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전략 리포트⑤] 문체부, 관광은 숫자가 아니라 질이다

K-컬처를 결합한 고부가 관광 전략의 방향 대중 유입보다 체류와 소비를 겨냥한 정책 이동 일본과의 격차가 드러낸 구조적 한계

2025-12-21     임우경 기자
문체부는 이번 보고에서 관광 정책의 기준선을 분명히 바꿨다. 목표는 ‘많이 오는 관광객’이 아니라 ‘많이 쓰는 관광객’이다.  /사진=2025 12.05  경복궁 외국인 관광객 한복 체험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문화체육관광부의 2026년 업무보고에서 관광은 더 이상 방문객 수 경쟁의 대상이 아니다. 문체부는 이번 보고에서 관광 정책의 기준선을 분명히 바꿨다. 목표는 ‘많이 오는 관광객’이 아니라 ‘많이 쓰는 관광객’이다. 숫자 중심 접근에서 질 중심 전략으로의 전환이다.

그동안 한국 관광 정책은 방문객 수 확대에 집중해 왔다. 성과 역시 그 지표로 평가됐다. 그러나 한계는 분명했다. 방문객 수는 늘었지만, 체류 기간과 소비 규모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K-컬처에 대한 세계적 관심에도 불구하고 관광 수익 구조는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다. 문체부는 이 현실을 이번 업무보고에서 직접 인정했다.

전환의 핵심은 K-컬처와 관광의 결합 방식에 있다. 문체부는 관광을 독립 산업으로 보지 않는다. 콘텐츠 소비의 연장선으로 설정한다. 공연, 전시, 촬영지 방문, 체험 프로그램을 하나의 동선으로 묶는 전략이다. 관광은 목적이 아니라 결과가 된다. K-컬처를 경험하기 위해 한국을 찾고, 그 과정에서 체류와 소비가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구조다.

이 전략은 고부가 관광을 겨냥한다. 문체부가 MICE, 의료 관광, 고급 체험형 상품을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출 규모가 크고 체류 기간이 긴 관광객을 중심에 놓겠다는 선택이다. 단체 관광객 유치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과는 방향이 다르다. 관광 정책의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국가관광전략회의의 위상 강화 역시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관광 정책을 여러 부처에 분산된 사업으로 두지 않고, 국가 차원의 전략으로 관리하겠다는 뜻이다. 콘텐츠, 교통, 숙박, 의료, 쇼핑이 따로 움직여서는 고부가 관광 구조를 만들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컨트롤타워 강화는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전제다.

한국은 K-컬처의 인지도에 비해 관광 인프라는 충분히 따라가지 못했다. 방문객 수 격차보다 더 큰 문제는 체류와 소비 구조의 차이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K trendy NEWS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체부의 문제의식은 일본과의 비교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일본은 이미 3천만 명이 넘는 관광객을 안정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대형 공연장, 체계적인 관광 동선, 지역별 특화 콘텐츠가 결합된 구조를 갖췄다. 반면 한국은 K-컬처의 인지도에 비해 관광 인프라는 충분히 따라가지 못했다. 방문객 수 격차보다 더 큰 문제는 체류와 소비 구조의 차이다.

이 지점에서 공연·이벤트 인프라 문제가 다시 등장한다. 대형 공연을 수용할 공간이 부족하면 팬덤 관광은 한계에 부딪힌다. 공연 하나를 보기 위해 한국을 찾더라도 체류를 연장할 유인이 부족하다면 소비는 늘지 않는다. 문체부가 관광 정책과 공연 인프라를 함께 언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관광은 단독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지역 관광 전략도 같은 방향에서 재설계된다. 문체부는 ‘시설 확충’보다 ‘콘텐츠 이동’을 선택했다. 유명 전시와 공연을 지역으로 순환시키고, K-컬처와 연계된 체험을 지역 관광 상품으로 만든다. 서울 집중 구조를 완화하지 않으면 체류형 관광은 성립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지역은 관광의 보조 무대가 아니라, 소비를 분산시키는 핵심 공간으로 설정된다.

다만 이 전략 역시 조건이 따른다. K-컬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관광 산업의 자생력은 약해질 수 있다. 콘텐츠 인기가 식을 때를 대비한 대안 설계가 필요하다. 문체부가 전통 문화, 미식, 생활양식과의 결합을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관광의 기반을 단일 콘텐츠에만 맡기지 않겠다는 판단이다.

관광 정책의 경쟁력은 숫자에서 나오지 않는다. 체류 시간, 소비 구조, 경험의 밀도에서 갈린다. 문체부는 K-컬처를 관광의 유인 요소로 삼되, 관광 자체를 고부가 산업으로 재편하려 한다. 관광을 국가 성장 전략의 한 축으로 다루기 시작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