OTT 시장은 기술과 자본 경쟁, 정책 대응, 콘텐츠 전략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무대로 진입했다. 거대한 스마트폰 시청 세대는 계속해서 OTT를 향하고 있고, 이 흐름은 앞으로 더 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