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정치⑦] 문화정책은 국민주권을 어떻게 구현하는가

국정과제·업무보고·공개 행정이 만든 주권의 작동 방식

2025-12-22     박준식 기자
정부업무보고(문화체육관광부, 권익위원회). 사진=대통령실,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이재명 정부 국정과제 123과 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 그리고 생중계로 진행된 업무보고 형식은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문화정책은 국민주권을 어떻게 행정으로 구현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다. 국민주권은 헌법적 선언에 머무를 수도 있고, 행정 절차를 통해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 이번 국정 운영 방식은 후자를 선택했다.

국정과제 123에서 국민주권은 추상적 가치가 아니다. 국정 목표를 설정하는 기준이자, 정책 설계와 집행, 설명 방식까지 관통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문화정책 역시 이 틀에서 재배치됐다. 문화는 보호 대상이 아니라, 국민의 삶 속에서 작동해야 할 공공 영역으로 정의됐다. 문체부가 맡은 역할은 문화정책을 통해 주권이 체감되는 경로를 만드는 것이다.

문화정책에서 국민주권이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지점은 접근성이다. 국정과제는 문화 향유를 일부 계층의 특권이 아니라 보편적 권리로 규정했다. 문체부 업무보고에 포함된 통합문화이용권 확대, 청년 문화예술패스, 지역 문화 기반 확충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국민이 문화정책의 수혜자가 아니라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겠다는 행정적 선택이다.

이 접근은 기존 문화정책과 분명히 구분된다. 과거 문화정책은 공급 중심이었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 어떤 콘텐츠를 지원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번 국정과제와 업무보고는 시선을 이동시킨다. 누가 접근할 수 있는가, 어떤 경로로 누리는가를 먼저 묻는다. 주권은 소비가 아니라 선택의 가능성에서 출발한다는 인식이 정책에 반영됐다.

문화산업 정책에서도 국민주권의 논리는 작동한다. 국정과제는 문화산업을 국가 성장 전략으로 설정했지만, 그 목적을 수출 실적에만 두지 않았다. 창작자의 권리 보호, 공정한 유통 질서, 불법유통 차단은 산업 성과 이전에 주권의 문제로 다뤄진다.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없는 구조에서는 창작의 자유도, 산업의 지속성도 유지되기 어렵다.

문체부 업무보고가 공정과 질서를 문화산업 정책의 전제 조건으로 삼은 이유다. 시장의 자율을 존중하되, 불공정 구조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국민주권 정부의 행정 방식과 맞닿아 있다. 주권은 방임이 아니라, 공정한 규칙 위에서 작동한다는 인식이다.

체육 정책 역시 국민주권의 시험대에 놓인 영역이다. 체육 단체 개혁과 선수 보호, 운영 투명성 강화는 행정 편의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문제다. 국정과제는 체육을 성과 중심 영역이 아니라, 공공성과 공정성을 회복해야 할 영역으로 규정했다. 문체부 업무보고는 이 과제를 제도 개편의 언어로 풀어냈다.

관광 정책에서도 주권의 관점은 유지된다. 관광객 수 증가는 목표일 수 있으나, 목적은 아니다. 국정과제와 문체부 업무보고는 관광을 지역 주민과 방문객 모두의 삶의 질과 연결한다. 관광 정책이 특정 지역이나 사업자만의 성과로 귀결될 경우, 주권의 논리는 훼손된다. 문화·관광 정책을 공공의 관점에서 재설계한 이유다.

업무보고를 생중계로 진행한 선택은 국민주권을 절차적으로 구현한 사례다. 정책 결정 과정을 공개함으로써, 행정은 판단의 근거와 한계를 국민 앞에 드러낸다. 이는 단순한 투명성 제고가 아니다. 정책의 정당성을 국민의 이해와 검증에 맡기겠다는 선언이다. 문체부 업무보고가 구조와 기준을 강조한 이유도 이 공개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공개된 행정은 정책 실패의 책임도 숨기기 어렵게 만든다. 그러나 국민주권은 무오류 행정을 요구하지 않는다. 설명 가능한 행정을 요구한다. 국정과제와 업무보고는 완성된 해답보다, 판단의 경로를 드러내는 데 무게를 둔다. 문화정책처럼 장기성과가 중요한 영역에서는 이 접근이 특히 중요하다.

문화정책은 국민주권을 가장 일상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영역이다. 투표나 제도 개편보다, 문화 접근과 참여는 삶에 더 직접적으로 닿는다. 국정과제 123이 문화정책을 국정의 한 축으로 끌어올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화는 상징이 아니라, 주권이 생활 속에서 작동하는 공간이다.

문체부 업무보고는 이 역할을 인식한 문서다. 과도한 성과 약속보다는 구조와 기준을 설명하고, 단계적 추진을 강조했다. 이는 주권의 주체를 국민으로 상정했을 때 가능한 태도다. 행정이 모든 답을 쥐고 있다는 전제에서는 이런 방식이 나오기 어렵다.

이번 국정 운영에서 문화정책은 주변부가 아니다. 국민주권이 제도와 행정으로 번역되는 핵심 경로다. 국정과제 123, 문체부 업무보고, 생중계라는 형식은 각각 다른 층위에서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정책은 닫힌 공간에서 완성되지 않으며, 주권은 선언으로 구현되지 않는다.

문화정책이 성공하는지는 단기 성과로 판단할 수 없다. 국민이 선택하고, 참여하고, 설명을 요구할 수 있는 구조가 유지되는지가 기준이 된다. 이재명 정부의 문화국정은 그 구조를 만들기 위한 첫 단계를 제시했다. 평가는 이제 정책이 아니라, 그 정책이 작동하는 과정 속에서 이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