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④] 코발트가 흔들리자 배터리가 흔들렸다
민주콩고 수출통제가 만든 가격과 산업의 균열
[KtN 김상기기자]코발트 가격이 급등했다. 원인은 분명하다. 민주콩고공화국의 수출 통제다. 2025년 한 해 동안 민주콩고는 코발트 수출을 전면 중단했다가 쿼터제로 전환했다. 이 조치 이후 국제 코발트 현물 가격은 1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전 세계 코발트 생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가 공급을 조절하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민주콩고의 선택은 단순한 가격 방어가 아니다. 구조적 전환이다. 그동안 코발트는 과잉 공급과 가격 하락을 반복해 왔다. 채굴은 늘었지만 부가가치는 대부분 정제와 가공을 장악한 중국으로 흘러갔다. 민주콩고 내부에서는 전략 광물임에도 통제권이 없다는 불만이 누적됐다. 수출 금지와 쿼터제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린 정책이다.
수출 통제의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글로벌 시장의 가용 물량이 급감했고, 배터리 기업과 완성차 업체는 재고 확보에 나섰다. 가격은 단기간에 계단식으로 상승했다. 시장은 쿼터제를 일시적 조치가 아니라 장기 공급 제한으로 받아들였다. 코발트 공급이 구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면서 가격의 하방 경직성이 강화됐다.
이 여파는 이차전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됐다. 특히 삼원계 배터리를 사용하는 완성차와 배터리 업체의 원가 부담이 커졌다. 다만 가격 상승이 배터리 가격에 그대로 전가되지는 않았다. 코발트가 배터리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느끼는 불안은 가격보다 공급 안정성에 있었다. 언제든 정책 결정 하나로 조달이 막힐 수 있다는 신호가 분명해졌다.
민주콩고의 정책은 미국의 대응을 불러왔다. 미국은 코발트를 전략 물자로 재확인하고 비축 입찰을 재개했다. 수년간 취소됐던 대규모 비축 계획이 다시 움직였다. 정부가 직접 물량 확보에 나선 것은 시장 기능만으로는 공급망을 관리할 수 없다는 판단을 반영한다. 동맹국 중심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미국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위치는 더욱 공고해졌다. 민주콩고에서 채굴되는 코발트 중 상당량은 중국계 기업을 통해 정제된다. 수출 통제 이후에도 중국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접근권을 유지했다. 정제·가공 역량을 장악한 국가가 공급망의 병목을 쥐고 있다는 현실이 다시 확인됐다. 원광을 통제하는 민주콩고와 정제를 장악한 중국이 만들어낸 이중 구조다.
민주콩고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추적 가능한 코발트’ 생산을 공식화했다. 채굴부터 정제까지의 이력을 관리해 아동 노동과 인권 문제를 줄이겠다는 시도다. ESG 기준을 충족한 코발트에 프리미엄을 붙이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체 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하다. 비용 부담과 비공식 채굴 문제도 남아 있다. 구조를 바꾸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코발트 사태가 남긴 메시지는 단순하다. 공급망은 더 이상 가격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책 리스크가 상수가 됐다. 특정 국가의 결정이 산업 전반을 흔드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배터리 기술이 저코발트, 무코발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지만, 방산과 항공, 에너지 산업에서 코발트의 전략적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한국 산업에 주는 함의도 분명하다. 배터리와 소재 산업의 경쟁력은 기술뿐 아니라 조달 구조에 달려 있다. 단기 가격 안정에 안주할 경우, 정책 변수 하나로 공급이 흔들릴 수 있다. 장기 계약, 비축, 대체 기술 개발을 병행하지 않으면 산업 리스크는 줄어들지 않는다.
민주콩고의 수출 통제는 경고다. 자원 보유국이 통제권을 되찾기 시작했다. 코발트는 그 신호탄에 불과하다. 공급망은 더 이상 효율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전략이 산업 비용으로 전환되는 시대가 이미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