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 트렌드③] 커뮤니티는 전략이 될 수 있는가

MAAP LaB 시드니의 운영 구조와 한계

2025-12-16     임민정 기자
MAAP Opens Flagship Cycling Performance LaB in Sydney. 사진=MAAP,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민정기자]MAAP LaB 시드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상품이나 공간 자체보다 운영 방식이다. 이 매장은 판매보다 커뮤니티를 전면에 내세운 구조를 갖고 있다. 라이딩 이벤트, 소규모 모임, 커피 바를 중심으로 한 체류 공간은 모두 브랜드가 소비자와 관계를 맺는 방식에 대한 선택을 반영한다. 퍼포먼스 스포츠 리테일이 운영 단계에서 어떤 방향을 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MAAP는 LaB라는 명칭을 통해 매장을 실험 공간으로 규정해 왔다. 시드니 매장 역시 동일한 연장선에 놓여 있다. 정기적인 라이드아웃과 이벤트 운영은 단발성 마케팅이 아니라, 반복적인 접점을 전제로 한 구조다. 소비자는 구매자이기 이전에 참여자로 설정된다. 이는 고객을 트래픽으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관계 기반 자산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이러한 운영 방식은 사이클링이라는 종목의 특성과 맞물린다. 사이클링은 개인 운동이지만, 동시에 강한 커뮤니티 문화를 갖고 있는 분야다. 장비와 노하우, 코스 정보, 경험이 공유되며 관계가 형성된다. MAAP는 이 지점을 브랜드 운영의 중심에 두고, 매장을 그 접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커피 바의 존재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 공간은 판매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매장의 이용 방식을 바꾼다. 커피 바는 방문 목적을 다양화하고, 체류 시간을 늘리는 역할을 한다. 이는 매장을 단기 소비 공간이 아니라 반복 방문이 가능한 거점으로 만드는 장치다. 커뮤니티 전략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일상적 접점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커뮤니티 중심 운영은 구조적으로 부담이 큰 전략이다. 이벤트 기획과 운영에는 인력과 시간이 필요하며, 참여도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비용 대비 효과는 급격히 떨어진다. 특히 무료 또는 저비용으로 제공되는 커뮤니티 활동이 많을수록, 브랜드가 감당해야 할 운영 부담은 커진다. 이는 커뮤니티가 성장할수록 역설적으로 리스크가 확대되는 구조다.

또한 커뮤니티 전략은 특정 소비층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MAAP LaB 시드니의 운영 방식은 이미 사이클링 문화에 깊이 관여한 소비자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이들은 브랜드 충성도가 높고 참여 의지도 강하지만, 규모 확장에는 한계가 있다. 신규 유입이나 입문자층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할 경우, 커뮤니티는 폐쇄적으로 작동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운영 주체의 역량 역시 중요한 변수다. 커뮤니티는 공간이나 프로그램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이를 이끄는 인력의 전문성과 지속성이 필수적이다. 특정 인물이나 팀에 운영이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인력 변화는 곧 커뮤니티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브랜드가 커뮤니티 전략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데 있어 가장 취약한 지점이다.

MAAP LaB 시드니의 운영 구조는 매출 지표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이 매장은 평당 매출이나 회전율보다, 브랜드 접점의 밀도와 관계의 지속성을 목표로 한다. 이는 기존 리테일 KPI와 충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커뮤니티 성장, 재방문율, 온라인 구매 전환과 같은 비정형 지표를 함께 관리하지 않으면 전략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맥락에서 MAAP LaB 시드니는 전통적인 리테일 운영 모델과 분명히 다른 길을 선택했다. 매장은 판매의 종착지가 아니라, 브랜드 경험의 출발점으로 설정돼 있다.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형성된 관계는 온라인 구매나 글로벌 다른 매장 이용으로 이어지는 간접 효과를 기대하는 구조다.

다만 이 구조가 모든 시장에서 동일하게 작동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시드니는 사이클링 인프라와 문화가 비교적 성숙한 도시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커뮤니티 중심 운영이 일정 수준의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문화적 기반이 약한 지역에서는 동일한 모델이 비용 부담만 키울 가능성도 있다.

MAAP LaB 시드니는 커뮤니티를 브랜드 운영의 중심에 둔 리테일 실험으로 볼 수 있다. 이 매장은 커뮤니티가 단순한 마케팅 수단을 넘어, 브랜드 전략의 일부로 편입될 수 있는지를 시험하고 있다. 동시에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구조, 인력 의존, 확장성 한계 역시 함께 드러낸다.

퍼포먼스 스포츠 리테일에서 커뮤니티는 더 이상 부가 요소가 아니다. 그러나 커뮤니티가 곧바로 지속 가능한 전략으로 작동하는 것도 아니다. MAAP LaB 시드니는 이 간극을 가장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관계 중심 리테일이 어떤 조건에서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은, 결국 운영의 밀도와 선택의 지속성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