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정치⑤] 적극 행정은 문화정책에서 어디까지 허용되는가

문화·관광·체육 영역에서 국가 개입의 기준과 한계

2025-12-21     박준식 기자
정부업무보고(문화체육관광부, 권익위원회). 사진=대통령실,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이재명 정부 국정과제 123과 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핵심 개념은 ‘적극 행정’이다. 적극 행정은 속도나 성과를 의미하지 않는다. 행정이 판단을 회피하지 않고, 책임을 전제로 개입할 영역과 물러설 영역을 구분하겠다는 태도에 가깝다. 문화정책에서 적극 행정은 특히 복잡한 의미를 갖는다. 자율과 공공성, 시장과 규제가 교차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국정과제 문서에서 문화정책은 단순한 지원 행정의 대상이 아니다. 문화 향유 확대, 관광 활성화, 체육 제도 개혁은 모두 국가가 일정 수준의 개입과 조정을 전제로 설계됐다. 문체부 업무보고 역시 이 방향을 분명히 따른다. 문화정책에서 중립은 언제나 책임 있는 선택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문화 영역에서 국가 개입의 정당성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지점은 접근성과 안전, 질서 문제다. 문화 향유 기회가 특정 계층이나 지역에 편중될 경우, 자율이라는 명분은 설득력을 잃는다. 국정과제가 통합문화이용권 확대와 문화 접근성 강화를 주요 과제로 제시한 이유다. 문체부 업무보고는 이를 실행 과제로 옮기며, 국가가 문화 향유의 최소 조건을 설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관광 정책에서도 적극 행정의 기준은 명확하다. 관광객 증가를 시장에만 맡길 경우, 단기적 수요는 늘어날 수 있으나 지역 간 불균형과 서비스 품질 저하는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국정과제는 관광을 단순 소비가 아니라 지역 경제와 연계된 국가 전략으로 규정했다. 문체부 업무보고는 관광 인프라 개선, 콘텐츠 연계, 편의성 제고를 국가 책임 영역으로 설정했다. 이는 관광 정책을 민간 자율에만 맡기지 않겠다는 선택이다.

체육 분야에서 적극 행정의 필요성은 더욱 분명하다. 체육 단체 운영의 불투명성, 반복된 비리, 선수 보호 문제는 자율에 맡겨 해결될 사안이 아니었다. 국정과제는 체육 제도 개혁을 공정 회복의 핵심 과제로 명시했고, 문체부 업무보고는 제도 개선과 관리 감독 강화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체육 행정에서 중립은 곧 방치였다는 판단이 정책 설계에 반영됐다.

그러나 적극 행정이 모든 영역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할 수는 없다. 문화정책은 자율을 생명으로 하는 영역이다. 창작과 표현의 자유는 국가 개입이 최소화될 때 유지된다. 문체부가 업무보고에서 팔길이 원칙을 반복적으로 언급한 이유다. 적극 행정은 통제의 강화가 아니라, 개입의 기준을 명확히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이 기준이 흐려질 경우 위험이 발생한다. 적극 행정이 성과 압박으로 변질되면 문화정책은 행정 편의에 종속될 수 있다. 정책 목표를 맞추기 위한 단기 지표 중심의 개입은 창작의 다양성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 문화 영역에서 적극 행정은 개입의 강도가 아니라, 개입의 정당성을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달려 있다.

문체부 업무보고는 이러한 긴장을 일정 부분 인식하고 있다. 문화예술 영역에서는 자율성을 강조하고, 산업·유통·관광·체육 영역에서는 국가 개입의 정당성을 분명히 구분한다. 적극 행정의 대상과 범위를 선별적으로 설정하겠다는 접근이다. 이는 문화정책 전반을 동일한 규제 논리로 다루지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다만 실행 단계에서는 추가적인 기준 정립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관광 인프라 확충과 대형 시설 투자에서는 경제성과 공공성 사이의 균형이 요구된다. 수요 논리가 충분하더라도 지역 환경과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정책 효과는 단기적일 수 있다. 적극 행정이 과잉 개입으로 비칠 위험도 존재한다.

문화산업 투자 정책에서도 마찬가지다. 국가가 투자자로 나서는 순간, 실패에 대한 책임 구조가 문제로 떠오른다. 적극 행정은 실패를 감수하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실패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설계를 포함해야 한다. 문체부 업무보고는 투자 확대를 강조했지만, 위험 분산과 책임 귀속에 대한 설명은 상대적으로 절제돼 있다.

적극 행정의 또 다른 조건은 설명 책임이다. 문화정책은 결과보다 과정에 대한 설명이 중요하다. 어떤 기준으로 개입했고, 왜 개입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을 경우 적극 행정은 권한 남용으로 오해받기 쉽다. 국정과제가 업무보고 생중계를 통해 설명 책임을 강조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문화정책에서 적극 행정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접근성, 안전, 공정, 질서를 시장과 자율에만 맡길 수 없기 때문이다. 국정과제 123과 문체부 업무보고는 국가 개입의 필요 영역을 비교적 명확히 구분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다만 적극 행정이 문화정책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해법은 아니다.

적극 행정의 성패는 개입 여부가 아니라, 개입의 기준과 설명의 정교함에 달려 있다. 문화정책에서 국가의 역할은 앞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언제 물러나야 하는지를 아는 데서 완성된다. 문화국정의 실질적 평가는 바로 이 균형 감각에서 이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