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K-콘텐츠 파워③] 스타가 흐름을 만든다, 베트남 팬덤 경제의 폭발력

소비를 움직이고 산업을 확장하는 힘… 한류 팬덤이 베트남 시장을 주도한다

2025-11-25     전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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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전성진기자]베트남에서 한국 콘텐츠의 인기는 이미 일상의 중심에 있다. 그 중심에는 배우와 가수에 대한 강력한 선호가 자리 잡고 있다. 콘텐츠를 이끄는 핵심 동력이 바로 스타라는 사실이 베트남 시장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다. 팬덤은 콘텐츠를 소비하고 공유할 뿐만 아니라 구매와 쇼핑, 브랜드 확산까지 이끄는 강력한 경제 주체로 기능한다. 베트남 K-콘텐츠 시장을 이해하려면, 누구를 좋아하느냐가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소비하는지 결정한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베트남 시청자들이 K-콘텐츠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스타 집중성이다. 배우의 매력, 가수의 스타일, 아이돌 이미지가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 드라마와 예능, K-팝 공연 그리고 관련 상품 소비까지 스타를 중심으로 구조화된 시장이 완전히 구축되었다. 베트남 소비자는 감정 이입을 넘어 스타와의 연결 자체를 콘텐츠 경험의 핵심으로 여긴다.

스타 중심 소비의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음악 공연 현장에서 확인된다. 지드래곤, 블랙핑크 등 한국 아티스트는 베트남에서 개최된 공연마다 수만 명을 동원했다. 팬덤은 자발적으로 콘서트를 홍보하고, 굿즈를 구매하며, 행사 참여를 넘어 사회적 화제로 연결시킨다. 한류 스타 공연은 베트남에서 단순한 문화행사가 아니다. 도시 교통과 상권까지 흔들어놓는 경제적 파급력을 보여준다.

이 영향력은 광고와 브랜드 시장으로 직결된다. 베트남 젊은 세대는 스타의 스타일과 뷰티 트렌드를 곧바로 자신의 삶에 적용한다. 한국 드라마 속 화장품과 의류, 카페 메뉴 등이 즉각적으로 베트남 소비 패턴에 반영된다. SNS를 통해 빠르게 공유되고, 팬덤의 감정적 몰입이 구매 행동을 촉발한다. 스타-상품-소비자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촘촘하게 구축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유튜브와 틱톡 같은 플랫폼은 소비 촉매 장치 역할을 한다. 팬들은 스타 관련 콘텐츠를 스스로 생산하고, 협업 브랜드의 제품을 리뷰하며, 콘텐츠 홍보를 자발적으로 진행한다. 팬 활동 자체가 마케팅이 되는 구조다. 전통적인 광고 전략보다 훨씬 효율적이며, 팬덤의 열정이 곧 시장의 속도로 전환된다. 콘텐츠 이용과 구매 행위가 자연스럽게 한 흐름으로 이어진다.

스타 중심 한류는 시장 확대의 기폭제 역할도 수행한다. 베트남에서 한국 공연과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 한국 식문화와 여행 수요까지 상승한다. 연예인 관련 관광지 방문, 한국 패션 착장, K-뷰티 제품 구매까지 이어진다. 콘텐츠가 산업을 이끌고, 산업이 다시 콘텐츠로 연결되는 순환 구조가 바로 베트남 한류의 핵심이다.

공동 제작 콘텐츠도 팬덤 경제의 확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베트남 방송국은 한국 예능 포맷을 도입하며 현지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런닝맨 베트남판은 한국 원작의 유쾌한 캐릭터성과 베트남 현지 출연진의 인기를 결합해 세 시즌 이상 흥행했다. 한국 출연자 참여 프로젝트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공동 제작은 현지 팬덤 기반을 강화하고, 한국형 콘텐츠의 설득력을 높이는 출구 전략이다.

베트남 영화 시장에서도 한국 배우와의 협업이 흥행을 견인한다. 베트남 제작사는 한국 제작진과 함께 로맨스·액션·공포 장르 작품을 선보이며, 현지 관객 공감과 신선함을 동시에 노리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한국 배우와 현지 배우의 호흡은 팬덤 확장과 홍보 효과를 동시에 불러온다. 이 과정은 콘텐츠 협업이 문화 접점 확대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팬덤 경제의 위력은 데이터로도 확인된다. K-팝 팬덤은 상품 구매뿐 아니라 광고 지면 선정과 팬 이벤트 참여로 브랜드에 강력한 신호를 보낸다. 팬덤은 사회적 영향력까지 행사한다. 스타를 지지하는 활동을 통해 기부와 공익 캠페인까지 주도한다. 한국 팬덤 문화가 그대로 베트남에 이식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참여형 소비’ 구조는 한류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정서적 커뮤니티로 발전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다만 시장 성장에는 새로운 과제도 존재한다. 팬덤의 열정이 불법 복제 콘텐츠 소비로 흘러갈 경우, 산업 수익 구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현지 팬덤이 특정 장르나 특정 스타에 지나치게 집중될 경우 콘텐츠 다양성 확보에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과 협업하는 방식 또한 일방적 콘텐츠 수입에 머물지 않고, 현지 제작 생태계 강화로 이어져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베트남 시장은 K-콘텐츠에게 기회의 땅이다. 그러나 단순한 인기에 안주한다면 그 기회는 금방 사라질 수 있다. 한국 콘텐츠 업계는 현지 팬덤의 특성과 소비 문화를 정교하게 분석하고, 팬덤이 주도하는 시장 구조 전체를 산업적 관점에서 긴밀히 설계해야 한다. 현지 스타 발굴, 창작 인력 양성, 공동 투자 시스템이 결합될 때 한류의 확장력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베트남 한류 팬덤은 콘텐츠를 향한 열광을 넘어 사회적 열망을 상징한다. K-콘텐츠는 베트남 시장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제공하고, 젊은 세대의 브랜드로 기능한다. 그 힘이 산업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베트남에서 한류는 문화 선택이 아니라 문화 기준이다. 팬덤이 만들어가는 영향력은 앞으로 더 거세질 것이며, 콘텐츠 산업은 그 흐름에 따라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