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①] 홍콩 11월을 뒤흔든 K콘텐츠의 확장, 일상 소비로 굳어진 한류의 새로운 질서

음원 차트부터 방송 편성, 대형 음악 행사까지 한국 문화가 구축한 홍콩 대중문화의 구조 변화

2025-12-07     홍은희 기자
케데헌 헌트릭스, 영화 뚫고 지미 팰런쇼 출격…'골든' 첫 라이브 사진=2025 10.08  NBC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홍은희기자]11월 둘째 주 홍콩의 대중문화 흐름은 한국 콘텐츠가 음악·드라마·예능·이벤트 전 영역에 걸쳐 영향력을 공고히 확장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줬다. 홍콩 시장에서 한국 콘텐츠는 더 이상 우연한 히트나 특정 팬덤 중심의 소비로 설명되지 않는다. 홍콩의 일상적 문화 소비 패턴 속에서 지속적이고 구조적 수요가 형성된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점이 이번 11월 데이터를 통해 다시 확인됐다. 음원 차트에서는 HUNTR/X의 Golden이 1위에 올랐고, KPop Demon Hunters 사운드트랙이 상위권을 연속적으로 점유했다. 방송 편성표에서는 법정 드라마와 여행·요리 예능이 다량 편성되며 장르별 안정적 소비 기반을 구축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홍콩 언론이 집중 보도한 2025 홍콩 MAMA 개최 또한 K콘텐츠가 시장 전체를 움직이는 산업적 동력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하는 지점이다.

11월 KKBOX 케이팝 음원 순위에서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IP 기반 음악의 상승세다. HUNTR/X는 Golden을 포함해 What It Sounds Like, How It’s Done 등 여러 곡을 상위권에 동시에 올렸다. 사자보이즈와 Andrew Choi 등이 참여한 음원 또한 순위권에서 지속적으로 존재감을 유지했다. KPop Demon Hunters 사운드트랙은 발매 이후 장기 체류를 이어가며 기존 아이돌 중심의 차트 구조를 흔들었다. 애니메이션 IP 음악이 꾸준한 청취량을 확보하며 실제 그룹의 신곡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흐름은 홍콩 시장의 음악 소비 트렌드가 다층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팬덤 소비에 의존한 단기 반응이 아니라 스토리 기반 음악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확실히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홍콩 icCharts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확인됐다. ITZY의 새 미니앨범 Tunnel Vision이 발매 직후 여러 국가의 아이튠즈 차트에서 정상에 올랐고, 홍콩에서도 상위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글로벌 인기 영상 1위에 올랐다. 글로벌 팬덤의 화력과 홍콩 소비자의 즉각적 반응이 결합된 결과다. 같은 시기 KPop Demon Hunters 사운드트랙 또한 10위권 내에 꾸준히 남아 있어 음악 시장의 소비 양상이 단일 그룹이나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여러 계층의 소비가 중첩돼 만들어내는 다층적 시장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홍콩 현지 언론은 2025 홍콩 MAMA 개최를 주요 이슈로 다루며 K콘텐츠가 지역 문화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South China Morning Post는 이번 MAMA가 카이탁 스타디움에서 이틀간 열리며 7만 명 이상이 모일 것으로 예상했다. 5만 석 규모의 공연장을 기반으로 개최하는 대형 음악 행사라는 점에서 홍콩이 아시아 음악 시장에서 중심 무대로 재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공연 일정은 대중성과 상징성을 모두 고려해 구성됐다. 첫째 날에는 홍콩의 인기 그룹 MIRROR와 한국의 아이들, 아이브, 엔하이픈, NCT Wish 등이 무대에 오르고, 둘째 날에는 지드래곤, 에스파, 스트레이 키즈 등 글로벌 인지도를 가진 아티스트가 참여한다. 진행은 박보검과 김혜수가 맡았고, 시상에는 미셸 여와 주윤발이 나서 홍콩 내 대중적 관심을 끌어올렸다. 홍콩스탠다드는 MAMA 개최가 관광·숙박·교통·요식업 등 지역경제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을 전했다. 대규모 음악 행사가 도시 이미지와 산업 흐름까지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홍콩이 K콘텐츠의 전략적 무대로 떠올랐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방송 편성표에서도 한국 드라마와 예능이 꾸준히 비중을 확보하며 홍콩 플랫폼 경쟁에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ViuTV와 TVB는 과거 인기작과 신작을 혼합한 방식으로 한국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편성하고 있다. 스카이캐슬, 힐러, 부부의 세계 등 이미 현지에서 높은 인지도를 확보한 작품이 다시 배치되는가 하면, 응급남녀, 장사천재 백사장, 모범택시 등 다채로운 장르가 고르게 포함돼 폭넓은 선택권을 제공했다. 이러한 편성 구조는 한국 콘텐츠가 홍콩 시청자의 일상적 시청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소비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 단일 작품의 성패에 따른 시장 변동이 아닌 안정적 공급 체계를 기반으로 시장 자체를 유지하는 구조다.

신작 가운데 주목받는 작품은 좋거나 나쁜 동재다. 비밀의 숲 세계관을 확장한 스핀오프 드라마로, 검사 서동재가 재개발 비리와 살인 사건을 맡으며 법정과 사회적 갈등의 경계를 오가는 과정이 핵심이다. 홍콩 시청자층은 오래전부터 법정·수사 장르를 선호해 왔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굿파트너 등 유사 장르가 이미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바 있다. 좋거나 나쁜 동재는 이러한 장르적 선호와 정확히 맞물리며 시청층의 관심을 빠르게 끌었다. 서사가 사회적 부정과 정의 구현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중심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국가나 문화권의 차이를 넘어서 공감대를 형성하기 쉽다는 점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요리·여행 예능 역시 꾸준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tvN의 백패커는 TVB 편성 이후 시청자들 사이에서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백종원을 중심으로 한 출연진이 다양한 장소에서 제약 조건을 극복하며 요리를 완성하는 구성은 홍콩 시청자들의 취향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홍콩 시청층은 한국의 지역성, 음식문화, 공동체적 정서를 전하는 예능에 친숙하다. 이러한 특성이 예능 포맷 자체의 경쟁력과 결합하며 지속적 소비 흐름을 만들고 있다.

11월 홍콩 시장에서 나타난 여러 지표는 한국 콘텐츠가 순간적 이슈가 아니라 산업적 구조 속에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음원 차트에서는 IP 기반 음악이 장기 체류하며 시장 내 새로운 축을 형성했다. 방송 편성에서는 장르 다양성과 안정적 공급 체계가 유지됐고, 연말 대형 음악 행사는 홍콩 경제와 문화정책의 중요한 부분으로 편입됐다. 한국 콘텐츠는 홍콩에서 단순한 인기 콘텐츠가 아니라 시장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홍콩은 한국 음악과 드라마, 예능을 동시 소비하는 복합적 구조를 갖춘 시장으로 성장했고, 이 흐름은 한류가 다음 단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의미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