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트렌드①] 두바이 넷플릭스는 왜 미국 범죄물에 빠졌고 K드라마는 겨우 6위 한 편만 남았나
UAE 10월 순위에 드러난 넷플릭스 알고리즘과 미국 패권, 그리고 뒤로 밀리기 시작한 한류의 설계도
[KtN 신미희기자]2025년 10월 셋째 주 아랍에미리트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순위는 한 장의 단순한 표로 정리할 수 있는 통계를 넘어선다. 미국 드라마 네 편이 상위권을 선점하고, 인도 작품 두 편이 뒤를 잇고, 한국·영국·이탈리아·스페인 작품이 각각 한 편씩 이름을 올린 구성은 표면적으로는 다양성처럼 보인다. 그러나 상위 네 자리를 미국 드라마가 독점하고 한국 드라마는 6위 한 자리에만 겨우 걸터앉은 구조는, 지금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 안에서 어떤 서사가 중심에, 어떤 서사가 주변에 위치하는지 훨씬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올드 머니 시즌 1, 부츠 시즌 1, 몬스터 The Ed Gein Story 시즌 1, 더 디플로매트 시즌 3로 이어지는 상위권 라인업을 보면 미국 제작 드라마가 선택한 전략은 명확하다. 상류층 권력 암투, 서부 개척의 폭력성과 영웅 만들기, 실존 연쇄살인범을 활용한 범죄 스릴러, 외교와 권력을 둘러싼 정치 드라마가 아랍에미리트 시청자의 프라임 타임을 점유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중동의 고소득·다국적 시청자를 상정하고, 가장 안전하게 시청 시간을 끌어올릴 수 있는 장르인 범죄와 정치, 권력 드라마를 전면에 배치했다. 미국 제작 시스템이 수십 년에 걸쳐 축적한 장르 공식을 넷플릭스 알고리즘이 글로벌 시장에 뿌려 놓은 결과가 바로 아랍에미리트 10월 셋째 주 차트다.
국가별 비중만 보면 미국 40퍼센트, 인도 20퍼센트, 한국을 포함한 나머지 유럽권이 40퍼센트로 집계된다. 수치만 놓고 보면 영어권과 비영어권 콘텐츠의 균형이 나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순위 위치까지 고려하면 상황은 다르다. 미국 드라마는 최상단 1위부터 4위까지를 잠가 시청자가 차트를 스크롤하기도 전에 선택하게 만들고, 한국 드라마는 로맨틱 코미디 한 편으로 중위권에서만 존재감을 겨우 유지하는 모습이다. 플랫폼 메인 화면 첫 줄에 어떤 얼굴이 걸리는지, 추천 섹션 상단에 어떤 국가의 로고가 반복되는지에 따라 시청자의 선택은 달라진다. 넷플릭스는 아랍에미리트에서 미국 제작 오리지널을 전면에 걸고, 나머지 국가의 콘텐츠를 보완재처럼 배치하는 구조를 선택했다. 10월 셋째 주 순위는 이 배치 방식을 정직하게 반영한 결과에 가깝다.
그 와중에 한국 드라마 다 이루어질지니는 유일한 예외이자, 동시에 한국 드라마가 처한 위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남았다. 천년 만에 깨어난 지니와 감정이 마비된 인간을 내세운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라는 설정은 익숙한 K드라마 문법을 따르지만, 제작사는 촬영지를 과감하게 두바이로 옮겼다. 부르즈 칼리파와 부르즈 알 아랍 호텔, 두바이몰과 골드 수크, 사막 캠프, 하타 빌리지, 알 쿠드라 사막까지, 두바이를 대표하는 공간 18곳이 서사 전면에 등장한다. 한국 제작사가 아랍에미리트를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이야기의 구조 속으로 끌어들인 셈이다. 두바이 도심의 유리 외벽과 사막의 색감, 초호화 호텔의 내부를 로맨틱 코미디의 장면으로 소비하도록 유도한 전략은, 통계상 6위라는 숫자보다 더 큰 의미를 남긴다.
아랍에미리트 유력 일간지 걸프뉴스는 다 이루어질지니에 대한 상세 리뷰를 통해 K드라마 한 편에 예상보다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걸프뉴스는 다 이루어질지니가 안전한 선택을 반복하는 대신 기발함과 유쾌한 어리석음을 실험하려는 태도를 지녔다고 평가하면서, 흔한 초자연물 공식에서 벗어나 신비로운 운명 서사에 진부한 반전을 덧입히지 않는 작품이라고 적었다. 김우빈과 수지의 호흡에 대해서는 함부로 애틋하게 당시의 강렬한 감정선에는 못 미치지만 충분히 즐거운 조합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다 이루어질지니를 두고 어지럽고 결함이 많고 들쭉날쭉하지만 재미있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시청자에게 지나친 논리 검증을 잠시 내려두고 부조리의 마법 양탄자에 올라타라고 제안하는 유형이라고 정리한 대목은 인상적이다.
해외 비평가가 K드라마를 향해 이런 언어를 사용하는 장면은 아시아, 미주, 유럽에서 이미 익숙해진 풍경이다. 중동을 대표하는 매체가 두바이에서 촬영한 한국 로맨틱 코미디에 같은 방식으로 접근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한 편의 드라마가 단지 웃음과 눈물을 소비시키는 상품이 아니라, 도시 이미지를 재구성하는 텍스트로 읽히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걸프뉴스는 다 이루어질지니 방영을 계기로 두바이를 직접 체험하려는 젊은 층의 여행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시했다. K드라마를 통해 형성되는 이른바 성지순례형 관광이 아랍에미리트에서도 충분히 작동할 수 있다는 신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계는 냉정하다. 같은 해 8월과 9월 아랍에미리트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순위에는 폭군의 셰프와 에스콰이어 두 편의 한국 드라마가 동시에 이름을 올렸다. 한동안 움츠러들었던 K드라마의 위상이 회복되는 듯한 흐름이었다. 그러나 10월 셋째 주로 들어서면서 순위표에 남은 한국 드라마는 다 이루어질지니 한 편뿐이다. 두 편에서 한 편으로 줄어든 단순한 변화처럼 보이지만, 올드 머니 시즌 1을 비롯한 미국 드라마 네 편과 인도 드라마 두 편이 같은 기간에 상위권을 고정적으로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함께 고려하면, 문제는 숫자보다 구조 쪽에 있다.
아랍에미리트 차트에 반영된 구조는 크게 세 갈래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미국 제작 드라마는 범죄와 정치, 권력을 결합한 장르물에서 압도적인 공급력을 유지하고 있다. 실존 범죄를 다룬 몬스터 The Ed Gein Story 시즌 1과 외교·안보 위기를 중심에 둔 더 디플로매트 시즌 3는 미국 제작 시스템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포맷에 가깝다. 둘째, 인도 드라마는 쿠룩셰트라 마하바라타 대전쟁 시즌 1과 더 바스타즈 오브 볼리우드 시즌 1을 통해 종교·역사·산업 내부 갈등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남아시아와 중동 시청자의 정체성에 맞닿은 서사를 제시한다. 아랍에미리트에 거주하는 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 출신 이주 노동자와 전문 인력 규모를 고려하면, 인도 드라마는 이미 잠재 시청층을 확보한 상태에서 싸움을 시작하는 셈이다. 셋째, 한국 드라마는 로맨틱 코미디 한 편으로 중동 시장 전체를 상대로 승부를 걸고 있다.
K드라마는 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과 아시아, 미주, 유럽 시청자에게 사랑과 가족, 계급과 정치, 판타지를 교차시키는 서사를 강점으로 삼았다. 글로벌 OTT 플랫폼이 비영어권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확보하기 시작하던 시기에는 그 장점이 고스란히 성장 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현재 아랍에미리트 순위에서 한국 드라마가 보여주는 모습은 다르다. 제작 편수는 눈에 띄게 줄었고, 넷플릭스 라이브러리에서 일부 K드라마가 조기 정리되는 흐름까지 맞물렸다. 플랫폼이 미국과 유럽, 인도 오리지널에 더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사이에 K드라마는 메인 화면에서 한 줄 아래로 내려가고, 추천 알고리즘에서도 후순위로 밀려나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아랍에미리트 10월 셋째 주 차트는 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아랍에미리트 TV·비디오 시장은 7억 달러가 넘는 규모로 추산되며, 그중 유료 OTT 구독 시장에서 넷플릭스는 여전히 핵심 플랫폼이다. 미국 드라마는 이 시장에서 가장 안정적인 구독 유지 장치로 작동한다. 올드 머니 시즌 1과 같은 상류층 드라마는 두바이와 아부다비의 고급 주거지에 거주하는 중상류층이 선호하는 라이프스타일과 겹치며, 영어권 시청자에게 언어 장벽 없이 제공된다. 넷플릭스 입장에서 미국 드라마는 투자 대비 회수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제품이고, 아랍에미리트와 같은 시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한국 드라마는 반대로 비영어권 카테고리에서 넷플릭스의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세계 여러 지역에서 비영어권 상위 차트를 장기간 점령했던 기록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글로벌 투자와 제작 편수가 조정되면서, K드라마는 전략상 우선순위가 높은 자산에서 점차 하나의 선택지로 후퇴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10월 차트에서 확인되는 한 편의 존재감은 바로 그 후퇴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기호다. OTT 노출이 줄어들면 드라마 자체 수출뿐 아니라 음악, 파생상품, 공연, 관광, 브랜드 협업 등 K콘텐츠 전체 생태계에도 영향을 준다. 한 작품이 열어 놓은 관광 루트와 브랜드 협업 기회는 후속 작품이 이어갈 때 비로소 산업적 구조로 굳어진다.
그럼에도 다 이루어질지니가 보여준 부산물은 눈여겨볼 가치가 있다. 두바이 주요 명소를 전면에 내세운 촬영으로 인해, 두바이는 단순한 촬영지가 아니라 서사의 공동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관광 산업을 분석하는 기관들은 이미 2025년 기준 아랍에미리트 관광 산업의 국내총생산 기여액을 2천억 디르함이 넘는 수준으로 추산하고 국제 관광 지출 규모 역시 같은 수준의 단위를 언급한다. K드라마 한 편이 두바이를 향한 여행 욕구를 조금이라도 자극한다면, 실제 방문객과 체류 기간, 소비 패턴 변화로 이어지는 효과는 무시하기 어렵다. 전 세계에서 형성된 K드라마 팬덤이 직항 노선과 저가 항공, 소셜 미디어를 매개로 움직일 경우 드라마 촬영지는 곧바로 관광 상품으로 전환된다. 한국, 일본, 유럽 여러 도시에서 이미 검증된 공식이 두바이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다 이루어질지니는 그 공식을 아랍에미리트 버전으로 실험하는 첫 사례에 가깝다.
결국 10월 셋째 주 아랍에미리트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순위는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미국 드라마가 이미 장악한 범죄·정치·권력 서사, 인도 드라마가 선점한 역사·종교·가족 서사 사이에서 한국 드라마는 앞으로 어떤 위치를 점하고 어떤 전략으로 설계될 것인가. 로맨틱 코미디 한 편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이 통계에 선명하게 기록됐다. 장르 스펙트럼을 넓히고 중동 시청자의 정서와 규범을 섬세하게 반영하는 장기적 기획이 없다면, K드라마는 중동 시장에서 점점 작은 칸에만 이름을 올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다 이루어질지니가 보여준 두바이 로케이션, 현지 언론 비평, 관광 수요 자극 효과를 출발점으로 삼아 장르와 산업, 정책을 한꺼번에 묶는 전략을 수립한다면, 6위 한 자리에 머물렀던 한 편의 드라마는 훗날 중동 시장 재도약의 전조로 기록될 수도 있다. 아랍에미리트 10월 순위표는 바로 그 갈림길 위에 K드라마를 세워 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