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트렌드 JAPAN③] 방송국과 넷플릭스의 동맹, 일본 콘텐츠 수출 전략이 달라진다
국내는 TVer, 해외는 글로벌 플랫폼… 일본식 이중 전략의 가능성과 한계
[KtN 전성진기자]일본 방송사의 OTT 대응이 국내 시장에서 TVer 중심으로 자리를 잡아가면서, 해외 전략은 다른 방향에서 움직이고 있다. 일본 방송사는 글로벌 OTT의 확장 전략을 위협으로만 보지 않는다. 오히려 글로벌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일본 콘텐츠 수출을 확대하는 방안을 선택하고 있다. 국내는 방송 중심 OTT로 방어하고, 해외는 글로벌 OTT와 협업해 확장하는 방식이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자국 OTT 플랫폼을 글로벌 시장에 직접 내세우기보다, 글로벌 사업자와 제휴하여 해외 영향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구축해왔다.
이러한 전략의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 방송사와 넷플릭스의 협력이다. 일본 방송사가 보유한 핵심 IP는 글로벌 OTT에서 높은 주목도를 받는다. 자막·더빙 등을 포함한 현지화 작업을 넷플릭스가 맡고, 방송사는 판권을 통해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는 구조이다. 완전히 해외 중심 성과를 목표로 한 협업이 가능해지면서, 기존의 지역 중심 콘텐츠 소비 방식이 전면적으로 바뀌고 있다.
넷플릭스는 일본 오리지널 제작을 강화하며 현지화 전략을 공세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본인 감독과 배우 중심 제작, 일본 사회 이슈를 소재로 한 시리즈, 글로벌 팬층이 확고한 애니메이션 협업을 병행한다. 방송사가 자체적으로 글로벌 진출을 추진할 때보다 훨씬 높은 도달력을 확보할 수 있고, 시장 리스크 역시 분산된다. 일본 방송사는 콘텐츠 공급자에서 글로벌 전략 파트너로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
일본 정부 또한 콘텐츠 수출을 국가산업 전략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4K·8K 제작 지원 정책, 해외 촬영 지원 제도, 프로듀서 육성 사업 등이 추진되며 제작 환경 안정화를 지원한다. 일본 문화청과 경제산업성이 협력하여 콘텐츠 수출 조직을 운영하고, 주요 시장에 홍보 거점을 설치한다. 일본형 국가 전략과 방송사의 플랫폼 정책이 연계되면서, 수출 생태계는 점차 정비되고 있다.
다만 일본식 해외 전략에는 명확한 특성이 있다. 국내용 OTT는 철저히 내수 시장 중심으로 운영하고, 글로벌 확장은 외부 플랫폼에 맡기는 이중 구조가 유지된다. 이는 빠른 확장에 유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플랫폼 주도권을 외부에 종속시키는 위험을 내포한다. 플랫폼이 바뀌면 수출 전략도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생태계 독립성이 불완전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한국과 비교해보면 차이는 명확하다. 한국은 K-콘텐츠를 앞세운 글로벌 OTT 직접 공략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한국 제작사는 넷플릭스와 협력하면서도 자국 OTT를 통해 해외 시장을 스스로 개척할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글로벌 OTT 위탁형 전략이다. 콘텐츠에 대한 통제력과 수익 배분 구조를 일부 포기하면서, 대신 시장 접근 속도와 확장 범위를 우선시한다. 어느 방식이 더 우월한지는 아직 결론 내기 어렵다. 다만 콘텐츠 패권 경쟁이 플랫폼 주도 방식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는 일본의 종속성 리스크가 중요한 변수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식 전략은 해외 시장에서 선호도 높은 콘텐츠 장르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애니메이션은 일본의 대표 수출 장르이며, 전 세계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일본 방송사가 실사 드라마와 예능 콘텐츠까지 적극적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변화의 조짐이다. 글로벌 OTT를 통해 취향 기반 시청 문화가 확산되면서, 해외 시청자층이 일본 콘텐츠의 미학과 이야기 방식에 새롭게 반응하고 있다. 제작사는 방송·OTT 동시 공급 전략을 통해 수익 다변화를 추구할 수 있다.
해외 진출 가속 목표는 분명하지만, 일본 콘텐츠는 언어적·문화적 장벽을 넘는 데 여전히 도전 과제를 안고 있다. 일본 사회만의 정서와 배경, 특수한 관계 구조가 글로벌 공감대 형성에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방송사는 이러한 특징을 장점으로 포지셔닝하거나, 보다 보편적 메시지를 중심으로 기획을 확장하는 두 가지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 맞춘 협업 작품과 국내 시장에 기반한 정서적 심도 작품을 동시에 관리하는 방식이다.
방송국의 해외 전략은 자본력과 인프라에서 뒤처지지 않는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콘텐츠 제작 인력 풀을 가지고 있고, 대형 방송사 모두가 수십 년 동안 전문 제작 조직을 운영해왔다. 방송 뉴스, 다큐멘터리, 예능 제작에 강점을 갖는 점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중요한 자산이다. 일본 방송 제작 역량은 경험 기반 절대 강자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OTT가 일본 방송사와 협업을 선호하는 이유 역시 이러한 기술·인력적 기반에 있다.
그러나 과거 인기 IP에 기댄 확장 전략이 여전히 강한 구조는, 장기적 경쟁력 약화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 글로벌 콘텐츠 소비자는 새로운 이야기·새로운 접근 방식·새로운 시청 경험을 원한다. 일본 콘텐츠가 오랜 성공 공식을 반복할 경우, 한국·중국 등 경쟁 시장에게 뒤처질 위험이 있다. 방송사가 디지털 제작 기술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는다면, 젊은 세대의 눈높이를 충족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일본식 이중 전략의 핵심 성패는 속도와 독립성의 균형이다. 시장 접근 속도를 위해 글로벌 플랫폼 의존도를 높이는 방식은, 당장은 수출 확장에 유리하지만, 미래 플랫폼 권력 구도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글로벌 OTT의 전략 우선순위가 변화할 경우, 일본 콘텐츠의 해외 도달력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 반대로 일본 자체 OTT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방송사는 더 큰 주도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일본 OTT 산업은 국내와 해외에서 완전히 다른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TVer를 통해 내수 시장에서 방송사 기반을 강화하며,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해 해외 확장을 추진하는 전략이다. 국내 경쟁과 해외 확장의 전장이 분리된 구조는 일본 영상 산업 고유의 경쟁 방법이다. 이 방식은 현재까지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으나, 향후 콘텐츠 경쟁이 플랫폼 중심으로 더 치열해질 경우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
일본은 이제 디지털 경쟁 구도에서 스스로를 재정의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방송 중심 산업 자산을 OTT 시대에 맞게 재배치하며 오래된 패권을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이어가고 있다. 일본 콘텐츠 수출 전략이 지속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의 변화 흐름을 정교하게 읽고, 제작 기술과 협업 모델을 적극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OTT가 영상 산업의 중심축이 된 시대, 방송사가 플랫폼과 연결되는 방식은 콘텐츠 국가 경쟁력의 핵심 실험 영역이 되었다. 일본 방송과 글로벌 OTT의 동맹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글로벌 콘텐츠 시장은 지금 중요한 전환점을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