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CEO 인사이트④] 내부 효율성이 최고의 성장 전략이 된 이유
가격 인상 대신 구조를 손본 CEO들의 선택
[KtN 정석헌기자]2026년을 앞둔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성장 전략’의 언어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과거 성장 논의의 중심에 있었던 시장 확대와 가격 인상은 더 이상 최우선 해법으로 취급되지 않는다. 대신 비용 구조, 공급망 설계, 운영 효율성과 같은 내부 요소가 기업 성장 전략의 전면으로 이동했다. 딜로이트 글로벌 CEO 서베이가 보여주는 흐름은 명확하다. 불확실성이 상수가 된 환경에서 기업들은 외부 변수보다 내부 구조를 먼저 점검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CEO의 80%는 향후 12개월 이내 비용 절감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동시에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라는 응답도 64%에 이르렀다. 이 수치만 놓고 보면 전통적인 비용 대응 전략이 반복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선택의 방향은 다르다. 다수의 CEO는 가격 인상보다 내부 비용 구조 개선을 우선 전략으로 선택하고 있다. 이는 비용 절감을 방어적 대응이 아니라 경쟁력 강화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인식 변화의 배경에는 구조적 제약이 있다. 관세 정책, 지정학적 갈등, 금융 시장 변동성은 기업이 가격을 통해 외부 충격을 전가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동시에 소비자 저항과 시장 경쟁 심화는 가격 인상 전략의 지속 가능성을 약화시키고 있다. 이 상황에서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은 내부 효율성 강화다. 비용 구조를 통제하지 못한 성장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는 판단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비용 절감의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한 인력 감축이나 투자 축소는 이번 조사에서 핵심 전략으로 부상하지 않았다. 대신 공급망 재설계, 운영 프로세스 개선, 디지털 전환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주요 대응 방향으로 선택됐다. 이는 비용을 줄이되, 성장 기반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전략적 의지로 해석된다.
공급망 재설계는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다. 글로벌 CEO들은 공급망 확대와 다변화를 리스크 완화의 핵심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동시에 운영 현지화와 디지털화를 통해 공급망의 가시성과 민첩성을 높이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공급망은 더 이상 비용 절감의 대상이 아니라, 비용 구조를 결정하는 전략 인프라로 재정의되고 있다. 공급망의 효율성과 안정성은 곧 기업의 가격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운영 효율성 강화 역시 단기 처방이 아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많은 기업이 단기적으로는 운영 효율화와 고객 관리 최적화에 집중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기술 도입과 유통망 효율화를 통해 조직 전반의 비용 구조를 개선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는 비용 관리가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지속적인 경영 과제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비용 구조는 관리 대상이 아니라 설계 대상이 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과 자동화의 역할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은 단순히 인력을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자원 배분과 운영 판단의 정확도를 높이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수요 예측, 재고 관리, 물류 최적화는 물론 의사 결정 지원 영역까지 인공지능의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이는 비용 절감과 성장 전략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구조로 통합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내부 효율성 강화가 무조건적인 비용 축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되는 또 하나의 중요한 흐름은 ‘선택적 투자 유지’다. 다수의 CEO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핵심 영역에 대한 투자를 유지하거나 조정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는 성장 기회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비용 구조를 관리하려는 균형 전략으로 해석된다. 비용을 줄이되, 미래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판단이다.
한국 기업과 국내 CEO들이 보여주는 태도 역시 이러한 글로벌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국내 CEO들은 가격 인상보다 비용 절감을 우선 선택하고 있으며, 공급망 확대와 다변화를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려는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동시에 인공지능과 자동화를 핵심 투자 영역으로 설정하며 중장기적 효율성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내부 효율성을 단기 생존 전략이 아니라 장기 성장 전략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2026년을 향한 경영 환경에서 내부 효율성은 더 이상 방어적 개념이 아니다. 외부 환경이 불확실할수록, 기업의 성과는 내부 구조의 완성도에 의해 결정된다. 가격 인상은 일시적 해법일 수 있지만, 구조 혁신은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만든다. 글로벌 CEO들이 비용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성장의 조건이 시장이 아니라 구조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내부 효율성을 중시하는 흐름은 경영의 기준을 바꾸고 있다. 성장은 더 이상 외부 환경이 허락하는 보너스가 아니다. 정교하게 설계된 구조가 만들어내는 결과다. 2026년을 앞둔 지금, 글로벌 CEO들이 선택한 전략은 분명하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구조를 손본 것이 아니라, 성장하기 위해 구조를 다시 그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