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CEO 인사이트⑤] AI 시대의 인재 전략, 기술보다 사람이 앞선다
CEO들이 다시 ‘사람’을 경영의 중심에 놓은 이유
[KtN 정석헌기자]인공지능이 경영의 중심 도구로 부상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CEO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키워드는 기술이 아니었다. 딜로이트 글로벌 CEO 서베이에서 확인되는 흐름은 명확하다. 인공지능 도입이 본격화될수록, 인재 전략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 강조되고 있다. 이는 기술 도입의 한계를 인식한 결과이자, 인공지능 시대의 경쟁력이 어디에서 갈리는지를 경험적으로 체감한 결과에 가깝다.
조사에 따르면 CEO들이 인공지능 시대에 가장 중요하다고 평가한 역량은 성장 마인드셋, 감성지능과 협업 능력, 적응력과 민첩성이었다. 특정 기술 숙련도를 최우선으로 꼽은 응답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 결과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는 통념과는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인공지능이 확산될수록, 인간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더 명확해지고 있다.
이러한 인식 변화의 배경에는 경영 현실이 있다.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고, 패턴을 분석하며,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데 탁월한 성과를 보인다. 그러나 전략적 판단, 윤리적 선택, 맥락을 고려한 의사 결정, 조직 내 갈등 조정과 같은 영역에서는 여전히 인간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CEO들이 인공지능을 전략 자산으로 인식하면서도, 동시에 사람 중심 역량을 강조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인공지능 도입의 성패를 가르는 요인이 기술 완성도가 아니라 조직의 수용 능력이라는 점이다. 이번 조사에서 AI 활용 수준을 주요 성과 지표로 관리하고 있다는 응답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상징적이다. 이는 인공지능 전환이 기술 프로젝트가 아니라 조직 변화 프로젝트임을 보여준다.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보다, 사람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는지가 더 중요한 변수로 작동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인재 전략은 단순한 채용 문제를 넘어선다. 글로벌 CEO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과제는 기존 인력의 재교육과 역량 전환이다. 새로운 기술을 보유한 소수 인재를 영입하는 것만으로는 조직 전체의 인공지능 활용 수준을 끌어올릴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인공지능은 특정 부서나 일부 인력의 도구가 아니라, 조직 전반에 스며들어야 효과를 발휘한다. 이 때문에 학습 속도와 적응력이 인재 전략의 핵심 지표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환은 결코 쉽지 않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재 관리와 조직 구조 변화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높다. 인공지능 도입 과정에서 역할 재정의가 불가피해지면서, 기존 직무 체계와 평가 방식이 흔들리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인력 효율화 문제가 아니라, 조직 정체성과 문화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CEO들이 인공지능을 도입하면서도 ‘책임 있는 활용 문화’를 강조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인공지능 윤리와 거버넌스 문제가 인재 전략과 맞물려 논의되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명확한 AI 사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윤리적 기준을 조직 차원에서 정립하고 있다는 응답이 다수를 차지했다. 이는 기술 통제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행동 규범을 재정립하는 과정에 가깝다. 인공지능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는 곧 조직이 어떤 판단을 허용하고, 어떤 결정을 제한할 것인가에 대한 선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재 전략은 경영 전략의 하위 개념이 아니라 핵심 축으로 이동하고 있다. 과거에는 기술 전략이 먼저 정해지고, 인재 전략이 이를 뒷받침하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반대다. 조직이 어떤 학습 능력을 갖고 있는지가 기술 도입의 범위와 속도를 결정한다. 인공지능은 조직의 역량을 증폭시키는 도구일 뿐, 역량 그 자체를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한국 기업과 국내 CEO들이 보여주는 인식 역시 이러한 글로벌 흐름과 맞닿아 있다. 국내 CEO들은 인공지능과 자동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도, 동시에 인재 유지와 다기능 교육을 핵심 투자 영역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는 단기적인 효율 개선보다 중장기적인 조직 역량 강화를 중시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는 것보다, 기술을 소화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다.
결국 인공지능 시대의 인재 전략은 선택의 문제로 귀결된다. 무엇을 자동화하고, 무엇을 인간의 영역으로 남길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다. 이 선택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 판단의 문제다. 글로벌 CEO들이 다시 사람을 경영의 중심에 놓는 이유는 단순하다. 기술은 빠르게 복제되지만, 조직의 학습 능력과 문화는 쉽게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2026년을 향한 경영 환경에서 인재는 더 이상 비용 항목이 아니다. 동시에 미담의 소재도 아니다. 인재는 인공지능 시대의 가장 중요한 생산 변수다. 글로벌 CEO들이 사람을 다시 이야기하기 시작한 이유는 명확하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결국 경쟁력을 가르는 것은 기술을 다루는 사람의 수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