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CEO 인사이트①] 성장 낙관론의 귀환, 그러나 균등하지 않은 회복

글로벌 CEO들이 읽는 2026년 경제의 온도차

2025-12-14     정석헌 기자
불확실성 이후의 세계, AI는 성장의 해답이 될 수 있는가.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정석헌기자]2026년을 향한 글로벌 경제 전망에서 가장 먼저 포착되는 변화는 ‘톤의 이동’이다. 지난 1~2년간 세계 경제를 지배했던 신중함과 방어적 태도는 점차 약화되고 있으며, 그 자리를 조건부이지만 분명한 낙관이 채우고 있다. 딜로이트와 포춘이 공동으로 진행한 글로벌 CEO 서베이에 따르면, 글로벌 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한 최고경영자 비중은 14%에서 28%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비관적 전망은 58%에서 32%로 크게 낮아졌다. 수치만 놓고 보면 단순한 심리 반등처럼 보이지만, 이번 변화는 경기 사이클에 대한 기대라기보다 기업의 인식 구조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글로벌 경제 전반에 대한 전망보다 자사와 자사 산업에 대한 전망이 훨씬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CEO의 71%가 자사 성장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세계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외부 환경보다 내부 전략과 실행 역량에 더 큰 신뢰를 두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통제할 수 없는 거시 변수에 대한 예측보다 통제 가능한 경영 판단에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회복 국면은 결코 균등하지 않다. 지역별, 산업별 온도 차는 오히려 더 뚜렷해지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처음으로 포함된 미국 경제 전망 항목은 이러한 불균형을 명확히 드러낸다. 응답한 CEO 가운데 41%는 미국 경제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매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 고임금 구조의 고착화, 물류비 상승 압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미국 경제의 성장 탄력성을 제약하고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반면 유럽은 완만한 회복 흐름, 아시아는 상대적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지역 간 격차는 산업 구조와도 맞물려 있다. 주식시장의 강세, 인공지능 중심 기업의 고성장, 고가 소비의 회복은 일부 산업에서 분명한 회복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동시에 제조업과 수출 중심 산업, 특히 관세와 원가 구조 변화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영역에서는 수요 둔화와 투자 보류가 병존한다. 같은 시점에 성장과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이중 구조는 2026년 글로벌 경제를 이해하는 핵심 전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CEO들이 낙관론으로 방향을 전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업 내부의 회복력 강화가 자리하고 있다. 공급망 다변화와 디지털 전환을 통해 생산성 증가와 비용 절감 효과가 동시에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은 다수의 CEO가 공통적으로 언급한 변화다. 이는 외부 충격을 일정 수준까지 흡수할 수 있는 내부 완충 장치가 작동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조사에 응답한 CEO의 80%는 향후 12개월 내 비용 절감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라는 응답도 64%에 달했지만, 가격 인상보다 내부 비용 구조 개선을 우선 전략으로 선택한 기업이 더 많았다.

이 지점에서 주목할 부분은 낙관론의 성격이다. 이번 낙관론은 위험이 사라졌기 때문에 등장한 것이 아니다. 사이버 리스크,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불안정은 여전히 기업 운영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단기 리스크로 꼽힌다. 동시에 지속가능성 요구, 공급망 붕괴, 금융 및 시장 불안정과 같은 요소들은 중장기적으로 오히려 위험도가 높아질 것으로 인식된다. 위험은 줄어들지 않았고, 다만 형태가 바뀌고 있다. 일회성 사건 중심의 리스크에서 구조적 전환과 연결된 리스크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CEO들의 사고 방식이 ‘위기 회피’에서 ‘위기 관리’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불확실성을 제거하려는 접근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전제로 전략을 설계하는 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 공급망 재설계, 비용 구조 혁신, 인공지능 도입이 동시에 추진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각각의 전략은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서로 맞물려 기업의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시각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상대적으로 더 긍정적이다. 국내 CEO들은 글로벌 CEO보다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의 낙관론을 보였으며, 자사와 자사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APEC 지역에 대한 성장 기대는 해외 시장 확장과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추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전략적 신호로 해석된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위험이 아닌 기회로 인식하는 태도 역시 이러한 낙관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2026년을 향한 글로벌 경제 전망은 단순한 회복 여부의 문제가 아니다. 회복은 시작됐지만, 그 속도와 강도는 균등하지 않다. 글로벌 CEO들은 이 불균등한 회복 국면을 혼란으로만 해석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업 내부의 전략과 구조를 재정렬할 수 있는 환경으로 인식한다. 이번 낙관론의 회복은 기대의 표현이라기보다 준비가 끝났다는 판단에 가깝다. 불확실성이 상수가 된 시대에서, 기업의 성과를 가르는 기준은 더 이상 경기 예측이 아니라 대응 구조 자체로 이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