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정치②] 문화체육관광부는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

국정과제 123이 설정한 역할의 범위와 행정 현실의 조건

2025-12-18     박준식 기자
정부업무보고(문화체육관광부, 권익위원회). 사진=대통령실,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이재명 정부 국정과제 123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맡은 위치는 이전 정부와 분명히 다르다. 문화예술 진흥을 전담하는 부처라는 전통적 인식을 넘어, 문화산업 성장, 관광 활성화, 체육 제도 개혁, 국제 문화 영향력 확대까지 포괄하는 국정 수행 부처로 규정됐다. 이는 단순한 업무 확장이 아니라, 국정 운영 구조 안에서의 역할 재배치에 가깝다.

국정과제 문서는 ‘함께 누리는 창의적 문화국가’를 핵심 국정 목표 축으로 설정하고, 문화체육관광부를 해당 목표의 주관 부처로 명시했다. 문화 향유 확대, 문화산업 경쟁력 강화, 지역 문화 기반 조성, 전통과 유산 보존, 글로벌 확산 전략이 하나의 묶음으로 제시됐다. 국정과제 차원에서 문화정책은 분리된 개별 사업이 아니라, 다층 정책을 연결하는 결절점으로 설정됐다.

이 설계가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단일 분야 부처가 아니라, 복지·산업·외교·지역 정책과 맞물린 종합 조정자로 기능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는다. 문화예술의 공공성, 산업 정책의 효율성, 관광의 경제 효과, 체육 분야의 공정성 회복이라는 서로 다른 성격의 과제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구조다.

문체부의 2026년 업무보고는 이러한 국정과제 설계를 그대로 반영한다. 문화예술 정책 개편, K-컬처 산업 육성, 관광객 3천만 목표, 체육 분야 신뢰 회복이라는 네 개의 축이 병렬적으로 제시됐다. 이는 국정과제 항목을 실행 단위로 재정렬한 결과이지만, 동시에 문체부가 감당해야 할 책임의 폭을 명확히 보여준다.

통합적 설계는 분명 장점을 갖는다. 문화정책을 단절된 사업 단위가 아니라 국가 전략의 일부로 관리할 수 있고, 문화예술·산업·관광·체육 사이의 연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국정과제가 문화정책을 독립 축으로 설정한 이유 역시 이러한 시너지 가능성에 있다.

그러나 통합은 항상 비용을 동반한다. 정책 범위가 넓어질수록 우선순위 설정은 어려워진다. 창작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문화예술 정책과 성과를 요구하는 산업 정책은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관광 활성화와 지역 균형 발전 역시 단기 지표와 장기 구조 개선 사이에서 긴장을 발생시킨다. 국정과제는 이러한 긴장을 관리하는 책임을 부처에 부여했지만, 관리에 필요한 행정 역량과 제도적 장치는 별도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직과 예산 구조를 놓고 보면 부담은 더욱 선명해진다. 정책 범위는 확대됐지만 집행 수단과 인력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업무보고에서 민관 협치, 외부 위원회, 관계 부처 협업을 반복적으로 언급한 배경에는 이러한 현실 인식이 깔려 있다. 문체부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과제를 협업 구조로 분산시키려는 선택이다.

다만 협업 구조는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참여 주체가 늘어날수록 의사 결정 과정은 복잡해지고, 책임의 귀속은 흐려질 수 있다. 국정과제는 성과를 요구하지만, 성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다층적이다. 문체부가 최종 책임을 지는 구조가 유지될 수 있는지, 아니면 조정자로서의 역할에 머무르게 될지는 향후 행정 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문화산업 정책에서는 이러한 긴장이 특히 두드러진다. 국정과제는 문화산업을 국가 성장 전략의 한 축으로 설정했다. 문체부 업무보고 역시 투자 확대와 법제 개선, 글로벌 진출을 강조한다. 그러나 산업 정책은 재정, 금융, 통상, 외교 정책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문체부가 주관 부처로서 전략을 설계하더라도, 실제 집행 권한은 다른 부처와 분산돼 있다. 역할은 확대됐지만 권한은 제한적인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체육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체육 단체의 공정성 회복과 신뢰 재건은 사업 집행을 넘어 제도 개혁을 요구한다. 이해관계 조정과 사회적 합의를 수반하는 영역이다. 문체부는 주관 부처로서 책임을 지지만, 정치적 부담과 갈등 관리까지 감내해야 한다. 국정과제가 요구한 수준의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지는 행정 의지뿐 아니라 제도적 뒷받침에 달려 있다.

관광 정책에서도 책임의 범위는 넓다. 관광객 3천만이라는 목표는 문체부 업무보고의 핵심 지표로 제시됐다. 그러나 관광객 증가에는 항공, 교통, 출입국 제도, 외교 환경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목표 달성 여부를 문체부 단독 성과로 평가하기 어려운 구조다. 성과가 부진할 경우 책임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 설정도 필요하다.

이러한 조건을 종합하면 국정과제 123이 문화체육관광부에 부여한 책임은 단순히 중요해졌다는 수준을 넘어선다. 정책적 위상은 분명히 상승했지만, 동시에 실패의 부담도 커졌다. 성과가 가시화될 경우 문체부는 국정과제의 성공 사례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반대로 성과가 지연되거나 혼선이 발생할 경우 국정과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문체부로 집중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문체부 업무보고는 이러한 부담을 일정 부분 인식하고 있다. 단계적 추진, 시범 사업, 연구와 타당성 검토를 강조한 점은 무리한 성과 경쟁을 피하려는 신호로 읽힌다. 단기 지표보다 구조 개편을 앞세운 접근은 책임 회피가 아니라 위험 관리에 가깝다.

관건은 역할의 크기가 아니라 관리의 정교함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국정과제 123이 요구한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지는 정책의 방향보다 우선순위 설정, 협업 구조의 실효성, 성과 설명 방식에 달려 있다. 문화정책이 국정의 한 축으로 기능할 수 있을지는 이 행정적 선택들이 어떻게 작동하느냐에 따라 판단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