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르포④] Verdant Forest: 자연을 재현하지 않는 자연
초록의 구조를 재배치한 두 학생의 조형적 접근
[KtN 박준식기자] Verdant Forest는 전시장 내에서 채도가 높지 않은 초록 계열이 넓게 펼쳐지는 작품이다. 이수아와 홍지민은 숲이라는 소재를 전면에 두었으나, 자연물 자체를 모사하기보다 초록이 지닌 시각적 속성을 구조적으로 분해하는 방식에 집중했다. 작품은 머리 장식, 메이크업, 네일 조형, 피부미용 파트의 오브제로 구성되며, 각 파트가 동일한 색 범위 안에 배치되도록 조율된 흔적이 분명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구성 요소는 머리의 볼륨 구조다. 이수아는 탄성이 있는 원단을 반복적으로 접고 겹쳐서 큰 곡선을 만들었다. 구조물을 뼈대 중심으로 세우기보다, 원단 자체의 결과 힘을 이용해 형태가 유지되도록 설계했다. 이 방식은 형태가 과도하게 단단하지 않아 초록이 가진 부드러운 굴곡이 그대로 드러나는 결과를 만들었다. 원단의 면적이 넓은 편이지만, 층위가 얇아 무게감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 편이다. 전체 구조는 한 방향으로 흐르기보다 여러 곡선이 분산되며, 헤어 조형이 ‘숲’이라는 주제를 직접적으로 상징한다기보다 초록의 반복이라는 구조적 패턴에 더 가깝다.
홍지민이 작업한 네일 파트는 작은 단위의 조형을 통해 숲의 잔가지·싹·이끼 등의 이미지를 확장하는 역할을 한다. 네일은 일반적인 장식형보다 길고, 끝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어 손의 움직임에 따라 형태가 변화해 보인다. 소재는 투명 레진과 유광 처리된 초록 소재가 혼합되어 있으며, 실제 식물의 조직감을 모사하기보다는 식물의 ‘형태적 여지’를 가져온 구성이다. 홍지민이 선택한 재료들은 표면이 매끄럽고 빛 반사가 강해 자연 그대로의 질감과는 다르지만, 숲이라는 주제의 일부 요소를 해체한 형태로 기능한다.
메이크업은 얼굴 전체를 덮는 구조가 아니라 부분적으로 초록과 흰색이 분포하며, 얼굴 중앙보다는 눈 주변과 볼 쪽으로 색이 집중되어 있다. 이수아와 홍지민이 말한 “초록을 선호했다”는 취향은 메이크업에서 강한 채도 대신 옅은 농도로 구현되었고, 색의 경계가 확실하게 나뉘기보다 번지듯 이어지는 방식이 선택되었다. 이는 작품 전체의 색 비율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판단으로 보이며, 관람자가 특정 파트에서만 색이 튀어 보지 않도록 설계한 조정으로 읽힌다.
피부미용 파트의 오브제는 작품의 하부 구조를 정돈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 식물과 모형 소재를 함께 사용해 숲의 지면을 연상시키는 공간을 만들었으나, 자연 재현을 목표로 설정한 구성은 아니다. 조형은 대상의 실제 질감보다 ‘초록이 놓여 있는 환경’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배치되었다. 이는 네일과 헤어가 가진 곡선 구조와 시각적으로 충돌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율로 보이며, 전체적으로 색의 범위와 밀도 조절에 상당한 비중을 둔 접근이다.
두 학생의 협업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지점은 색의 사용 비율을 일정하게 유지하려 한 점이다. 인터뷰에서 언급했듯, 초록이라는 선택은 두 사람이 각각 선호하는 색에서 출발했지만, 제작 과정에서는 선호보다 색의 역할을 정리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게 작동했다. 교수진과의 조율 과정에서 헤어 장식의 원단이 여러 번 변경되었다는 말은, 소재의 반사율·두께·빛 흡수 정도가 작품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판단을 반영한다. 실제로 조형물은 조명 아래에서 채도가 쉽게 변하며, 작품 촬영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형태적 관점에서 보면, Verdant Forest는 ‘숲’이라는 주제가 가지는 복잡성과 거리를 둔다. 나무·이끼·흙·수분 같은 구체적 자연 요소는 작품 내에 직접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초록을 여러 방식으로 분산시켜 숲을 구성하는 요소가 아닌, 숲에서 느껴지는 시각적 밀도만을 가져오는 접근을 선택했다. 즉, 자연을 재현하는 조형이 아니라 자연을 구성하는 색채를 재배치하는 구성이다. 이는 자연주의적 관찰보다 시각적 패턴에 기반한 조형적 접근이며, 작품의 핵심 구조를 설명하는 기준이 된다.
협업 과정에서 의견 차이가 있었다는 언급 역시 작품의 분포에서 읽힌다. 한쪽은 생장감 있는 형태를, 다른 한쪽은 차분한 이미지의 유지에 비중을 두었다는 설명은 구조의 상·하에서 대비를 만든다. 머리 장식은 크고 곡선이 많아 확장성을 보여주고, 네일과 메이크업은 비교적 작은 단위에서 여백을 남기며 밀도를 낮추는 방식이다. 이러한 배치는 팀이 색과 형태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한 조절의 결과로 설명될 수 있다.
Verdant Forest는 최근 색채 트렌드에서 초록이 가지는 역할과도 자연스럽게 교차한다. 팬톤과 WGSN이 제시하는 색 경향에서 초록은 ‘정서적 안정’, ‘환경 기반 이미지’, ‘저자극 색채’로 분류되며, 복잡한 도심 이미지에서 벗어난 색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두 학생의 조형은 이러한 흐름을 의도적으로 반영했다기보다, 자연스러운 일상 경험에서 초록을 선택한 결과이며, 작품은 해당 색이 어느 정도까지 조형 안에서 분산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처럼 보인다.
졸업 이후 진로 계획은 각기 다르다. 홍지민은 네일 분야의 기술적 전문성을 기반으로 창업 여부를 고려하고 있고, 이수아는 샵 근무를 통해 실전 기술을 확장하려 한다. 두 학생의 진로는 작품의 방향성과 직접적인 연결은 없으나, 작업 전반에서 드러난 조형 선택의 성향은 향후 실무에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색 비율 조절, 소재 선택, 구조의 안정성에 대한 반복 조율은 네일과 헤어 모두에서 중요한 지점이며, 이번 작업은 해당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로 기록된다.
Verdant Forest는 주제가 가진 명확함에 비해 표현 방식은 비교적 절제된 작품이다. 초록이라는 색이 중심에 있으나 색의 농도와 분포를 다층적으로 쌓기보다, 구조와 비율을 조정해 ‘초록이 놓여 있는 상태’를 보여주는 방식이 선택되었다. 이는 전통적인 자연 모티프 작품이 흔히 선택하는 재현 방식과 다르며, 색채를 중심축으로 삼아 조형을 정리한 접근에 가깝다. 관람자는 작품을 통해 숲이라는 주제의 실체보다, 초록이라는 색의 배치와 반복을 먼저 인식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작품은 주제의 직접적 전달보다 색채 구조 실험에 가까운 위치에 놓인다.
이수아와 홍지민의 Verdant Forest는 자연이라는 큰 주제를 세밀하게 축소해 색·곡선·재료의 특성으로 재구성한 작업이다. 작품은 숲을 상징하는 여러 요소를 나열하기보다, 초록이 어떻게 유지되고 변화하는지를 구조적으로 배치해 보여준다. 이러한 접근은 관람자가 작품을 읽는 속도를 단순화시키며, 주제가 복잡하게 해석되기보다 시각적 배치로 이해되도록 유도한다. 졸업 성과발표회 전체 속에서 이 작품은 자연을 직접적으로 재현하지 않는 자연 모티프 조형이라는 점에서 뚜렷한 구분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