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르포③] Fairy Tale, 시간과 색이 겹쳐지는 장면
파스텔의 확산과 김서희·김세림이 선택한 조형적 거리
[KtN 박준식기자]김서희와 김세림이 구성한 '동화'는 제목이 암시하는 전형적인 동화 서사를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나비, 시계, 버블 같은 상징적 오브제가 배치되어 있지만, 그 요소들이 이야기의 구조를 만들기보다는 장면의 밀도를 조절하는 데 사용된다. 두 학생은 파스텔 계열의 가벼운 색을 중심에 두면서도, 기교나 장식의 과잉으로 흐르지 않도록 색의 농도와 배치를 일정한 거리에서 조정했다. 전체적인 인상은 동화적 서사보다는 색과 형태의 완만한 확장에 가깝다.
작품을 구성하는 이미지 가운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나비의 활용이다. 나비는 동화적 상징 요소로 흔히 사용되지만, 김서희와 김세림은 나비의 의미를 전면에 드러내는 방식보다, 움직임을 암시하는 선이나 그림자를 장면에 남기기 위한 도구로 활용했다. 소재 자체의 상징보다, 반투명 재료를 통과한 빛이 만든 그림자의 길이가 장면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구조다. 이는 작품 속에서 나비가 ‘주제’를 설명하기보다, 색과 질감의 연결을 돕는 조형적 기호로 기능함을 보여준다.
두 학생이 선택한 파스텔 톤은 '동화'의 전체적 기류를 형성한다. 파스텔은 화려하게 부각되기보다, 장면을 넓히거나 줄이는 데 적합한 색이다. 김서희와 김세림은 이 특성을 활용해 색의 확산 범위를 정제했다. 푸른빛이 섞인 분홍, 불투명과 투명 사이에 놓인 라벤더 계열, 빛의량에 따라 농도가 달라지는 미세한 색 분포 등이 작품의 표면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두 학생은 색의 대비를 최대한 줄이고, 서로 비슷한 농도의 색을 조심스럽게 겹쳐 둠으로써 한층 더 느리고 안정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작품 구성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시간’이라는 요소가 직접적 상징으로 등장하지만, 그 의미가 서사적 설명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얼굴에 배치된 시계 그래픽은 특정 내용을 전달하기보다는, 얼굴이라는 평면에서 기하학적 구도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김서희는 이 그래픽을 통해 메이크업 전체의 중심축을 설정했고, 색의 분포를 균형 있게 조정했다. 시계의 방향성이나 숫자가 의미를 드러내기보다, 형태가 주는 원형의 안정성이 전체 이미지에 질서를 부여한다.
메이크업은 '동화'의 성격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였다. 김세림은 그래픽 요소, 색의 번짐, 질감의 대비를 조합해 얼굴 표면을 하나의 작은 장면처럼 구성했다. 파스텔 계열의 색은 단순히 귀여움이나 밝음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었다. 두 학생은 파스텔의 농도를 조금씩 낮추어 얼굴의 여러 세부 요소가 과도하게 부각되지 않도록 했고, 그래픽과 색이 섞이는 부분을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했다. 김서희가 말한 “동심을 다시 바라보는 과정” 역시 어린 시절의 감정을 재현하는 방식이 아니라, 색을 단순하고 느리게 배치하는 태도에서 나타난다. 이는 동화라는 주제와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연결되지 않게 하는 조정 작업이기도 했다.
네일에서는 다른 조형 요소보다 명확한 구조와 색의 단위가 잘 드러난다. 김서희와 김세림은 파스텔 계열의 핑크를 기본으로 삼으면서, 나비 모티브를 과도하게 부각하지 않고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했다. 젤이 굳는 과정에서 생기는 투명한 경계는 색과 조형 사이의 거리를 만들어 주며, 장식 요소가 과도하게 높아지지 않도록 조절된다. 네일은 '동화' 전체가 지향하는 ‘가벼운 농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작은 장식이지만 색의 균형을 조절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오브제 구성은 '동화'를 동화적 이미지에 가두지 않는 역할을 한다. 숲을 연상시키는 배경과 유리병 형태의 오브제들은 환상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라기보다, 색과 빛의 분포를 조정하는 장면의 구조물이다. 유리 오브제는 내부의 색이 외부로 번지는 속도가 다르고, 조명에 따라 분홍과 보라가 반복적으로 겹치는 특성을 가진다. 이러한 특성은 작품이 ‘꿈’이나 ‘판타지’를 직접적으로 시각화하는 대신, 색이 펼쳐지는 속도를 조절하는 도구로 기능하게 한다.
작업 과정에서 김서희와 김세림은 계획한 형태가 실제 구현될 때 일정한 차이를 만들어내는 순간을 반복적으로 경험했다. 두 학생은 세부 요소가 지나치게 강조되면 전체 장면의 균형이 무너진다는 점을 작업 초기에 확인했고, 이후 색과 오브제 배치에서 일정한 억제를 유지했다. 이는 작품이 전반적으로 과하게 화려해 보이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했고, '동화'가 장식적 콘셉트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한층 더 정돈된 인상을 남기는 이유가 되었다.
트렌드코리아 2026에서 언급되는 ‘필코노미’는 감정적 경험의 순간을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 흐름을 설명한다. 이러한 흐름은 '동화'를 이해하는 하나의 참고선이 될 수 있다. 김서희와 김세림이 구성한 장면은 감정의 직접적 연출보다, 색의 기류가 만들어내는 잔상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이는 감정을 전면에서 끌어내는 방식이 아니라, 장면을 바라보는 과정에서 차분하게 형성되는 인상을 선택한 결과로 읽힌다.
동시에 ‘근본이즘’이 제시하는 단순한 구조와 원형 복귀의 경향은 '동화'의 조형적 선택과 닮아 있다. 두 학생은 동화라는 복잡한 장르적 상징을 재현하기보다, 색과 형태의 기본 요소를 중심으로 장면을 구성했다. 나비, 시계, 버블 등의 상징이 등장하지만, 이 상징들은 서사 중심의 장식 요소라기보다, 장면의 농도를 조절하는 조형적 단위로 작동한다.
'동화'는 감정의 장면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김서희와 김세림은 색의 농도를 낮추고, 상징 요소를 일정한 거리에서 배치하며, 장면의 흐름을 조정해 작품 전체가 균형을 유지하도록 했다. 동화적 이미지가 가진 과도한 상징을 피하면서도, 파스텔이 가진 가벼운 확산을 유지해 조용한 인상을 남긴다. 이는 두 학생이 동화라는 주제를 단순한 서사로 접근하지 않고, 색과 형태의 관계 속에서 다시 정리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다.
김포대학교 뷰티아트과 성과발표회에서 '동화'는 눈에 띄는 장식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작품 안에서 그 요소들이 중심이 되지 않도록 조절한 작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색의 농도, 상징의 간격, 표면의 분포를 차분히 배치한 결과, 두 학생이 선택한 동화적 구조는 가벼운 이미지가 아니라 균형 있는 장면으로 정리되었다. '동화'는 동화라는 제목과 달리 과장된 판타지를 좇지 않으며, 색과 조형의 작은 변화들이 전체 인상을 만드는 방향으로 구축된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