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③] 인도는 왜 희토류에 1조 원을 쏟았나

대체지가 아니라 ‘전주기 국가’를 노린 선택

2025-12-19     김상기 기자
자원, 기술, 동맹… 세계는 왜 다시 공급망을 묶는가.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김상기기자]인도의 선택은 분명하다. 수입 대체가 아니라 산업 주권이다. 인도 정부가 승인한 희토류 영구자석 국산화 프로그램은 규모부터 방향까지 기존 접근과 다르다. 총 1조 원을 웃도는 예산을 투입해 연간 6천 톤 규모의 희토 영구자석 생산 능력을 구축한다. 채굴에서 정제, 제조까지 한 나라 안에서 완결하는 전주기 구조다. 목표는 중국 의존의 구조적 탈피다.

인도는 이미 세계 최대 수준의 희토류 매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생산과 가공 단계는 취약했다. 원광을 보유하고도 부가가치가 높은 제조 구간은 중국에 의존해왔다. 이번 프로그램은 그 단절을 메우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단기간 성과보다 7년을 내다본 설계다. 초기 공장 구축 이후 판매 연계 인센티브를 결합해 민간 참여를 유도한다. 산업 정책의 전형적인 장기 구조다.

정책의 배경에는 지정학적 판단이 자리한다. 희토 영구자석은 전기차 모터, 풍력 터빈, 방산 장비에 필수적이다. 인도는 중국과 국경을 맞댄 국가다. 공급망 의존은 곧 안보 취약성으로 이어진다. 인도 정부가 희토류를 전략 산업으로 명시한 이유다. 산업 육성과 안보 확보를 동시에 노린다.

이번 결정은 쿼드 협력과도 맞물린다. 인도는 미국, 일본, 호주와 함께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축을 이룬다. 서방은 중국 외 대체 공급망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인도는 이 요구에 가장 현실적인 후보지다. 대규모 내수, 인력, 제조 기반을 동시에 갖췄다. 희토류 전주기 구축은 인도를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니라 공급망 허브로 끌어올리는 장치다.

중요한 지점은 인도의 전략이 ‘가격 경쟁’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는 설비 투자 보조금과 판매 연계 인센티브를 결합했다. 초기 리스크는 국가가 부담하고, 시장 진입 이후에는 성과에 따라 보상한다. 이는 희토류 시장의 변동성을 감안한 현실적 설계다. 가격 급등락이 반복되는 자원 산업에서 민간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조건을 명확히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위치는 달라진다. 인도는 중국을 배제 대상으로만 설정하지 않는다. 기술과 장비 조달에서는 선택지를 열어두되, 핵심 공정과 통제권은 국가가 쥔다. 전면 대립보다 구조적 분산을 택했다. 중국 의존을 줄이되, 공급망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인도의 움직임은 다른 자원 보유국에도 신호를 보낸다. 원자재 수출에 머물면 산업의 주도권은 외부에 남는다. 전주기 구축 없이는 가격 변동의 충격을 흡수할 수 없다. 인도는 이 점을 정책으로 증명하려 한다. 희토류를 산업화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한국에 주는 시사점도 분명하다. 한국은 희토류 소비국이지만 원광과 정제 역량은 제한적이다. 인도의 전주기 전략은 협력 기회이자 경쟁 요소다. 장기 공급 계약, 공동 투자, 기술 협력이 병행되지 않으면 한국 산업은 새로운 공급망 재편에서 주변부로 밀릴 수 있다. 특히 영구자석과 배터리 소재는 한국 제조업의 핵심 구간이다.

인도의 1조 원 투자는 선언이 아니라 방향 전환이다. 희토류를 둘러싼 경쟁은 더 이상 누가 더 싸게 사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누가 전주기를 통제하느냐의 문제로 이동했다. 인도는 그 전환의 한복판에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