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RENDY②] UAE 공군 전투기로 맞이한 한국 대통령, 백년 동행의 전략적 신호
최고 의전부터 제3국 공동진출까지, 이재명 정부의 중동 전략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
[KtN 최기형기자]대한민국 대통령 이재명은 11월 17일 UAE 아부다비에 도착하며 공식 국빈 일정을 시작했다. 이 착륙 순간에 UAE 정부는 자국 공군 전투기 편대를 띄웠다. 대통령 전용기를 선도하며 공중에서 영접한 모습은 국가 간 관계의 격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중동국가가 한국 대통령을 위해 전투기를 띄웠다는 사실은 과거 외교 관례를 돌이켜보면 이례적이다. UAE는 자국의 최우선 전략국에게만 공군 호위 의전을 제공해왔기 때문이다. 한미 관세협상 직후 이재명 대통령이 가장 먼저 UAE를 찾았다는 점과, 그를 향한 UAE의 의전 방식은 하나의 전략 신호로 읽힌다. 한국과 UAE 관계는 단순한 경제 파트너십을 넘어선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정상회담은 이 흐름을 더욱 분명하게 했다. 두 정상은 양국 관계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재확인하고, 그 관계를 항구적이고 불가역적인 수준으로 격상하겠다는 방향을 공개적으로 제시했다. 과거 한국과 UAE는 원전과 방산 협력에서 긴밀했지만, 이번 합의는 협력 범위를 한 차원 넓혔다. 에너지·원전 분야는 기존 운영규모 유지에서 재생에너지, 수소, 에너지관리 인프라까지 확대된다. 방산도 일방적 수출구조에서 공동개발과 제3국 공동진출 방식으로 발전한다. 첨단 산업에서는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협력, 우주·항공 기술 프로젝트까지 언급됐다. 문화·교육 교류도 한류 기반 소프트파워 확대 전략 안에 편입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구사한 문장은 한국 외교 전략의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재명 대통령은 “백년 동행”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협력의 시간 축을 분명하게 이야기했다. 이 표현은 외교 수사처럼 들릴 수 있지만, 실제 내용은 명확하다. 단기 프로젝트 중심이 아니라, 신뢰 기반 투자 협력 체계를 구축해 미래 성장 동력을 함께 만들어가겠다는 전략이다. 관세와 공급망 위기 속에서 안정적 협력국이 필요했던 한국, 에너지 기반을 첨단 산업으로 전환해야 하는 UAE의 이해가 일치한 셈이다.
경제계 핵심 인사들이 대거 동행한 점도 이번 방문 성격을 명확하게 한다. 삼성전자, SK, 현대차, 롯데, 포스코 등 한국 산업 경쟁력을 대표하는 기업 총수들이 UAE 고위 지도자들과 직접 만났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제인 간담회에서 청정에너지와 방산을 중심으로 한국과 UAE가 세계 기술 산업을 선도할 수 있다는 확신을 드러냈다. 이는 정부와 기업이 대등한 파트너로 역할을 분담하고, 중동 시장 확장을 팀플레이 방식으로 추진하겠다는 메시지다. 과거에는 정부 외교 성과를 기업에 전달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산업계가 정책 논의 현장에 직접 참여해 협력 범위를 스스로 조율하는 구조에 가깝다.
UAE의 이번 대응은 한국에 대한 신뢰가 단기간에 형성된 결과가 아니다. 이미 한국은 바라카 원전을 UAE에서 성공적으로 완공했고, 방산 분야에서도 신뢰를 쌓아왔다. 이러한 기반 위에 이재명 정부는 에너지 수출국 UAE의 산업 전환 전략과 한국의 기술 경쟁력이 만나는 접점을 찾아냈다. UAE가 추진하는 인공지능·데이터 인프라 프로젝트는 투자 규모가 방대하고 외부 기술이 필수적이다. 이재명 정부는 이를 한국 반도체 산업·클라우드 산업·AI 기업의 해외 진출과 연결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에너지와 첨단 산업을 함께 묶는 구조는 한국에게 단순 수출이 아니라 글로벌 산업 생태계 진출의 문을 연다.
방산 협력의 질적 변화도 주목할 지점이다. 공동개발과 제3국 진출이 핵심이다. UAE는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이 큰 국가이며, 한국은 첨단 방산 기술과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상호 강점을 결합하면 시장 확장 가능성이 단순 계산으로도 크게 나온다. 한국산 무기 체계가 안정성과 신뢰성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재명 정부는 UAE를 교두보로 삼아 방산 수출의 외연을 넓힐 생각이다.
이재명 정부는 이번 순방에서 문화·교육 협력도 함께 강조했다. 아부다비 현지 청년들과의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과 UAE의 미래 협력이 단순히 돈을 버는 문제에 머물지 않고 사람과 문화가 연결되는 방향으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UAE에서 한류의 확산은 이미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교육 교류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이 흐름을 한국 정부가 제도적 협력 구조로 끌어올린 것이다. 이는 외교 성과가 경제에만 머물지 않도록 서사 기반을 확장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동 전략에는 분명한 난도가 존재한다. 정치적 변수, 현지 규제 환경, 사업 구조의 복잡성 등 다각적 리스크가 따른다. 이재명 정부가 단순 의전이나 과장된 선언이 아닌 실질 성과를 목표로 한다는 점은 이러한 리스크를 의식한 결정이다. 투자 구조를 설계할 때 사업 타당성 검토를 강화하고, 프로젝트 완성까지의 관리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금융 지원, 인력 파견, 애프터서비스 체계까지 한국 정부의 전략이 촘촘하게 얽혀 있다.
이번 UAE 방문은 한국이 통상 위기 속에서 전략 카드를 어떻게 행사할 수 있는지 보여준 전형적 사례다. 미국 중심의 외교경제 구조에서 파생된 리스크를 완화하고, 새로운 시장에서 기회 요소를 찾으려는 목적이 선명하다. 한국은 더 이상 수동적으로 상황을 맞는 나라가 아니라, 국익을 위해 판을 직접 짜는 능동적 플레이어로 변화하고 있다. 공군 전투기가 한국 대통령을 맞이한 순간은 바로 이 변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중동에서 시작된 이재명 정부의 외교경제 전략은 이제 확장 국면에 들어간다. 이집트 방문을 통해 평화·문화 협력 기반을 확보하고, 남아공에서 열리는 G20 회의와 MIKTA 정상회의를 통해 다자무대 영향력을 끌어올리는 구조다. UAE에서 경제와 안보 기반을 마련했다면, 이집트에서는 정치와 서사 기반을 보강하고, G20에서는 글로벌 규범 논의에 한국의 발언권을 확보하는 계획이 이어진다. 순방 동선 자체가 전략 설계다.
이재명 대통령이 UAE에서 꺼내 든 백년 동행이라는 표현의 실제 의미는 한국 외교의 장기 목표가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관세 위기를 넘어선 한국은 단순히 위기 대응에 성공한 국가가 아니라, 새로운 성장의 궤도로 옮겨가는 국가로 전환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더 큰 시장을 향해 이동하고 있고, 그 여정은 중동에서 시작됐다. 앞으로 한국 외교가 펼칠 지도의 방향은 이미 명확하다. 한국은 에너지·기술·방산·문화가 결합된 종합 전략으로 세계 경제 체제의 핵심 지점으로 진출하려 한다. 아부다비의 청명한 하늘 위를 비행한 UAE 공군 전투기는 한국 외교 변화의 첫 신호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