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K-콘텐츠 파워①] 베트남의 새로운 주류, K-콘텐츠 소비가 일상이 되다

10억 달러 시장의 중심에는 젊은 여성 팬덤이 있다

2025-11-23     전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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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전성진기자]베트남 콘텐츠 시장은 지금 가장 ‘한국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대중문화 소비의 중심축이 완전히 바뀌었다. 과거에는 미국과 홍콩, 일본 콘텐츠가 강세였던 시장이 이제는 한국 드라마, 음악, 예능, 웹툰이 소비 일상에 깊게 스며들었다. 특히 20대와 30대 여성층을 중심으로 한 팬덤은 K-콘텐츠를 단순한 시청 대상으로 두지 않는다. 소비와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브랜드 구매와 트렌드 생성에 직접 기여하는 핵심 플레이어로 급부상했다.

베트남 디지털 미디어 시장 규모는 이미 1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 가운데 K-콘텐츠 소비 비율은 전체 콘텐츠 소비 구조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 드라마 선호율은 70퍼센트를 넘어서고, 한국 콘텐츠를 주 3회 이상 시청하는 사용자도 절반에 달한다. 시청은 넷플릭스와 같은 유료 플랫폼뿐 아니라 SNS, 유튜브, OTT를 넘나드는 멀티 채널 방식으로 확산되고 있다. 콘텐츠 소비의 경계가 무너진 시장에서 한국 콘텐츠는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대중을 사로잡는다.

베트남 콘텐츠 시장의 성장은 인구 구조와 문화 정서가 결합한 결과이다. 베트남 인구의 절반 이상이 35세 이하로 구성된 젊은 사회이며,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적응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OTT 이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이후에도 감소하지 않았다. K-드라마와 K-팝이 결합된 신한류 흐름은 베트남 소비자에게 감정적 몰입과 ‘브랜드화된 콘텐츠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콘텐츠가 패션, 화장품, 식문화까지 확장되며 소비 생태계 전반을 관장하는 영향력으로 확장되었다.

베트남 시청자는 K-콘텐츠의 어떤 점을 좋아할까. 가장 뚜렷한 이유는 배우와 가수에 대한 선호가 높다는 점이다. 팬덤 연구를 통해 드러난 핵심 요인은 스타성이다. 스타의 매력, 스타일, 태도, 이미지가 콘텐츠 소비를 견인한다. 아이돌 팬덤은 단순한 시청을 넘어, 상품 구매와 행사 참여로 연결된다. K-콘텐츠가 사랑받는 이유가 ‘멋진 이야기’보다 ‘좋은 스타’라는 분석은 베트남 시장을 깊이 이해하는 데 중요한 관점이다.

베트남 소비자가 발표한 콘텐츠 소비 채널 조사에서도 변화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SNS 시청 비중은 70퍼센트를 넘었고, 유튜브 역시 가장 널리 쓰이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OTT 이용률도 절반을 넘어섰다. 베트남의 콘텐츠 소비는 방송국 중심이 아니라 사용자 중심 방식으로 재편된 상태이다. 콘텐츠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한국 콘텐츠는 자연스럽게 확산 채널을 장악하게 되었다.

또 하나 주목할 지점은 베트남 콘텐츠 시장에서 한국 예능의 인기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관찰 예능, 연예 버라이어티, 자극적이지 않은 로맨틱 코미디 요소가 결합된 예능 콘텐츠가 젊은 층 사이에서 강력한 반응을 얻고 있다. 한국 예능 포맷이 현지화되어 성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공동 제작 구조를 확장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예능 콘텐츠는 한국 대중문화를 자연스럽게 각인시키는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화장품, 패션, 식품 등 소비재 시장도 K-콘텐츠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한국 드라마에서 노출된 화장품 브랜드, 스타일링, 카페 문화는 베트남 젊은 소비자 사이에서 ‘따라 하고 싶은 지향점’이 된다. 콘텐츠 소비가 즉각 구매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한국 브랜드는 소비자의 ‘문화적 로망’을 상품으로 연결하는 전략을 통해 강력한 판매 동력을 확보했다. 한국 콘텐츠는 베트남에서 문화 브랜드의 역할을 수행한다.

베트남 콘텐츠 시장에서 K-콘텐츠는 단순히 경쟁 콘텐츠가 아니다. 주류이다. 현지 제작사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방송국은 한국 포맷을 도입하며 성과를 내고, OTT 서비스는 한국 콘텐츠를 핵심 흥행 상품으로 편성한다. 콘텐츠는 수출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국가 이미지, 라이프스타일 변화, 시장 영향력까지 연결되어 정부·기업·플랫폼이 모두 참여하는 비즈니스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베트남은 5G 인프라 확장과 디지털 경제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콘텐츠 수요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며, 그 중심에 K-콘텐츠가 자리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불법 스트리밍, 현지화 미흡, 콘텐츠 다양성 부족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K-콘텐츠가 지금의 우위를 지속하려면 현지 산업과 함께 성장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단순 수입 콘텐츠 중심 시장이 아니라, 공동 제작·투자·콘텐츠 교육 등 생태계 협업이 필수적이다.

한국 기업에게 베트남은 더 이상 ‘잠재 시장’이 아니다. 이미 K-콘텐츠가 대표 주류로 자리 잡은 시장이다. 시청·소비·행동이 하나로 연결되는 팬덤 경제 기반 위에서 한국 콘텐츠의 영향력은 더 커질 수 있다. 전략적으로 접근한다면 베트남은 K-콘텐츠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확장하는 가장 중요한 교두보가 될 수 있다.

한류는 흐름이 아니라 구조가 되었다. 베트남 콘텐츠 시장은 그 사실을 증명하는 가장 강력한 현장이다. 콘텐츠는 이미 국경을 넘어 소비자의 일상 속에 깊게 자리 잡았다. 베트남에서 K-콘텐츠는 취향이 아니라 기준이고, 선택이 아니라 생활이다. 이 힘이 앞으로 어떤 확장을 만들어낼지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