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CEO 인사이트⑥] AX 조직으로 이동하는 기업들

AI는 왜 기술이 아니라 조직을 바꾸는가

2025-12-19     정석헌 기자
불확실성 이후의 세계, AI는 성장의 해답이 될 수 있는가.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정석헌기자]2026년을 향한 글로벌 경영 담론에서 인공지능은 더 이상 신기술의 범주에 머물지 않는다. 딜로이트 글로벌 CEO 서베이가 보여주는 변화의 핵심은 분명하다. 인공지능은 도입의 문제가 아니라 전환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그리고 그 전환의 대상은 기술 스택이 아니라 조직 구조다. 글로벌 CEO들이 인공지능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조직 운영 방식과 의사 결정 구조를 재검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조사에서 CEO들은 인공지능이 기업의 핵심 프로세스와 자원 배분, 인재 전략, 장기적 비전과 방향성 설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인공지능이 특정 부서의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를 넘어, 기업 전반의 판단 구조에 개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조직이 인공지능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따라, 같은 기술이라도 전혀 다른 성과가 나타나는 이유다.

이 지점에서 등장하는 개념이 AX 조직이다. AX 조직은 인공지능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부서 중심 구조에서 프로젝트 중심 구조로 이동하는 조직 형태를 의미한다. 기능별로 분절된 조직이 아니라, 문제 해결과 목표 달성을 기준으로 자원이 재배치되는 구조다. 글로벌 CEO들이 AX 조직으로 이동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기존의 부서 중심 구조로는 인공지능의 속도와 확장성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의 조직 구조는 안정성을 전제로 설계됐다. 역할은 고정돼 있었고, 의사 결정은 단계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의사 결정 과정에 개입하면서, 이러한 구조는 점점 비효율을 드러내고 있다. 데이터 분석과 시뮬레이션이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환경에서, 과거와 같은 승인 체계와 보고 구조는 오히려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CEO들이 조직의 민첩성과 자율성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이러한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AX 조직으로의 전환은 단순한 조직도 변경이 아니다. 자원 배분 방식의 변화다. 글로벌 CEO들은 인공지능을 통해 자본과 인력, 시간 배분의 정확도를 높이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는 예산 편성과 투자 의사 결정이 연 단위 계획에서 벗어나, 지속적으로 조정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조직은 고정된 틀이 아니라, 데이터와 전략에 따라 재구성되는 유연한 체계로 전환되고 있다.

공급망과 운영 영역에서 나타나는 변화는 이러한 전환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공급망 재설계는 단순한 물류 개선이 아니라, 조직 운영 방식 전반의 재구성을 요구한다. 글로벌 CEO들은 공급망 가시성과 민첩성을 강화하기 위해 인공지능과 자동화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생산, 물류, 재무, 영업 부서 간의 경계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문제 해결을 중심으로 한 협업 구조가 기존의 부서 구분을 대체하고 있다.

이러한 조직 전환은 리더십의 역할도 바꾸고 있다. AX 조직에서 리더의 핵심 역할은 통제가 아니라 방향 설정이다. 인공지능이 다양한 시나리오와 분석 결과를 제시하는 환경에서, 리더는 모든 결정을 직접 내리는 존재가 아니다. 대신 어떤 목표를 우선할 것인지, 어떤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 어떤 가치를 지킬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이는 기술적 전문성보다 맥락 이해와 판단력이 중요한 리더십으로의 이동을 의미한다.

물론 AX 조직으로의 전환은 마찰을 동반한다. 글로벌 CEO들이 조직 구조 변화에 대한 우려를 동시에 표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존의 직무 체계와 평가 방식은 프로젝트 중심 조직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역할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책임 소재에 대한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인공지능이 의사 결정에 개입할수록, 최종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한 질문 역시 더 빈번하게 제기된다.

이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은 AX 조직 전환을 급진적으로 추진하기보다 단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규제 준수와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를 정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 인프라와 플랫폼을 기반으로 조직 운영 방식을 재설계하는 흐름이다. 이는 조직 전환이 기술 도입보다 더 많은 시간과 합의를 필요로 한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한국 기업과 국내 CEO들이 보여주는 전략 역시 이러한 글로벌 흐름과 맞닿아 있다. 국내 CEO들은 인공지능과 자동화를 핵심 투자 영역으로 설정하면서, 동시에 공급망 가시성과 물류 민첩성 강화를 중장기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단기 성과보다 구조적 경쟁력을 우선하는 선택으로 해석된다. 한국 기업들이 AX 조직 전환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비교적 빠른 의사 결정 문화와 높은 기술 수용성이 이러한 전환을 뒷받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AX 조직으로의 이동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인공지능이 경영의 중심 도구로 자리 잡은 환경에서, 조직 구조를 바꾸지 않고 기술만 도입하는 전략은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은 기존 조직의 비효율을 가리는 도구가 아니라, 그 비효율을 드러내는 거울에 가깝다. 글로벌 CEO들이 조직 전환을 동시에 논의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2026년을 향한 경영 환경에서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은 기술 보유 여부가 아니다. 조직이 얼마나 빠르게 학습하고, 자원을 재배치하며, 의사 결정을 수정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AX 조직은 유행어가 아니라, 이러한 요구에 대한 현실적인 답변이다. 인공지능이 기업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기업을 바꾸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조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