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경제⑤] 영어의 시대가 저문다… K라틴J 음악이 글로벌 중심에 선 이유

국경 없는 팬덤과 플랫폼이 만든 진짜 세계 시장

2025-12-01     홍은희 기자
제니, ‘ExtraL’ MV 1억 회 돌파…억대 뷰 4편 보유 솔로 퀸  사진=2025 11.03  OA엔터테인먼트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홍은희기자]2025년 빌보드 글로벌 200 최신 차트에서 가장 독보적인 변화는 언어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영어권 팝이 글로벌 차트를 사실상 독점했다. 그러나 지금은 비영어권 아티스트가 주도하는 곡들이 차트 전반에서 확인된다. K팝 J팝 라틴 음악 브라질 장르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글로벌 신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주 차트에는 Le Sserafim과 J Hope의 Spaghetti가 13위에 올랐고 Jennie의 like JENNIE가 126위 Jung Kook Seven이 163위 Jimin Who가 183위에 진입했다. K팝은 더 이상 해외 시장 공략이 목표가 아니다. 글로벌 메인스트림 그 자체다. Le Sserafim은 직설적인 퍼포먼스와 힙합 기반 사운드로, Jennie는 패션 아이콘과 솔로 IP 확장으로 성과를 냈고 Jung Kook은 대중성을 극대화한 멜로디 중심 곡 전략으로 장기 성과를 확보했다.

J팝 역시 성장세가 눈에 띈다. Kenshi Yonezu의 Iris Out가 14위 Jane Doe가 74위에 오르며 일본 음악 특유의 서정성과 독자적 감각을 전 세계 청취자가 흡수하고 있다. Hikaru Utada와의 협업은 문화 간 결합이 상호 이익을 만드는 모델을 증명한다. 과거 일본 음악은 자국 시장 중심으로 운영되며 글로벌 유통이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국경을 넘는 흐름을 만들고 있다.

라틴 음악의 존재감도 거대하다. Bad Bunny는 EOO Nuevayol Baile Inolvidable 등 다수 곡을 차트에 올렸고 멕시코 지역 음악 Fuerza Regida는 여러 곡을 재진입시키며 라틴계 팬덤의 확장을 보여준다. 라틴 음악은 지역성 강한 정서와 리듬을 유지하면서도 글로벌 팝 감각을 갖춘 사운드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브라질 음악도 주목된다. Posso Ate Nao Te Dar Flores가 상위권 진입을 이어 가고 있고 브라질 펑크 장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바이럴 흐름이 강하게 형성됐다. 브라질 특유의 리듬과 현지 언어 감성이 그대로 유지된 채 세계 시장에서 수용된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변화다. 글로벌 보편성에 맞추기 위해 지역성을 버리는 전략이 아니라 지역성을 경쟁력으로 삼는 전략이다.

"미쳐볼 준비됐나" 제이홉, 롤라팔루자 무대 장악…BTS 메들리에 한국어 떼창까지  사진=2025 07.14  방탄소년단(BTS) 공식 SNS 갈무리 / 편집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이 변화가 발생한 구조를 분석하면 팬덤 문화와 플랫폼 알고리즘이 핵심 동력으로 작용한다. 팬덤은 더 이상 지역에 머물지 않는다. 소셜 네트워크와 스트리밍 플랫폼이 결합되며 팬덤이 실시간으로 글로벌 유통 구조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특정 아티스트의 음원이 발매되면 팬덤의 데이터가 동시에 반영되면서 차트 진입이 신속하게 이뤄진다. 팬덤이 직접 성과를 만들어 내는 구조다.

글로벌 플랫폼이 확장한 영어 밖 시장의 중요성도 커졌다. 스트리밍 플랫폼은 사용자 성향을 바탕으로 추천을 개별화하고 지역별로 최적화한다. 한국 일본 라틴 아메리카의 음악은 현지 시장에서 검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 배치된다. 과거에는 영어권 중심의 중앙집중형 유통 구조였지만 지금은 다센터형 음악 시장으로 이동했다.

이러한 확장은 도시 경제까지 자극한다. K팝 투어는 각국 공연장에서 폭발적인 관광효과를 일으키고 라틴 아티스트의 페스티벌은 남미뿐 아니라 유럽과 북미에서도 대규모 수익을 창출한다. 일본 애니메이션과 결합된 음악 콘텐츠는 OTT 산업과 게임 시장을 동시에 성장시키고 있다. 음악이 국가별 신성장 산업으로 뿌리내리고 있는 것이다.

각국 정부와 도시도 음악 산업을 국가 브랜드 전략에 포함한다. 한국은 K팝 산업 육성과 스타 브랜딩 연구를 강화하고 일본은 음악과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IP 비즈니스를 글로벌 전략으로 삼는다. 라틴 국가들은 지역 음악의 글로벌 유통 채널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브라질은 로컬 장르의 글로벌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한다. 음악이 외교 수단이 되고 문화 산업을 넘어 국가 경쟁력이 되고 있다.

그러나 비영어권 음악이 확장하는 과정에서 우려되는 지점도 존재한다. 일부 비영어권 음악이 글로벌 시장에 맞추려는 과정에서 영어권 감각을 그대로 모방하거나 사운드를 희석시키는 시도도 발견된다. 글로벌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지역성이 오히려 축소될 수 있다는 문제다.

언어 장벽을 넘는 동시에 개성을 지켜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된다. 지역 음악이 글로벌 시장에 적응하는 과정은 성공의 기회이자 정체성 위기의 시기이기도 하다. 산업은 다양성을 유지하면서도 경쟁력을 유지하는 균형 전략을 요구받는다.

이번 주 차트에서 확인되는 또 다른 특징은 다언어 소비가 일상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리스너는 가사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지 않아도 곡 전체 감정과 리듬에 반응하며 즐긴다. 음악 소비자 스스로 언어 감수성을 확장하고 있다. 과거 번역이 필요한 소비였던 외국 음악이 지금은 즉시 감각적으로 소비된다.

이 변화는 장기적으로 글로벌 음악 시장의 힘의 중심을 바꿀 수 있다. 영어권 중심 패권이 약화되고 다양한 언어 문화 배경을 가진 아티스트가 공존하는 시장이 되는 것이다. 앨범 순위뿐 아니라 투어 판매량 굿즈 판매량 광고 모델 계약 등 전 영역에서 글로벌 다원성이 강화된다.

제니 ‘라이크 제니’, 美 빌보드 선정 ‘2025년 최고의 K팝 노래’ 1위   사진=2025 07.23  OA엔터테인먼트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미국과 영국 중심 음악 시장은 여전히 강력하다. 그러나 기존 중심이 흔들리고 다극화되는 과정이 본격화되면 권력 이동은 가속된다. 비영어권 음악이 글로벌 문화 산업의 핵심이 되는 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

2025년 빌보드 글로벌 차트는 중요한 사실을 말한다. 지금 세계 음악의 중심은 음악 산업 본부의 위치가 아니라 팬덤의 움직임과 플랫폼의 데이터가 결정한다. 언어가 중심이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앞으로의 관건은 비영어권 음악이 얼마나 자기 개성과 지역성을 지켜내며 성장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팬덤과 플랫폼이 만들어낸 국경 없는 음악 시장에서 언어는 장벽이 아니라 선택지가 됐다. 글로벌 팝 시장의 다음 주도권은 영어가 아니라 다양성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