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③] 일터를 가르는 새로운 격차

AI 활용 역량의 급부상은 노동 계층 구조를 다시 짜고 있고, 적응 속도가 미래 소득을 결정한다

2025-12-11     김상기 기자
AI 시대, 일과 기술의 미래.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김상기기자]자동화가 산업 전반에서 확장되면서 노동의 계층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술 인력과 비기술 인력의 구분이 노동시장의 주요 기준이었다면, 지금은 새로운 분류가 등장했다. AI를 능숙하게 활용하는 인력과 그렇지 못한 인력이다. 이 차이는 직무 방식, 조직 내 역할, 보상구조까지 흔들며 노동시장의 재편을 이끄는 새로운 축이 되고 있다.

AI 활용 역량은 단순한 기술 사용 능력을 뜻하지 않는다. 자동화된 환경에서 일의 흐름을 이해하고, 여러 도구를 적절히 조합하며, 자동화된 결과를 해석해 의사결정 과정에 연결하는 능력을 말한다. 최근 산업별 사례에서 확인되는 흐름은 하나다. 이 역량은 특정 직군의 옵션이 아니라 거의 모든 직무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 능력이 노동시장 전체로 빠르게 확산되는 이유는 업무 구조 변화에 있다. 자동화가 가져가는 역할은 주로 자료 수집, 정보 정리, 기초 분석처럼 규칙 기반 활동이다. 사람이 이 과정을 직접 수행했던 시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지만, 자동화가 이를 맡으면서 인간의 역할은 더 높은 수준의 판단과 해석으로 이동했다. 이때 필요한 기반 능력이 바로 AI 활용 역량이다.

프롬프트 설계 능력은 이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적절한 문맥을 제공하고, 단계별 절차를 구성하며, 품질 기준을 제시하는 과정은 언어 능력, 논리적 사고, 정보 구조화 능력이 결합된 형태다. 자동화된 흐름을 얼마나 섬세하게 다루는지에 따라 업무 품질의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 변화는 전문직과 실무 직군 모두에서 확인된다. 연구조직이나 기술조직에서는 이미 AI 활용 역량이 평가 기준으로 포함된다. 개발자는 코드를 작성하기 앞서 알고리즘이 제안한 구조를 해석하고, 필요한 요소를 재구성하며, 여러 자동화 도구를 조합해 문제를 해결한다. 기존 기술 역량은 여전히 필요하지만, 자동화된 환경에서는 도구와 협업하는 능력이 성과를 결정짓는 기준이 된다.

사무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시장 조사, 보고서 작성, 기획안 구성 등은 자동화된 초안이 빠르게 제공된다. 사무 인력은 초안을 다시 해석해 방향성을 설정하고 핵심 메시지를 추려내는 역량을 요구받는다. 이는 단순 문서 작성 능력을 넘어 정보의 의미 구조를 파악하는 능력, 전략적 시각, 의사결정 연결 능력을 포함한다. 이 역할 변화를 뒷받침하는 힘이 바로 AI 활용 역량이다.

서비스 직무에서도 AI 활용 역량은 성과를 좌우하는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고객 이력과 요구를 분석한 자동화된 정보가 상담자에게 전달되면 상담자는 그 정보를 기반으로 상황을 파악해 정교하게 대응한다. 고객 감정의 변화, 관계 형성, 신뢰 구축은 인간의 능력이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 해석은 자동화가 맡는다. 상담자는 자동화된 정보를 어떻게 조정해 고객의 맥락에 맞게 다시 구성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진다.

AI 활용 역량은 임금 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동화된 환경에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인력은 더 높은 보상을 받는다. 반대로 자동화 충격이 집중되는 직무에서 해당 역량을 갖추지 못한 노동자는 역할 축소나 임금 정체를 겪을 가능성이 커진다. 노동시장의 격차는 기술 보유 여부보다 AI를 실무에 통합해 활용할 수 있는 능력에서 갈라지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회계 분야를 보면 변화가 더욱 뚜렷하다. 데이터를 분류하고 정리하는 기초 업무는 빠르게 자동화되고 있지만, 전체 재무 구조를 파악하고 위험을 판단하며 전략적 조언을 제공하는 역할은 사람이 맡아야 한다. 다만 이 단계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자동화된 데이터 분석 흐름을 이해해야 한다. AI 활용 역량은 기존 지식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위 역할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코딩 분야도 같은 흐름을 따른다. 반복 코드 작성은 자동화되지만, 시스템 설계, 구조 판단, 품질 검증과 보안 설계는 사람의 몫이다. 개발자의 역할은 자동화가 늘어난 만큼 더 고도화되며, 이 과정에서도 AI 활용 역량은 필수 기반 역량이 된다.

자동화의 확장은 직무 상향 이동을 촉진하고 있다. 노동자는 자동화 도구와 협력하며 더 복잡한 일을 처리하게 되고, 조직은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즉, 자동화는 노동을 줄이는 과정이 아니라 노동의 내용을 고도화하는 과정이다.

이 변화는 교육과 훈련 체계의 재정비도 요구한다. 단순 기술 교육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업무 흐름을 설계하고, 자동화된 결과를 해석하고, 사람과 기계의 역할을 조정하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이 필요하다. 채용 기준 역시 특정 도구를 다루는지 여부보다 AI 활용 역량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실무에 녹여낼 수 있는지가 핵심 기준이 되고 있다.

노동시장의 방향은 분명하다. AI 활용 역량은 선택이 아니다. 노동의 지속성과 보상의 차이를 만드는 핵심 기준이 되고 있다. 자동화는 인간을 대체하기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미래 직업의 가치는 AI와 협력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능력에서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