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게임 산업 리포트 ④] 협동과 관계, 혼자가 아닌 플레이의 진화

선택이 아니라 구조가 된 ‘함께 하는 경험’

2025-12-18     전성진 기자

 

[KtN 전성진기자]2025년 게임 시장에서 협동 플레이는 부가 기능이 아니었다. 혼자서도 가능한 선택지로 남아 있던 협동은 구조의 중심으로 이동했다. 함께하지 않으면 성립하지 않는 설계가 늘었고, 그 결과 게임은 개인 소비를 넘어 관계 경험으로 확장됐다. 이는 기술 변화가 아니라 설계 철학의 변화다.

Split Fiction은 이 흐름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작품이다. 이 게임은 협동을 권장하지 않는다. 협동을 전제로 출발한다. 두 명의 플레이어가 각기 다른 역할과 시점을 맡고, 동시에 판단하지 않으면 진행이 불가능하다. 퍼즐과 액션은 분리되지 않고 얽혀 있으며, 어느 한쪽의 이해 부족은 곧 실패로 이어진다. 이는 난이도를 높이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관계 형성을 핵심 경험으로 삼기 위한 선택이다.

이 설계는 시장 논리와 충돌하는 지점이 있다. 싱글 플레이를 배제하면 접근성은 떨어진다. 그러나 Split Fiction은 타협하지 않았다. 대신 게임의 정체성을 명확히 했다.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자체가 콘텐츠가 됐고, 이는 스트리밍과 커뮤니티 확산에서 강력한 동력이 됐다. 플레이 장면이 설명 없이도 이해되는 구조는 홍보 비용을 대체했다.

Monster Hunter Wilds에서도 협동의 성격은 달라졌다. 멀티플레이는 여전히 선택 가능하지만, 협동의 의미는 단순한 난이도 완화가 아니다. 심리스 오픈월드 환경에서 플레이어들은 역할을 자연스럽게 분담한다. 추적, 유인, 환경 활용은 각자의 판단에 따라 나뉘며, 전투는 집단의 리듬으로 완성된다. 협동은 보조 수단이 아니라 사냥의 효율을 결정하는 변수로 작동한다.

Hades II는 직접적인 멀티플레이를 제공하지 않지만, 협동의 개념을 다른 방식으로 확장한다. 캐릭터 관계와 선택이 전투에 영향을 미치고, 서사는 플레이어의 행동에 따라 달라진다. 이는 시스템과 플레이어 사이의 간접적 협동이다. 게임은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고, 플레이어의 판단을 전제로 결과를 축적한다. 혼자 하는 플레이 안에서도 관계의 감각이 유지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함께 하면 재미있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협동은 플레이 시간을 늘리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경험의 질을 바꾸는 도구로 사용됐다. 실패는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소통의 부재로 해석된다. 성공은 숙련이 아니라 합의의 결과가 된다. 게임의 성취 기준이 바뀐 셈이다.

산업적 맥락에서 보면 이는 소비 환경 변화와 맞닿아 있다. 게임은 더 이상 고립된 여가 활동이 아니다. 스트리밍, 커뮤니티,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유되고 재해석된다. 협동 중심 게임은 이러한 환경에 최적화돼 있다. 플레이 장면 자체가 콘텐츠가 되고, 관계의 서사는 2차 확산을 낳는다.

또한 협동 구조는 인간의 개입 가치를 재확인한다. 자동화와 AI 활용이 늘어날수록, 판단과 소통이 요구되는 설계는 오히려 차별점이 된다. 누가 더 빠르게 버튼을 누르느냐가 아니라, 누가 상황을 이해하고 조율하느냐가 중요해졌다. 이는 기술 경쟁이 아니라 경험 경쟁의 영역이다.

물론 한계도 존재한다. 파트너가 없으면 플레이가 불가능한 구조는 이용자의 선택 폭을 줄인다. 매칭 실패나 환경적 제약은 곧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2025년의 주요 사례들은 이 위험을 감수하고도 방향을 틀었다. 이유는 분명하다. 혼자서 완결되는 경험은 이미 포화 상태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2025년 협동 플레이의 진화는 장르의 확장이 아니다. 게임이 인간 관계를 다루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신호다. 함께 판단하고, 실패를 공유하고, 성공을 나누는 구조는 게임을 다시 사회적 경험으로 되돌려 놓았다. 이 흐름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설계 기준의 이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