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RENDY⑥] 관세협상은 서막이었다: 한국 외교의 다음 장이 열리다
중견국에서 세계 플레이어로, 한국 외교경제 전략의 새 궤적
[KtN 박준식기자]한국 정부는 최근 몇 년간 통상·수출 중심으로 전개된 외교경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관세협상과 수출 시장 다변화라는 초기 과제를 넘어서 이제는 중동·아프리카·글로벌 거버넌스 무대에서 새로운 입지를 확보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UAE, 이집트 순방을 통해 실물경제·문화외교 기반을 구축했고, 이어서 G20과 MIKTA 무대에서 한국의 외교 축을 명확히 설계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그 설계를 지속적으로 실행 가능한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다. 한국 외교는 단순히 새로운 시장을 찾는 것을 넘어, 우리 스스로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겠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선 한국이 직면한 구조적 배경을 다시 보면 대한민국은 수출 산업 중심국으로서 미국·중국·일본과의 통상관계에 깊이 연동되어 있다. 하지만 최근 관세와 공급망 불안이 커졌고, 에너지 자원 확보·기술 경쟁력 유지·지역 불안정 등이 외교경제 리스크로 부상했다. 정부는 이러한 위협을 단순히 대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선제적으로 전략축을 재편성했다. 관세협상에서 완화된 통로를 바로 중동·아프리카 시장 진출로 연결했고, 거기서 확보한 플랫폼을 다시 글로벌 다자 무대로 확장하고 있다. 즉, 관세라는 통상 외교의 단일 사건이 아니라 한국 외교경제 전략의 첫 장(chapter)이었고, 지금이 그 다음 장이 열린 시점이다.
다음 장의 핵심 키워드는 세 가지다. 첫째, 지속가능한 협력 네트워크 구축이다. 한국 정부는 UAE와 체결한 에너지·AI·방산·문화 협력모델을 중동·아프리카로 확장하고 있다. 이집트와의 교육·문화 협력, 청년 교류는 단발성이 아닌 연속 프로젝트로 설계되었다. 둘째, 전략적 자율성 강화다. 미국·중국을 오가는 외교에서 한국은 어느 한쪽에 기울지 않고 선택지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G20과 MIKTA 무대에서 한국이 북미·유럽·아시아·아프리카 연결망을 조정자로서 설계한다면, 이는 과거 한국이 따랐던 외교에서 벗어난 것이다. 셋째,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의 결합 외교다. 산업과 기술 협력(에너지·AI·방산)과 문화·교육 협력이 하나의 설계도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 기술을 바탕으로 문화 신뢰를 구축하고, 문화 신뢰를 바탕으로 시장과 산업을 확보하는 외교 구조를 만들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 구조를 현실화하기 위해 제도적·산업적 기반을 정비하고 있다. 기업의 해외 진출 구조를 정부 차원에서 협력 체계로 재설계했으며, 청년·인재 교류 프로그램을 외교 전략과 연결했다. 또한 지역별 리스크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외교·무역·투자 리스크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새로운 외교무대에서는 단기 계약보다 장기 파트너십이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인식 전환은 외교경제 전략이 단발성을 넘어서 역사적 기간을 갖는 외교 설계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성과를 확보하기까지는 여러 과제가 존재한다. 중동·아프리카 시장은 성장 가능성과 함께 제도·정치·문화 리스크가 높다. 한국 기업이 현지화 역량을 갖추지 않으면 협력 관계가 표면적 계약에 그칠 수 있다. 또한 거버넌스 무대에서 한국이 주장한 의제가 실제로 국제규범이나 시스템으로 안착될지는 불확실하다. G20과 MIKTA에서 제시된 한국의 비전이 실행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파트너국과의 신뢰가 필수적이며, 국내 산업생태계도 그 변화에 맞게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 인재양성, 기술 경쟁력, 문화 적응력이라는 세 축이 균형 있게 움직여야 한다.
한국 외교경제 전략의 다음 국면에는 ‘지역 연대’가 있다. 중동·아프리카에서 시작한 협력은 남미·중앙아시아·유럽까지 확대될 수 있다. 한국은 이미 에너지·AI·문화 협력의 성공 경험을 모델로 삼아 제3시장 진출 전략을 설계 중이다. 예컨대 한국 기술이 중동 인프라에, 한국 문화가 아프리카 청년층에, 한국 기업이 아시아·남미에서 운영되는 구조로 기능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이 ‘수출국’에서 ‘글로벌 플랫폼 국가’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한국이 시장을 따라가던 시대에서 시장을 만드는 국가로의 도약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순방과 국제무대 연계를 통해 한국을 더 이상 주변국이 아닌 중심국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국이 가진 기술과 문화가 결합할 때, 외교는 국가의 힘이 된다. 한국 정부는 이 설계를 단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옮기려 하고 있다. 관세 전선이 막 아물고 있는 지금, 중동·아프리카·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의 외교경제 전략은 본격적 비행을 시작했다. 한국 외교의 다음 장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