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RENDY⑤] G20에서 확인된 한국의 확장 전략, 중견국을 넘어 리더국으로
미국·중국 대결 틈새 공략하며 한국이 선택한 새 외교무대
[KtN 최기형기자]한국 정부는 최근 G20 정상회의와 MIKTA 정상회의를 통해 단순히 외교 참여 국가에서 벗어나 글로벌 리더로서의 입지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한국 대통령 이재명은 중동 순방을 마치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했으며, 안보·경제·공급망 중심의 외교패키지를 다변화하는 전략의 완성단계에 진입했다. 한국 정부는 미국·중국이라는 두 거대축의 틈새에서 다변화된 협력과 중견국 역할의 재정의를 현실화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G20 회의에서 한국은 다자체제 강화, 개방형 무역질서 복원, 디지털·에너지·공급망 분야의 협력 확대를 핵심 의제로 제시했다. 이러한 전략은 관세 리스크를 넘어 중동·아프리카까지 연결된 외교경제 회로를 완성하는 흐름이다.
이재명 정부가 G20을 중요 무대로 삼은 결정적 배경에는 글로벌 경제질서의 재편이 자리한다. 팬데믹 이후 공급망 붕괴, 기후위기, 디지털 격차, 지정학적 불안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면서 다자협력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규칙기반 질서가 흔들릴 때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많아져야 한다”는 판단을 세웠다. G20에서 한국은 개방·공정·지속가능성이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의제를 설정했다. 특히 한국은 아프리카·중동을 포함한 글로벌 남반구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조하며, 그간 북미·유럽 중심 외교에서 벗어나겠다는 전략적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실제로 한국 대통령실은 G20 정상회의 직전 “한국은 다자체제 속에서 책임지는 리더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G20 회의 일정 중 한국과 독일, 프랑스와의 양자정상회담은 주목할 만하다. 한국 대통령은 독일 총리와의 회담에서 “세계 제조업 강국인 양국이 공급망 재편과 친환경 전환에 협력해야 한다”는 인식을 나눴다. 또한 프랑스 대통령과는 한국·프랑스 외교수립 140주년을 앞두고 경제·문화·기술 분야의 전략적 협력을 논의했다. 이들 양자회담은 한국이 외교무대를 단일 지역·기능에서 벗어나 여러 축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신호다. G20이라는 다자 테이블에서 한국이 기존의 보조적 위치가 아니라 중견국 간 연대와 조율의 허브로 부상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한국 정부는 이번 G20에서 다자투자·인프라 프로젝트 강화 의지도 드러냈다. 중동 순방에서 설계한 AI·에너지·방산 협력구조가 G20 의제 속에 삽입된 것이다. 한국은 중동·아프리카 내 한국 기업의 진출 확대와 연계해 “글로벌 성장회로(Global Growth Circuit)”라는 개념을 내놓았다. 이 회로는 한국 기술과 중동 에너지, 아프리카 시장이 서로 연결되는 삼각 구조다. 이를 국제무대에서 공식화함으로써 한국 외교경제 전략이 지역 단위에서 글로벌 단위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한국 정부는 MIKTA 정상회의를 통해 중견국 연대의 관점에서도 전략을 강화했다. MIKTA는 멕시코·인도네시아·한국·터키·호주로 구성된 협의체로, 한국은 해당 협의체에서 올해 의장국 역할을 맡았다. 한국은 이 회의를 통해 북미·유럽 중심 다자체제에서 벗어나 중견국 네트워크 중심의 외교판을 설계하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 이재명 정부는 MIKTA 정상회의에서 자유무역·디지털경제·기후협력을 주요 항목으로 제시했다. 이처럼 중견국 간 협력 구조 속에서 한국이 조정자 역할(Connector Role)을 자임하는 모습이다.
이번 G20 참여는 한국 외교의 구조적 변화를 뜻한다. 우선, 지역 중심·기능 중심 외교에서 벗어나 다축 외교무대로 전환하고 있다. 중동·아프리카와의 협력을 실물경제·에너지·기술로 디자인한 뒤 이를 G20 무대에서 말하고 듣는 위치로 바꿨다. 둘째, 한국 정부는 외교 저변을 확대하면서도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이나 중국 어느 한쪽에 지나치게 기울지 않고, 양축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셋째, 외교는 더 이상 지원·추종이 아니라 주도·연대·조정의 단계로 진입했다. 한국은 글로벌 의제 설정자로서의 역할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물론 실질 과제가 여전히 존재한다. 한국이 G20에서 제안한 의제를 현장 실행으로 연결하려면 국내 산업 생태계의 준비가 필요하다. 중동·아프리카 진출을 위한 기업 역량 강화, 제도적 리스크 대비, 문화·사회적 수용성 확보 등이 과제다. 또한 한국이 제안한 다자협력 구도가 현실화되려면 국제 파트너와의 신뢰관계가 지속적으로 구축되어야 한다. 이번 G20과 MIKTA에서 한국이 제시한 방향은 야심차지만, 성과가 입증될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가 이번 중동 순방과 G20 참여를 통해 만든 외교지형은 하나의 흐름이다. 관세 리스크를 정리한 뒤 중동에서 실물경제 기반을 쌓고, 문화 외교까지 구축한 후 이제 글로벌 거버넌스 무대로 진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 흐름을 한국 외교의 새로운 설계도로 삼고 있다. 한국이 중견국을 넘어 리더국으로 나아가겠다는 선언이 아닌 전략적 실행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 외교경제 전략은 현재 형태로 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하드 파워 + 소프트 파워 + 다자무대 통합”이다. 에너지·방산·AI 같은 산업과 기술이 한 축이고, 문화와 인적교류가 또 하나이며, 그 둘을 다자협력 틀에서 융합시키는 것이 마지막 축이다. 한국 정부는 이 삼축을 하나의 외교 설계도로 작동시키고 있다. G20과 MIKTA는 그 설계도를 국제사회에 드러내는 무대였다.
한국 외교는 이제 단일 시장·단일 지역에서 벗어나 세계 곳곳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동에서 시작한 외교행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한국은 공급망·에너지·기술·문화가 연결된 글로벌 플레이어로 거듭나려 한다. 세계가 그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