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RENDY④] 소프트파워는 외교의 힘, 중동에서 드러난 K-문화 전략
산업·기술을 넘어 마음을 얻는 국가, 한국 외교의 확장
[KtN 최기형기자]한국 정부의 외교경제 전략에서 문화는 더 이상 주변부가 아니다. 한국은 세계적인 문화 강국이며, 그 영향력은 산업과 외교의 영역을 동시에 지배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이번 중동 순방에서 이 점을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아부다비와 카이로 현장에서 확인된 K-문화의 힘은 수출과 투자를 넘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외교 자산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산업과 기술 협력을 다지며, 동시에 문화와 교육 교류 확대를 함께 언급했다. 김혜경 여사는 UAE에서 한류를 사랑하는 현지 청년들과 만나 문화로 연결되는 미래를 강조했다. 이러한 외교는 단순한 행사 참여가 아니라, 한국 외교의 확장 전략을 구성하는 핵심 축이었다.
중동에서 K-콘텐츠는 이미 일상 문화의 한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 드라마는 현지 온라인 플랫폼 인기 콘텐츠 상위권을 차지하고, 한국 음악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이 흐름을 국가 전략에 편입했다. 문화가 수출 상품에 머물지 않고 산업 진출의 문을 여는 역할을 한다는 판단이 있었다. 예를 들어 한국 음식과 뷰티 산업은 문화 경험을 통해 호감이 형성되고, 이는 제품 구매와 브랜드 신뢰로 이어진다. 문화 소비가 곧 경제 성과로 연결되는 구조가 이미 현장에서 작동하고 있다.
AE 일정에서 진행된 K-푸드 홍보 행사는 이러한 흐름을 확인한 대표적 장면이었다. 중동 특유의 식문화와 종교적 기준을 고려한 ‘할랄 인증 한국 식품’이 소개되었다. 한국 농식품 기업 관계자들은 단순 수출을 넘어 현지 식문화와 결합한 제품 개발 가능성을 설명했다. 과일, 고기, K-스낵 등은 품질뿐 아니라 이야기와 감성을 포함하고 있다. 할랄 기준에 부합하는 한국 제품은 지역 소비자에게 신뢰를 얻고 있었다. 음식은 국가 이미지를 형성하는 상징이기도 하기에, 이번 행사는 외교·경제·문화가 모두 얽힌 복합 전략의 사례였다.
K-뷰티는 이미 중동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산업이다. 중동 여성들은 미용과 패션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구매력도 강하다. 한국 화장품은 기술력과 세련된 감각으로 신뢰를 얻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뷰티 산업이 단순히 상품 판매가 아니라, 한국의 혁신 역량을 보여주는 통로라고 인식했다. 방산, 반도체 협력에서 구축한 신뢰가 뷰티와 콘텐츠로 연결되고, 다시 그 신뢰가 산업 전반으로 확장되는 방식이다. 한국 외교는 제품의 힘만이 아니라 경험의 힘으로 작동하는 중이다.
엔터테인먼트와 공연 분야도 강력한 소프트파워를 형성한다. 현지 팬 커뮤니티는 이미 한국 문화를 스스로 확산시키는 주체가 되어 있다. 이재명 정부는 이러한 자발적 팬덤을 외교의 자산으로 바라보고, 양국 청년 간 교류가 확대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청년은 미래 산업과 사회의 주체이기에, 청년이 연결되면 국가 간 관계는 세대 단위로 이어진다. 문화 외교가 가진 가장 큰 힘은 바로 시간이다. 한 번 형성된 문화적 호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집트 일정에서도 문화 교류는 적극적으로 다뤄졌다. 한국 정부는 이집트 주요 대학과의 교육 협력 확대를 논의했고, 학생 교류와 장학 프로그램 활성화를 통해 문화와 인재 전략을 연결하려 한다. 이집트는 중동·아프리카를 잇는 인구 대국이며, 젊은 인구 비중도 높다. 이 지역 청년의 마음을 얻는 국가는 미래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인재 교류가 경제 성장과 평화 구축에서도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김혜경 여사는 문화 협력과 여성 교류 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여성과 가족의 역할, 사회 참여에 대한 경험을 나누며 신뢰 관계를 쌓았다. 영부인 일정은 경제와 안보 중심의 공식 외교에 감성적 안정감을 부여하는 기능을 한다. 전통과 현대가 결합된 문화 교류는 관계의 뿌리를 깊게 내리게 한다. 국가 간 협력이 사람을 중심으로 설계될 때,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동맹이 만들어진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소프트파워 기반 외교의 목표는 분명하다. 한국은 산업 경쟁력을 이미 보여줬고, 그 다음 단계로 문화가 경쟁력의 앞자리에 서는 전략이다. 문화가 국가 브랜드를 강화하고, 브랜드가 산업과 외교 영역에서 신뢰를 확보한다. 결국 문화는 국익 실현의 실천적 도구가 된다. 한국 정부는 문화 외교를 통해 감성적 접근과 전략적 목표를 결합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는 단순한 ‘이미지 외교’가 아니라, ‘경험 외교’, ‘공감 외교’, ‘지속 외교’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소프트파워 전략이 실질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한국 콘텐츠와 제품이 지역 사회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 문화적 감수성을 갖추어야 한다. 둘째, 장기적 관계 유지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 정책적, 경제적 지원이 없으면 문화 교류가 일시적 유행으로 끝날 수 있다. 셋째, 하드파워와의 연계가 돼야 한다. 에너지, 기술, 방산 협력이 동시에 작동할 때 소프트파워 외교는 강화된다.
이번 중동 순방은 한국 외교가 위기를 지나 새로운 전략 단계에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관세와 공급망 리스크라는 현실적 압박 속에서, 한국 정부는 시장과 산업을 다변화하고 외교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문화는 그 확장 전략의 첫 자리에 위치했다. 한국 정부는 산업이 필요로 하는 신뢰와 공감의 기반을 문화로부터 얻고 있다. 한국의 새로운 외교는 상대 국가 마음속에 자리를 만드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한국 외교는 더 넓은 무대로 향한다. 중동에서 확보한 문화 기반은 아프리카와 유럽으로 확장될 여지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일정은 경제 한 축, 문화 한 축을 함께 구축하며 탄탄한 연결 고리를 만드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소프트파워는 단순한 외교 보조 수단이 아니라, 산업과 안보를 강화하는 실질 도구다. 한국은 이제 기술과 문화 두 날개로 세계를 향해 비상하고 있다. 중동에서 확인된 소프트파워 외교의 힘은 한국이 더 큰 역할을 향해 가는 중요한 신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