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르포②] Glacier Siren, 얼음의 구조와 색이 만든 정지된 장면

2026년 청색 활용이 드러낸 두 학생의 조형적 선택

2025-12-10     박준식 기자
김예진과 이채원이 준비한 Glacier Siren은 빙하를 장식적 이미지로 소비하지 않고, 실제 얼음의 색 농도·층위·불균일한 물성을 뷰티의 언어로 옮긴 작업./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김예진과 이채원이 준비한 Glacier Siren은 빙하라는 소재를 장식적 이미지로 소비하지 않고, 얼음이 가진 물성의 일부를 뷰티 분야의 언어로 옮기는 방식에 가까운 작업이었다. 두 학생은 처음부터 얼음의 상징성을 강조하기보다, 실제 빙하 표면에 존재하는 색의 농도 차이와 층위, 그리고 얼음과 물이 맞닿을 때 생기는 불균일한 형태에 집중했다. 작품은 특정한 감정이나 서사를 전면에 배치하지 않으며, 관람자의 시선을 일정한 속도로 머물게 하는 ‘정지된 장면’처럼 구성됐다.

김포대학교 뷰티아트과 김예진·이채원, 〈Glacial Gradient〉, 2025.  빙하의 햇빛·수심·기울기에 따라 변하는 푸른빛 농도를 그대로 옮겨, 서로 다른 블루 레이어가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했다./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요소는 색이다. Glacier Siren에 사용된 파란색은 선명하거나 과감한 색이 아니다. 김예진과 이채원은 빙하가 햇빛과 수심, 표면의 기울기에 따라 여러 농도의 푸른빛을 띠는 점에 주목했다. 두 학생은 이 색의 미묘한 차이를 작품의 중심 축으로 삼았고, 단일한 블루 톤으로 통일하기보다 색의 농도와 투명도가 서로 다른 영역이 자연스럽게 섞이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구성은 파란색을 감정의 상징으로 사용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색 자체가 가진 물리적 상태를 드러내는 데 가까웠다.

김예진과 이채원은 파란색을 통해 시대적 감정이나 서사를 전달하려 하지 않았고, 단순히 빙하라는 자연물의 표면에서 관찰한 색의 층위를 작품에 적용했다. /사진=김포대학교 뷰티아트과 김예진·이채원, 〈Glacial Gradient〉, 2025,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최근 팬톤과 WGSN이 제시한 2026년 색채 전망에서도 푸른 계열은 주목받고 있다. 두 기관이 언급하는 ‘균형 회복’이나 ‘안정적 전환’ 같은 서사는 색을 사회적 흐름과 연결하는 방식이지만, Glacier Siren의 파란색은 이런 논리를 따르지 않는다. 김예진과 이채원은 파란색을 통해 시대적 감정이나 서사를 전달하려 하지 않았고, 단순히 빙하라는 자연물의 표면에서 관찰한 색의 층위를 작품에 적용했다. 이 점에서 Glacier Siren은 동시대 색채 담론과 과도하게 연결되지 않으면서도, 현재 세대가 선호하는 쿨톤의 조용한 확산과 일정한 접점을 갖는다.

형태와 구조에서도 두 학생의 선택은 절제된 방향으로 이어졌다. 김예진이 구성한 실루엣은 과장된 볼륨이나 극적인 연출을 피하고, 곡선이 완전히 이어지지 않게 끊어지는 지점을 남겨 두었다. 이러한 구성은 얼음 표면이 균열을 만들었다가 다시 이어지는 느낌을 준다. 또한 선의 굴곡은 일정한 리듬을 형성하지 않고, 간격과 두께가 일정하지 않다. 이는 형태를 적극적으로 강조하지 않고, 얼음의 불균일한 표면을 간접적으로 반영하는 선택이었다.

이채원이 구성한 표면과 재질의 분포는 이러한 형태의 흐름을 보조하는 구조를 갖는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이채원이 구성한 표면과 재질의 분포는 이러한 형태의 흐름을 보조하는 구조를 갖는다. 투명 소재와 반사 필름은 빛의 방향에 따라 농도를 달리하며, 겹겹이 쌓인 텍스처는 시야가 이동할 때 마다 농도 차이를 만들어낸다. 이 표면은 특정한 의미를 전달하지 않으며, 재질과 색이 가진 물리적 성향을 정리한 결과물에 가깝다. 표면 전체가 일정하거나 매끄럽게 이어지는 대신, 조밀한 부분과 느슨한 부분이 함께 존재해 깊이의 차이를 형성한다.

김예진과 이채원은 얼굴을 장식하거나 특정 캐릭터를 구축하려 하지 않았으며, 물이 흐른 뒤 남는 얇은 흔적 같은 이미지를 중심으로 배치했다.  /사진=김포대학교 뷰티아트과 김예진·이채원, Glacial Gradient> 2025.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메이크업은 이 조형의 특징을 얼굴이라는 좁은 공간에 다시 배치한 형태다. 색의 대비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번짐·선형·얇은 적층이 표면을 구성한다. 김예진과 이채원은 얼굴을 장식하거나 특정 캐릭터를 구축하려 하지 않았으며, 물이 흐른 뒤 남는 얇은 흔적 같은 이미지를 중심으로 배치했다. 이 방식은 인어라는 제목이 암시하는 상징적 이미지와 거리를 두게 만들며, 작품이 환상적 이미지나 뷰티적 장식을 앞세우지 않도록 유지한다.

네일에서는 작품 전체의 미세한 단위가 가장 잘 드러난다. 젤이 굳는 과정에서 생기는 불규칙한 형태, 작은 조각처럼 보이는 구조, 일정하지 않은 두께가 그대로 남아 있다. /사진=김예진·이채원, 〈Glacial Gradient〉, 2025.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네일에서는 작품 전체의 미세한 단위가 가장 잘 드러난다. 젤이 굳는 과정에서 생기는 불규칙한 형태, 작은 조각처럼 보이는 구조, 일정하지 않은 두께가 그대로 남아 있다. 두 학생은 이러한 우발적 변형을 수정하거나 통일하려 하지 않고, 조형의 작은 단위를 작품의 일부로 편입했다. 이 구성 방식은 의도적 연출보다 재료가 가진 자연스러운 흐름을 관찰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네일은 Glacier Siren 전체의 균형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작품의 구성 원리를 설명하는 요소로 작동한다.

얼음판을 연상시키는 기반 구조, 투명한 소재가 만든 굴절, 관람자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그림자의 분포는 작품을 단일한 정면 이미지를 갖는 오브제가 아니라, 일정한 환경처럼 읽히도록 만든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브제와 공간 구성은 이러한 작업 전반의 흐름을 정리하는 역할을 했다. 얼음판을 연상시키는 기반 구조, 투명한 소재가 만든 굴절, 관람자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그림자의 분포는 작품을 단일한 정면 이미지를 갖는 오브제가 아니라, 일정한 환경처럼 읽히도록 만든다. 빛의 양이 적을 때와 많을 때, 가까이 볼 때와 멀리 볼 때 인상이 달라지며, 이는 작품이 하나의 구조에 머무르지 않도록 한다.

작업 과정에서 김예진과 이채원이 겪은 시행착오는 Glacier Siren의 조형적 선택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작업 과정에서 김예진과 이채원이 겪은 시행착오는 Glacier Siren의 조형적 선택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두 학생은 계획한 형태가 실제 재료의 반응과 다르게 나타나는 순간을 여러 차례 경험했고, 그때마다 전체 구조를 다시 조정했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비균일한 부분들은 작품의 결을 구성하는 요소로 남았다. 두 학생은 완벽히 통제된 형태를 만드는 것보다, 얻어진 결과들 중에서 작품의 흐름에 적합한 요소를 선택하는 방식을 택했다.

김예진과 이채원은 화려한 기교를 과도하게 드러내기보다, 자신들이 이해하고 다룰 수 있는 범위에서 색과 재질, 형태의 관계를 정리하려는 태도를 유지했다.  /사진=김예진·이채원, 〈Glacial Gradient〉, 2025.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졸업작품이라는 조건 역시 작품의 방향을 규정했다. 김예진과 이채원은 화려한 기교를 과도하게 드러내기보다, 자신들이 이해하고 다룰 수 있는 범위에서 색과 재질, 형태의 관계를 정리하려는 태도를 유지했다. 이는 작품이 과장된 서사나 극적 이미지 없이 ‘정지된 장면’처럼 구성된 이유이기도 하다.

트렌드코리아 2026에서 언급된 ‘픽셀라이프’라는 개념은 Glacier Siren의 구조를 읽는 참고선이 될 수 있다. /사진=김예진·이채원, 〈Glacial Gradient〉, 2025.,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트렌드코리아 2026에서 언급된 ‘픽셀라이프’라는 개념은 Glacier Siren의 구조를 읽는 참고선이 될 수 있다. 여러 작은 단위가 모여 하나의 상태를 구성한다는 이 개념은 네일의 작은 조각, 메이크업의 얇은 흔적, 굴곡이 반복되는 실루엣, 표면의 농도 차이가 결합해 작품 전체를 형성하는 과정과 일정한 유사성을 갖는다. 이는 작품이 특정한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 감정의 단위가 어떻게 조합되는지 보여주는 구성 방식에 가깝다.

김예진과 이채원은 색의 농도, 재질의 굴절, 형태의 비균일성을 차분히 배치하며, 빙하라는 자연물에서 관찰한 구조적 특징을 뷰티 분야의 조형 언어로 재정리했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Glacier Siren은 특정한 메시지를 제시하거나 감정을 강하게 드러내는 작품이 아니다. 김예진과 이채원은 색의 농도, 재질의 굴절, 형태의 비균일성을 차분히 배치하며, 빙하라는 자연물에서 관찰한 구조적 특징을 뷰티 분야의 조형 언어로 재정리했다. 관람자는 이 작품을 장식적 이미지로 소비하기보다는, 표면의 분포와 형태의 흐름을 살피며 하나의 시각적 상태로 받아들이게 된다.

김포대학교 뷰티아트과 성과발표회에서 Glacier Siren은  화려한 장면을 만들지 않았으나, 과장 없이 구성된 장면들은  김예진, 이채원이 빙하에서 가져온 미세한 요소들을 어떤 방식으로 다루었는지 보여주는 데 충분했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김포대학교 뷰티아트과 성과발표회에서 Glacier Siren은 화려한 장면을 만들지 않았으나, 색과 구조가 가진 기본적인 속성을 차근히 드러내는 방식으로 존재감을 확보했다. 과장 없이 구성된 장면들은 두 학생이 빙하에서 가져온 미세한 요소들을 어떤 방식으로 다루었는지 보여주는 데 충분했다. 작품은 조용한 밀도를 유지하며, 두 학생이 이번 작업에서 선택한 조형적 기준을 분명하게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