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K-콘텐츠 파워④] 한국과 함께 만든다, 한-베 공동 제작의 흥행 공식

예능 포맷에서 장르 영화까지… 협업이 시장을 키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

2025-11-26     전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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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전성진기자]베트남 콘텐츠 시장에서 한-베 공동 제작은 더 이상 실험이 아니다. 한국 제작사가 가진 기획력과 베트남 제작사가 가진 문화 이해도가 결합하면서, 베트남 시청자에게 최적화된 콘텐츠를 빠르게 만들어내는 방식이 자리 잡았다. 이 협업 구조는 K-콘텐츠가 베트남에서 단순히 수입 콘텐츠에 머물지 않고, 현지 산업을 함께 성장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동 제작은 이제 한류 확장의 핵심 전략이자, 베트남 시장이 한류를 수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자리매김했다.

한-베 공동 제작의 가장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예능 포맷 도입이다. 한국 예능은 독창적인 기획 방식과 출연자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감정 유입 전략에 강점을 가진다. 베트남 방송사는 이 장점을 그대로 가져오되, 현지 출연자와 문화를 접목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런닝맨 베트남판은 시즌3까지 이어지며 지속적인 인기를 확인했다. 단순 재해석을 넘어, 베트남만의 유머 방식과 생동감 있는 캐릭터화를 통해 오리지널에 뒤지지 않는 흥행력을 보여주었다. 이는 베트남 제작사가 한국 제작 방식에 완전히 익숙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예능 포맷 성공은 더 큰 변화의 신호탄이다. 공동 제작 예능은 현지 인력을 교육하고, 새로운 촬영 기술을 도입하는 촉매 역할을 한다. 한국 제작진이 현장에서 함께 작업하며, 베트남 스태프의 역량을 고도화하는 구조가 마련되었다. 공동 제작은 산업 전반의 기술 및 전문성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단기 성과를 넘어 장기적 경쟁력 확보를 가능하게 만든다.

드라마와 영화에서도 공동 제작 흐름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베트남 영화시장은 최근 로맨스·코미디·공포 장르가 강세인데, 한국 제작 경험과 결합할 경우 정서적 공감과 완성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한국 배우·제작진이 참여한 프로젝트는 베트남 관객 몰입을 한층 강화한다. 문화 감수성을 기반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가 한류 확장의 근거가 된다. 일부 작품은 베트남 현지 박스오피스에서 강력한 성과를 기록하며 공동 제작이 수익성 측면에서도 유효하다는 사실을 검증했다.

한국 콘텐츠가 베트남에서 끊임없이 흥행할 수 있는 이유는 현지 관객을 가장 잘 이해한 방식으로 제작되기 때문이다. 한국 제작사는 글로벌 성공 경험을 통해 다양한 시장에서 통하는 서사 구조와 캐릭터 구축 방식에 익숙하다. 베트남 제작사는 문화적 정체성과 소비자 정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양국 제작사 협업은 두 가지 역량을 정확히 결합해 베트남 시청자 마음을 파고드는 콘텐츠를 시장에 공급한다.

한-베 공동 제작은 비즈니스 관점에서도 고도화되고 있다. 단순 제작 협업 단계를 넘어, 판권 공동 보유·해외 동시 배급·투자 파트너십 확대 전략이 병행된다. 베트남 OTT 플랫폼과 한국 투자사가 함께 참여하는 방식도 증가하고 있다. 이는 콘텐츠 수익을 한쪽에 편중시키지 않으면서, 양국 기업이 시장 리스크를 분산하고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구조이다.

최근 베트남 시장에서는 공포 장르가 강력한 성장 조짐을 보인다. 베트남 도시화 속도가 빠르고, 세대 간 문화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서 호러 콘텐츠가 사회적 불안을 표현하는 가장 탁월한 장르로 부상했다. 한국은 이미 공포 장르에서 높은 수준의 제작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베트남 제작사는 한국의 기술과 서사 구조를 참고해 빠르게 장르를 발전시키는 방식으로 흥행을 만들어냈다. 공동 제작이 장르 다양성 확대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공동 제작은 단지 방송과 영화에 국한되지 않는다. MCN, 음악, IP 기반 확장 영역에서도 양국 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K-팝을 활용한 예능·리얼리티 제작, 웹툰 IP를 활용한 드라마 공동 제작, 패션·뷰티 브랜드와 연계한 콘텐츠 제작까지 확장 가능성이 크다. 베트남 시장은 미디어+커머스+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구조로 옮겨가고 있고, 공동 제작은 이 모든 확장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전략이다.

한-베 공동 제작의 성공은 감성적 연결을 기반으로 한다. 베트남 젊은 세대는 한국 배우와 스타를 통해 현실과 일상의 꿈을 구축한다. 한국 콘텐츠 속 도시 이미지, 관계의 방식, 라이프스타일은 베트남 대중에게 이상적인 경험으로 받아들여진다. 공동 제작은 이러한 감정적 선호를 현지 경험과 결합해 더 높은 집중도를 만들어낸다. 결과물은 단순히 콘텐츠가 아니라 정체성과 소망의 매개가 된다.

그러나 공동 제작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 저작권·판권 체계 정비가 완결되어야 한다. 판권 협상 과정에서 불균형이 발생하면 협업이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둘째, 주도권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 특정 국가가 주도하는 제작 방식은 현지 시장 정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셋째, 장르 편중을 경계해야 한다. 특정 장르만 반복될 경우 시장 성장 폭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베트남 콘텐츠 산업을 단독으로 성장시키기에는 아직 자본력과 제작 경험에 한계가 있다. 한국은 제작 기술과 콘텐츠 확장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나, 베트남 현지 시장을 완전히 독자적으로 운영하기에는 문화적 차이를 무시하기 어렵다. 한-베 공동 제작은 이러한 약점들을 상호 보완하는 방식으로 산업을 성장시키는 최적 구조다. 양국 콘텐츠 산업의 경계가 흐려지고, 제작 생태계가 확장되면서 시장은 더 큰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결국 공동 제작은 시장 지형을 다시 그리는 전략이다. 한국 콘텐츠는 베트남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고, 베트남 제작사는 자국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팬덤 기반 콘텐츠 수요가 존재하는 시장에서 공동 제작은 가장 강력한 성장 엔진으로 작동한다. 한-베 협업이 구축하는 새로운 콘텐츠 생태계는, 베트남에서 K-콘텐츠의 내일을 더욱 확실하게 보장하는 길이다.

콘텐츠는 혼자 갈 때보다 함께 갈 때 더 멀리 간다. 한-베 공동 제작은 콘텐츠 산업이 어떤 방식으로 경계를 뛰어넘는지 보여준다. 서로의 강점을 합치며 시장을 넓히는 방식은 한류가 오래가는 힘이고, 베트남 시장이 미래 성장의 땅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