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트렌드 JAPAN②] TVer의 반격, 무료 OTT가 넷플릭스를 위협한다

광고 시장의 중심축이 변한다… 지상파의 디지털 역공과 수익모델 재편

2025-11-24     전성진 기자
tver.jp. 사진=tver,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전성진기자]일본 방송사는 지금 가장 공격적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시청률 의존적 구조가 흔들리면서, 방송국은 방송권과 광고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온라인에서 새로운 기반을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그 변화의 중심에 있는 존재가 바로 TVer이다. TVer는 일본 5대 민영방송사가 만든 통합 무료 OTT 플랫폼으로, 지상파 콘텐츠를 실시간 또는 다시보기 형태로 제공하며 빠르게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TVer는 지난 몇 년간 일본 영상 산업에서 가장 급격한 성장 곡선을 그린 서비스로 평가받는다. TV 시청률 하락으로 위기를 맞은 방송사가 디지털 생태계에서 시청자를 되찾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밀고 있는 카드이다.

TVer 성장 배경은 명확하다. 일본 소비자는 유료 구독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며, 광고 기반 무료 시청을 선호한다. 이 시장 특성을 반영한 TVer 전략은 방송사가 갖고 있는 강점을 그대로 온라인으로 옮겨온 구조이다. 인기 방송 프로그램을 정규 편성 직후 플랫폼에서 언제든 무료로 시청할 수 있게 하면서, OTT 콘텐츠 부족 문제를 단숨에 해결했다. 플랫폼 성능도 개선되어 영상 품질·UI/UX·접속 안정성이 모두 상향된 상황이다. 기술 투자 확대는 이용자 만족도를 끌어올렸고, 이는 실질적 이용 확대를 촉진했다.

TVer의 재생 수는 최근 몇 년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단순히 ‘보조 플랫폼’이 아니라 청년층의 영상 소비 ‘주무대’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특히 10~30대는 TV 없는 환경에서 성장한 세대로, 방송을 직접 보는 비율보다 TVer와 같은 OTT를 거쳐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시간이 늘고 있다. 결과적으로 TV 콘텐츠의 흡수력이 방송에서 플랫폼으로 이동하며, 방송 프로그램의 실제 가치를 측정하는 지표 역시 달라지고 있다.

TVer는 OTT 광고 비즈니스 구조까지 재편하고 있다. 방송사가 보유한 강력한 광고주 네트워크와 브랜드 신뢰, 콘텐츠 파워를 온라인 광고 모델에 안정적으로 이식했다. 방송 광고가 갖는 ‘도달력’과 온라인 광고가 제공하는 ‘정밀 타기팅’이 결합되는 방식이다. 광고주는 TV와 온라인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노출을 확보할 수 있고, 방송사는 기존 광고 시장 축소에 대응할 수 있다. 광고 단가와 지면 구성에서도 브랜드 세이프티 개념이 강조되며, 광고 가치 상승이 확인되고 있다.

수익성 측면에서 TVer는 이미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흑자 전환을 기록하며 광고 기반 무료 OTT 모델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일본에서 유료 OTT 구독 증가 속도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TVer의 수익 구조는 방송사에게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전략적인 대안이다. OTT 시장이 반드시 구독 모델로 흘러야 한다는 공식은 일본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TVer는 방송 중심 시장에서 OTT로 연결되는 다리 위에서, 새로운 수익 질서를 만들고 있다.

TVer의 핵심 가치는 방송 콘텐츠의 헤게모니를 온라인에서 되찾는 데 있다. 지상파가 제공하는 드라마·예능·보도 프로그램은 여전히 일본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심 축이다. OTT는 독자적으로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지만, 뉴스·시사·버라이어티 분야에서 일본 방송사의 영향력은 대체 불가능하다. 방송사가 OTT를 운영할 경우, 이용자는 굳이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다. 방송사가 제공하는 공적 정보의 기능까지 고려하면, TVer의 플랫폼적 가치는 더 크게 평가될 수 있다.

그렇다고 TVer가 무조건 우위에 있다고 단정할 상황은 아니다. TVer는 철저히 ‘일본 국내 시장’ 중심 전략을 펼치고 있다. 콘텐츠 판권 문제, 저작권 분쟁 가능성, 해외 광고 규제 차이 등으로 인해 글로벌 확장 전략은 사실상 고려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반면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아마존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 경쟁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있다. 플랫폼 규모 차이에서 발생하는 투자 격차는 중장기적으로 콘텐츠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TVer는 해외 진출 대신 일본 내에서 방송국의 영향력 복원을 목표로 한다. 기존에는 방송이 우월적 위치를 점유했지만, OTT의 등장은 콘텐츠 소비 권력 이동을 가져왔다. TVer는 지상파 콘텐츠를 기반으로 소비자와 다시 연결되며 영향력을 재구축한다. 방송국이 만든 플랫폼이기 때문에 시청자 데이터를 방송사가 직접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방송사는 시청자 분석 데이터를 바탕으로 광고 타깃을 정교하게 조정할 수 있고, 프로그램 제작에도 반영할 수 있다. 과거 시청률 조사에 의존하던 방식보다 훨씬 고도화된 정책이다.

TVer 등장 이후 일본 방송사의 OTT 협력 구조도 빠르게 변화했다. 방송사 간 경쟁에서 벗어나 플랫폼 중심의 공동 전략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공통 미션은 OTT 시장 내 콘텐츠 가치와 광고권력 회복이다. 이러한 협력 모델은 한국과 다른 지점이다. 한국은 방송사별 OTT 분리 전략이 중심이지만, 일본은 방송사가 ‘한몸’이 되어 광고 시장을 지키는 방식이다. 정책 지원을 활용한 전략 추진 측면에서는 오히려 중국과 유사한 구조를 보이기도 한다.

일본 OTT 산업 경쟁은 TV vs OTT라는 단순한 구도가 아니다. 방송국이 OTT를 매개로 스스로를 확장하는 구조, 즉 방송사의 디지털 역공이 핵심이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지상파 패권 시장 중 하나이고, 그 구조는 OTT 시대에도 쉽게 무너질 수 없다. 다만, TVer가 유지하는 국내 중심 전략은 글로벌 사업자에게는 여전히 진입 기회가 될 수 있다. 국내를 장악해 방어선을 치는 동안 해외 OTT는 일본 시청자의 취향을 장기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 현재 일본 OTT 시장은 국내 OTT 방어 구역과 글로벌 OTT 침투 구역이 치열하게 교차하는 공간이다.

일본 OTT 산업은 지금 가장 흥미로운 경쟁 장면을 만들어내고 있다. TV의 힘이 남아 있는 마지막 대형 시장에서, 방송사의 디지털 전환과 플랫폼 경쟁이 정면 충돌한다. TVer는 국내 주도권 확보에 집중하고 있고, 글로벌 OTT는 일본을 태평양 시장의 핵심 거점으로 삼아 확장을 노린다. 이 경쟁 결과에 따라 일본 콘텐츠 시장의 미래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OTT 경쟁은 더 강해지고, 방송국은 더 빠르게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 일본 시청자는 이미 TV를 떠났고, 그 이동을 잡는 속도가 모든 승부를 좌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