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트렌드⑤] 로맨스만으로는 부족하다

UAE 넷플릭스가 K드라마에 던지는 장르 확장의 명령

2025-11-30     신미희 기자
아랍에미리트.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신미희기자]아랍에미리트 넷플릭스 10월 셋째 주 순위에서 한국 드라마는 중위권에 단 한 편만 남았다. 다 이루어질지니가 남긴 문화적 파급력과 현지 촬영의 성취는 분명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 결과는 지금 한국 드라마가 가진 한계를 가장 노골적으로 비춘다. 글로벌 시장에서 상징적 위치를 누리던 K드라마가 왜 중동에서는 확실한 1위를 만들지 못했는가. 답은 장르라는 단어에 있다. 한국 드라마는 지난 10여 년 동안 로맨스와 가족극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감정선의 디테일과 캐릭터 관계의 정교함은 한류를 대표하는 미학이 되었고, 전 세계가 이를 사랑해왔다. 그러다 스릴러와 사회 드라마, 좀비물 같은 확장이 이어지면서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다. 그러나 지금 중동 시장에서 한국 드라마의 장르는 다시 협소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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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서 가장 잘 팔리는 장르는 범죄, 정치, 미스터리, 대형 서사극이다. 미국 드라마가 그 틀을 장악하고 있고, 인도 드라마가 역사와 종교 서사를 앞세워 추격하는 상황이다. 그 한가운데에서 한국 드라마는 판타지 로맨스 한 편으로 맞서고 있다. 그리고 결과는 순위 6위다. 장르가 협소할수록 플랫폼 알고리즘은 외면한다.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는 장르 다양성과 시청 시간, 전환율을 기준으로 타이틀을 전면에 배치한다. 범죄와 정치물은 보통 긴 시청 시간을 만들어내고, 시청을 멈추기 어려운 구조를 갖는다. 반면 로맨틱 코미디는 완주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긴 시리즈로 확장되기 어렵다. 가장 감정적이면서도 가장 빨리 소비되는 장르라는 모순이 존재한다. 즉, 로맨스는 K드라마의 독보적 매력인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 한계가 되는 장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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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서 한국 드라마가 다시 강력해지기 위해서는 장르 스펙트럼의 확장이 필수적이다. 로맨스가 중심이라면 그 주변에 얹는 요소가 훨씬 다양해져야 한다. 법정물이나 의료물에 로맨스가 스며들 때, 사랑 이야기는 더 단단한 뿌리를 가진다. 사회적 불평등이나 정치적 갈등을 로맨스 안으로 끌어들일 때, 서사는 더욱 넓은 관객을 품는다. 예전에도 한국 드라마는 로맨스를 통해 사회를 이야기해왔지만, 지금은 그 비중과 강도가 다시 요구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한국 드라마는 질문을 받아야 한다. 왜 로맨스는 과거처럼 강하게 작동하지 않는가. 그 답 역시 세계 시장의 흐름에 있다. 시청자들은 갈수록 극단적인 상황, 높은 stakes가 주는 긴장감을 원한다. 실화 범죄 기반 콘텐츠가 미국 상위권을 휩쓰는 이유다. 인도 드라마가 신화적 서사로 시선을 사로잡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극적 서사에서의 밀도가 없다면, 시청자는 언제든 다음 콘텐츠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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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장르 확장은 단순히 ‘스릴러를 더 만들자’는 명령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국이 잘하는 방식으로 확장해야 한다. K드라마가 세계를 압도했던 순간들은 언제나 두 가지를 결합할 때였다. 인물의 감정에 대한 집요한 탐구와 현실 혹은 초현실적 사건의 충돌. 오징어 게임이 그랬고, 킹덤이 그랬다. 더 나아갈 수 있는 결정적 지점은 바로 그 결합 지점이다. 또 하나의 조건은 현지 정서와 직접 연결되는 로컬라이제이션이다. 두바이 촬영을 통해 다 이루어질지니가 얻은 호응은 단지 배경을 옮긴 결과가 아니다. 로맨틱 판타지의 본질과 두바이라는 도시의 비현실적 에너지가 일치했기 때문이다. 로컬라이제이션은 표면적 배경 교체가 아니라, 스토리의 내부 동력과 문화의 접점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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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 시장은 한국 드라마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한국 드라마는 여전히 사랑 이야기를 잘 쓸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세계는 사랑 그 자체보다 사랑이 발생하는 세계의 변칙과 격돌에 더 매혹된다. 세계가 K드라마에 기대하는 새로움은 이제 한 단계 더 높은 층위에 있다. 장르 확장이라는 과제가 외면할 수 없는 이유다. 로맨스를 지우라는 얘기가 아니다. 로맨스를 세상과 다시 연결하라는 요구다. 다 이루어질지니는 한국 드라마가 중동에서 어떤 가능성을 갖는지 증명했다. 다음 단계는 선택의 문제다. 한국 드라마가 다시 세계의 중심을 향해 질주할 것인지, 익숙한 감정의 안전지대에 머물 것인지. 장르는 결국 확장할수록 생존한다. 그것이 지금 아랍에미리트 넷플릭스 순위가 던지는 명확한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