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 트렌드②] 공간으로 설계된 브랜드 전략
MAAP LaB 시드니의 리테일 구조
[KtN 임민정기자]MAAP LaB 시드니는 공간을 통해 브랜드 전략을 전달하는 방식을 택한 사례다. 이 매장은 제품 진열이나 판매 효율보다, 브랜드가 어떤 영역에 위치하려 하는지를 공간 구성으로 보여준다. 퍼포먼스 사이클링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전통적인 스포츠 매장과는 다른 리테일 구조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공간 설계는 호주 건축 스튜디오 클레어 커즌스 아키텍츠가 담당했다. 이 스튜디오는 장식적 요소보다 재료의 물성과 구조적 균형을 중시하는 작업으로 알려져 있다. MAAP LaB 시드니 역시 이러한 성향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매장은 스테인리스 스틸, 미장 마감 벽면, 테라코타 톤 바닥과 가구를 기본 요소로 구성했고, 브랜드 고유의 블루 컬러를 포인트로 사용했다.
이러한 재료 선택은 기능성과 미학을 동시에 고려한 결과로 해석된다. 스테인리스 스틸은 퍼포먼스 스포츠 브랜드가 요구하는 기술적 이미지를 강화하고, 미장 벽면과 테라코타는 공간의 온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스포츠 리테일과 라이프스타일 리테일의 중간 지점을 설정하려는 의도에 가깝다.
매장 내부에서 상품은 과도하게 강조되지 않는다. 제품은 공간의 중심이 아니라 흐름 속에 배치돼 있으며, 개별 상품의 기능 설명이나 정보 전달은 최소화돼 있다. 이는 오프라인 매장이 더 이상 기능 설명의 주 무대가 아니라는 전제를 따른다. 성능과 스펙은 온라인을 통해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오프라인 공간은 브랜드 이미지와 분위기를 각인시키는 역할에 집중한다.
커피 바와 라운지 공간의 배치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 공간은 부가 서비스라기보다, 매장의 이용 방식을 바꾸는 요소다. 방문자는 구매 목적이 아니더라도 매장을 이용할 수 있으며, 체류 시간이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이는 오프라인 매장을 일회성 방문 공간이 아니라 반복적 접점으로 만들기 위한 구조다.
다만 이러한 공간 전략은 명확한 한계를 내포한다. 퍼포먼스 사이클링은 여전히 대중적 취미라기보다 특정 소비층에 집중된 시장이다. 미니멀하고 산업적인 공간 구성은 코어 소비자에게는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지만, 입문자나 일반 소비자에게는 거리감을 줄 가능성도 있다. 공간 자체가 타깃을 선별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셈이다.
MAAP LaB 시드니는 콘텐츠 확산을 전제로 한 공간이기도 하다. 동선, 색채 대비, 개방감 있는 구조는 사진과 영상 기록에 유리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는 플래그십 매장이 매출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와 콘텐츠를 생산하는 거점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최근 리테일 전략과 맞닿아 있다.
플래그십 매장의 역할 변화는 비용 구조에서도 확인된다. 대형 공간과 고급 인테리어, 비판매 공간의 확대는 고정비 부담을 높인다. MAAP LaB 시드니는 단기 수익보다는 브랜드 자산 축적을 전제로 한 투자 성격이 강하다. 이 같은 전략은 브랜드 인지도가 일정 수준 이상 확보돼 있지 않으면 유지하기 어렵다.
입지 선택 역시 공간 전략의 연장선이다. MAAP는 시드니 내에서도 상업성이 극대화된 지역보다 문화·창의 산업이 밀집된 달링허스트를 선택했다. 이는 유동 인구 중심 전략보다 브랜드 이미지와 상징성을 우선한 결정이다. 공간이 상권의 일부가 아니라, 브랜드 포지셔닝의 일부로 기능하도록 설계됐다.
MAAP LaB 시드니는 건축과 인테리어를 통해 퍼포먼스 스포츠 리테일의 방향 변화를 보여준다. 판매 효율 중심 매장에서 벗어나, 브랜드 정체성과 경험을 전달하는 공간으로 오프라인 매장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있다. 동시에 이러한 구조가 갖는 비용 부담과 타깃 한계 역시 분명히 드러낸다.
이 매장은 완성된 해답이라기보다, 퍼포먼스 스포츠 브랜드가 오프라인 리테일을 어떻게 활용하려 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공간을 통해 브랜드 전략을 설계하는 방식은 앞으로 더 많은 프리미엄 리테일 영역에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MAAP LaB 시드니는 그 변화의 방향을 비교적 명확한 형태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