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 트렌드①] 퍼포먼스 스포츠 리테일의 재편

MAAP LaB 시드니가 보여준 오프라인 전략의 변화

2025-12-14     임민정 기자
MAAP Opens Flagship Cycling Performance LaB in Sydney. 사진=MAAP,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민정기자]프리미엄 사이클링 브랜드 MAAP가 시드니 달링허스트에 개장한 MAAP LaB 시드니는 단순한 해외 매장 확장 사례로 보기 어렵다. 브랜드의 아홉 번째 글로벌 매장이자 최대 규모 플래그십이라는 외형적 성과보다, 이 공간이 드러내는 리테일 전략의 변화가 더 중요하다. MAAP는 이번 시드니 매장을 통해 퍼포먼스 스포츠 리테일이 더 이상 ‘판매 중심 구조’로는 지속되기 어렵다는 판단을 공간에 반영했다.

MAAP LaB 시드니는 전통적인 스포츠웨어 매장과는 다른 구성으로 설계됐다. 의류와 장비 진열 공간 외에 커피 바와 라운지, 커뮤니티 활동을 수용할 수 있는 구조가 함께 배치돼 있다. 매장의 중심은 상품 진열대가 아니라 체류와 활용을 전제로 한 공간이다. 이는 방문 목적이 구매로 한정되지 않도록 설계된 구조이며, 오프라인 매장의 기능을 재정의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 같은 변화는 퍼포먼스 스포츠 브랜드 전반에서 나타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온라인 유통이 보편화된 이후, 기능 설명과 가격 비교는 대부분 디지털 환경에서 이뤄진다. 오프라인 매장은 더 이상 정보 제공이나 재고 소진의 공간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대신 브랜드가 어떤 태도와 맥락을 지니고 있는지를 직접 전달하는 장소로 역할이 이동하고 있다. MAAP LaB 시드니는 이러한 인식 변화가 구체적인 공간 전략으로 구현된 사례다.

공간 설계는 효율보다 인상을 중시한다. 스테인리스 스틸, 샌디한 벽면, 테라코타 톤, 강한 블루 컬러의 조합은 기능적 합리성보다는 퍼포먼스 브랜드가 지닌 긴장감과 도시적 감각을 강조한다. 이는 사이클링 의류를 전문 장비로만 인식시키기보다, 도시 생활의 일부로 위치시키려는 의도에 가깝다. 스포츠 리테일과 패션 리테일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점을 공간이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다만 이러한 공간 구성은 명확한 전제를 필요로 한다. 퍼포먼스 사이클링은 여전히 대중 스포츠라기보다 특정 취향과 일정 수준의 소비 여력을 전제로 한 영역이다. 커뮤니티 중심 구조는 이미 사이클링 문화에 익숙한 소비자에게는 유효하지만, 입문자나 일반 소비자에게는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체류형 리테일이 모든 고객층을 포괄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입지 선택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MAAP는 전통적인 스포츠 상권이 아닌, 시드니 내에서도 문화·창의 산업의 밀도가 높은 달링허스트를 선택했다. 이는 유동 인구 중심의 상권 전략보다, 브랜드 이미지와 상징성을 우선한 결정이다. 매출 극대화보다는 브랜드를 도시 문화의 일부로 인식시키는 데 목적을 둔 선택으로 읽힌다.

이러한 플래그십 전략은 비용 구조 측면에서 부담을 동반한다. 대형 공간, 고급 인테리어, 커뮤니티 프로그램 운영은 모두 고정비를 높이는 요소다. 단기적인 매출 회수보다는 브랜드 자산 축적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유지하기 어려운 모델이다. MAAP LaB 시드니는 손익 계산서보다는 브랜드 포지셔닝과 장기적 인지도 관리에 무게를 둔 투자 성격이 강하다.

이 점에서 MAAP의 선택은 최근 프리미엄 스포츠 및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고민을 반영한다. 기능 차별화가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서, 브랜드들은 제품 외부의 요소를 통해 차이를 만들려 한다. 공간, 커뮤니티, 도시 맥락은 이러한 전략의 핵심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MAAP 역시 이 흐름 속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하나의 서사 장치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델이 장기적으로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커뮤니티 중심 구조는 운영 주체의 역량과 지속성이 중요하며, 참여도가 낮아질 경우 공간의 활용도 역시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또한 니치 스포츠와 고가 정책이 결합된 구조에서 로컬 수요를 얼마나 확장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MAAP LaB 시드니는 퍼포먼스 스포츠 리테일의 완성형 모델이라기보다, 변화의 방향을 보여주는 중간 단계에 가깝다. 판매 중심 리테일에서 경험 중심 리테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브랜드가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를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낸다. 이 매장은 사이클링이라는 특정 종목을 넘어, 프리미엄 취미 소비와 라이프스타일 리테일이 어떻게 결합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퍼포먼스 스포츠 리테일은 이제 기능과 가격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공간과 경험, 도시와의 관계 설정이 브랜드 경쟁력의 일부로 편입되고 있다. MAAP LaB 시드니는 이 변화가 선언적 차원을 넘어 실제 리테일 구조로 구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 전략이 장기적으로 어떤 성과를 남길지는, 브랜드가 공간 이후의 운영과 관계 설계를 어떻게 이어갈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