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시장 리포트⑦] 다음 기록은 우연이 아니다

조안 미첼 시장이 ‘트로피 자산’으로 완성되는 조건

2025-12-24     임민정 기자
탄생 100주년을 맞이한 조안 미첼의 미술사적 가치의 재정립. 사진=Joan Mitchell Foundation.,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민정기자]조안 미첼의 가격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은 이제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다. 이미 시장은 작가를 고가 자산군으로 분류했고, 거래의 성격도 바뀌었다. 2020년 이후 1,000만 달러 이상 거래가 급증했고, 2023년을 기점으로 2,000만 달러를 넘는 거래가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이 흐름은 조안 미첼이 ‘상단 가격대가 존재하는 작가’로 인정받았다는 신호다.

트로피 자산의 조건은 명확하다. 가격이 높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누구나 갖고 싶어 하지만, 아무나 가질 수 없을 때 비로소 트로피가 된다. 조안 미첼의 경우 이 조건이 빠르게 충족되고 있다. 작품 수는 많아 보이지만, 시장이 동의하는 핵심 작품은 제한적이고, 그마저도 상당수가 기관과 장기 컬렉션에 묶여 있다. 거래 가능한 최고급 매물은 드물다.

이 드문 매물이 등장할 때 가격은 계단식으로 움직인다. 조안 미첼 시장은 평균 가격이 서서히 오르는 구조가 아니다. 특정 작품이 등장하면 기준선이 재설정되고, 이후 시장은 그 기준선을 반복 확인한다. 2,920만 달러라는 기록이 그랬다. 이 가격은 예외가 아니라 새로운 기준으로 기능하고 있다.

다음 기록을 여는 조건도 이미 공유되고 있다. 첫째는 연대다. 1950년대 후반에서 1960년대 초반, 뉴욕과 프랑스 경험이 응축된 시기의 대형 작업은 여전히 가장 강력한 후보로 꼽힌다. 둘째는 규모와 구성이다. 다중 패널이나 대형 캔버스처럼 미술관 설치를 전제로 한 작업은 개인 거래를 넘어 공공 가치와 연결된다. 셋째는 출처다. 확실한 소장 이력과 기관 전시 경험을 갖춘 작품은 가격 방어력이 다르다.

이 조건이 동시에 충족될 경우, 3,000만 달러를 넘는 거래가 등장하더라도 시장은 놀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비교 기준은 설정돼 있다. 로스코, 드 쿠닝, 폴록과 나란히 놓인 전시 경험, 반복된 고가 거래, 재단의 검증 작업이 이를 뒷받침한다. 시장은 더 이상 조안 미첼을 실험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트로피 자산의 또 다른 특징은 거래 이후의 침묵이다. 작품은 다시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 최근 고가에 거래된 조안 미첼 작품 상당수는 재판매 대신 장기 보유나 기관 대여로 이동했다. 이 현상은 공급을 더 줄이고, 다음 거래의 긴장감을 높인다. 시장은 점점 ‘언제 나오느냐’를 계산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격은 감정이 아니라 합의의 결과가 된다. 미술관, 재단, 주요 갤러리, 경매사가 공유하는 암묵적 기준이 형성됐고, 컬렉터는 그 기준 안에서 움직인다. 이 합의가 깨지지 않는 한, 가격은 급락보다 안정적 상승을 택한다. 조안 미첼 시장이 최근 몇 년간 보여준 흐름이 그렇다.

조안 미첼이 트로피 자산으로 이동했다는 사실은 더 이상 선언이 아니다. 거래 방식, 보유 전략, 전시 맥락이 이미 이를 증명하고 있다. 다음 기록은 사건이 아니라 결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시장은 지금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