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시장 리포트③] 가격 격차는 왜 남아 있는가
조안 미첼 시장이 ‘저평가 프리미엄’으로 읽히는 이유
[KtN 임민정기자]조안 미첼의 가격은 이미 고가 구간에 진입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여전히 ‘저평가’라는 표현이 반복된다. 이 표현이 성립하는 이유는 절대 가격이 아니라 상대 가격에 있다. 2023년 크리스티 뉴욕에서 기록된 약 2,920만 달러는 작가 개인의 최고가이자, 여성 추상표현주의 작가 가운데 가장 높은 기록 중 하나다. 그러나 같은 시기 전후 추상미술의 핵심 남성 작가들과 비교하면 격차는 여전히 분명하다.
마크 로스코, 윌렘 드 쿠닝, 잭슨 폴록의 최고가는 수천만 달러 단위를 넘어 6천만 달러에서 8천만 달러 선에 형성돼 있다. 활동 시기, 미술사적 위상, 제도권 편입 수준을 기준으로 보면 조안 미첼은 이들과 분리된 작가가 아니다. 그럼에도 가격은 절반 수준에 머문다. 시장은 이 차이를 ‘완성되지 않은 재평가’로 해석하고 있다.
이 격차는 단순한 성별 문제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조안 미첼의 경우, 작품 수와 분포 구조가 가격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왔다. 전체 작품 수는 약 1,400점으로 추정되지만, 이 가운데 상당수가 미술관과 공공 컬렉션에 묶여 있다. 시장에 반복적으로 등장해 가격 기준을 만들어 온 핵심 대작의 수는 제한적이다. 반면 로스코나 드 쿠닝의 경우, 이미 여러 차례 기록 경신을 통해 상단 가격대가 공고해졌다. 가격은 예술적 가치뿐 아니라, 반복된 거래를 통해 형성되는 기억의 산물이다.
조안 미첼 시장은 이제 그 기억을 쌓는 단계에 들어섰다. 최근 몇 년간 1,000만 달러를 넘는 거래가 연속적으로 발생했고, 2,000만 달러를 넘어서는 거래도 복수로 확인됐다. 이는 우연이 아니라 구조 변화다. 시장은 조안 미첼을 ‘특정 조건에서만 고가가 가능한 작가’에서 ‘상단 가격대를 보유한 작가’로 재분류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여성 작가 내부 비교다. 조지아 오키프, 프리다 칼로, 리 크래스너 등 주요 여성 작가 가운데서도 조안 미첼의 가격 상승 속도와 절대 규모는 가장 가파르다. 이는 시장이 조안 미첼을 여성 작가라는 범주 안에서 평가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교 기준은 이미 남성 동시대 거장으로 이동했다.
이 지점에서 ‘저평가 프리미엄’이라는 개념이 작동한다. 시장은 가격이 낮아서가 아니라, 논리적으로 더 높아질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조안 미첼의 작업은 이미 미술관 수집, 회고전, 학술 연구를 통해 정전화됐다. 남은 것은 가격의 정렬이다. 이 정렬 과정에서 초기 진입자에게 발생하는 차익 가능성을 시장은 프리미엄으로 인식한다.
다만 이 프리미엄은 무차별적이지 않다. 모든 조안 미첼 작품이 동일한 잠재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시장은 연대, 규모, 구성, 출처를 기준으로 작품을 나누고 있다. 특히 1950년대 후반에서 1960년대 초반에 걸친 핵심 시기의 대형 작업은 가격 격차 해소의 직접적인 후보로 거론된다. 이 시기의 작품이 다시 시장에 등장할 경우, 기존 기록은 빠르게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
조안 미첼 시장에서 젠더 가격 격차는 점점 설명력이 약해지고 있다. 대신 남아 있는 것은 ‘기록의 밀도’ 차이다. 기록이 많을수록 가격은 단단해지고, 기록이 쌓일수록 다음 기록은 더 높은 지점에서 만들어진다. 조안 미첼은 이제 그 경로에 진입했다. 가격 격차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것은 차별의 결과라기보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시장 기억의 흔적에 가깝다.
조안 미첼을 둘러싼 최근의 거래는 하나의 방향을 가리킨다. 시장은 이미 예술사적 논쟁을 끝냈고, 이제 숫자로 정리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저평가라는 표현이 더 이상 변명이 아니라 계산이 되는 순간, 가격은 빠르게 언어를 바꾼다. 조안 미첼 시장이 지금 서 있는 지점이 바로 그 경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